태안 갈음이해수욕장을 그리다.
▲ 갈음이해수욕장 가는길
모래바닥을 걷는 걸음이 편치 않았다. 모래는 이미 신발 속에 스몄다. 우리는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람으로 이동하면서 퇴적된 모래언덕을 겨우 넘었다.
▲ 모래언덕을 오르는 연인들
▲ 이 장면을 그리고 싶다!
▲ 모래언덕 드로잉
“우와~~!!”
언덕을 넘어서면 탄성이 절로 난다. 풍경마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주말의 오후. 사람이라야 세 팀 정도가 이곳 갈음이해수욕장에 들렀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와 또 연인으로 보이는 청춘커플, 그리고 우리일행 네 명이 전부였다.
▲ 모래언덕, 그 아래로 미끄러지고 싶다.
▲ 갈음이해수욕장
▲ 갈음이해수욕장
“여기서 난 00와 둘이 있고 싶었는데, 00친구가 계속 옆에 있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셋이 같이 다녔어요. 그 친구 정말 눈치 없었죠. 하하...”
▲ 추억
지인은 갈음이 해수욕장의 추억이 남달랐다. 결혼 전 열애 중이던 여친과 데이트를 하는 금쪽같은 시간에 타 지역에 사는 여친의 친구가 여친을 만나러 왔다. 지인은 여친의 학교생활 내내 같은 룸메이트로 여친이 각별하게 여기는 친구가 썩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친의 친구인데 내색할 수 없었다. 마침 지인이 계획한 특별한 데이트장소로 정한 이곳, 갈음이해수욕장에서 세 사람의 같은 공간 다른 마음들이 각자의 추억이 되었다.
▲ 갈음이핸수욕장에는 주의사항 알림글 등이 한글과 러시아어로 안내되어 있다.
갈음이해수욕장은 길이 300미터도 채 안 되는 아담한 곳으로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비수기에 가족단위로 온다면 ‘갈음이’의 자연풍광을 아주 만끽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추웠다. 5월의 꽃샘추위라 할 정도로 바람이 몸속을 파고들었다.
처음엔 해수욕장이 뭐 특별할 게 있을까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한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지이면서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 ‘여인천하’ 같은 사극의 배경이 된 장소였다. 모래 언덕에 서서 석양을 실루엣으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던 장면연출은 다시 찾아봐도 낭만적이다.
▲ 소나무 숲의 홀로 있는 소나무
▲ 소나무가 거의 사선으로 서 있다. 홀로 서 있는 소나무도 같은 방향으로 서 있다.
강한 바닷바람에 오래 있을 수도 없는 자그마한 해수욕장. 주차장은 오붓한 해수욕장에 비해 널찍하다. 소나무 숲의 야영은 아직 때가 이르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갈음이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 일송정 같은 오른쪽의 소나무
바닷바람에 해수욕장의 모랫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모래밭에 물결을 이룬다. 사구의 경사진 곳에서는 미끄럼을 타고 싶은 동심이 불쑥 튀어나온다. 아직은 한적하고 조용한 갈음이해수욕장. 탁 트인 풍경은 코로나19로 막혔던 갑갑함을 일시에 풀어준다.
▲ 추억
▲ 바람으로 만들어진 은빛 모래 물결무늬
▲ 해수욕장의 널찍한 주차장
우리가 걸었던 모래밭의 흔적은 다시 은빛 모래로 덮여있을 것이다. 연인에서 부부가 되는 과정에 더 없이 공이 컸던 갈음이해수욕장. 여친의 친구가 중간에 끼는 바람에 로맨틱한 분위기가 뒤로 밀려났지만, 그래서 그들의 열애가 더 간절했던 이곳. 우리는 지인의 추억으로 갈음이해수욕장이 더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