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수수하고 아늑한 만수산이 품어준 부여 무량사

세상을 등진 김시습이 생을 마감하기 전 지냈던 곳

2021.03.25(목) 19:30:23 | 은돌이 (이메일주소:ejjk7142@naver.com
               	ejjk7142@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만수산은 매월당 김시습이 관직에서 물러나 떠돌다가 세상을 등지고 들어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내던 곳입니다.
당시에는 험하고 외진 곳이라 누구도 발길을 하지 않았겠지만, 현재는 충남 보령시와 부여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성주산휴양림(보령)과 만수산휴양림(부여)이 자리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그중 부여의 만수산에서는 김시습이 말년을 보낸 무량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무량사 일주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에 들려야 합니다.
가는 길에 무량사 표지석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고,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무량사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입장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무량사에 오게 되었고, 어린 시절 몇 번인가 와본 기억도 나서 택한 곳입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무량사 표지석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무량사 매표소

매표소 바로 위에 일주문이 나옵니다.
'만수사무량사'라고 적힌 현판은 1977년 신축되어 세워졌습니다.
만년을 누린다는 뜻의 만수산과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의 무량사가 무척 잘 어울리는 이름인 듯합니다.
통일신라 문성왕 때 범일국사가 창건한 무량사는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없어졌었다고 합니다.
이후 1623년(인조)에 중건된 것이 지금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3▲'만수사무량사'라고 적힌 일주문

전에 보지 못했던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무량사구지라고 적혀있는데, 2003년 학술 조사 과정에서 옛 절터로 보이는 건물 기단과 석열, 주춧돌 등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넓은 지형이 당시 무량사의 규모를 짐작케 하고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4▲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81호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5▲무량사구지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만수산 등산로가 나오고, 이곳에서 생을 보냈던 김시습의 부도가 나옵니다.
문종이 승하한 후 단종이 즉위하였으나 계유정난이 일어나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과거 공부를 하던 김시습은 그 길로 책을 불태우고 방랑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마음에 품었던 단 한 명의 왕을 위해 세상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문학 활동에 주력하여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짓기도 하였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등지고 무량사에서 일생을 마친 김시습의 사리는 일제강점기 때 폭풍우로 나무와 함께 부도가 쓰러지면서 발견되었고, 국립부여박물관에 보관하다가 2017년 무량사로 옮겨와 경내에 봉안하기 위해 2020년 10월 새롭게 부도를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6▲만수산 등산로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7▲매월당 김시습(설잠스님) 부도 

무량사로 발길을 옮기던 중 천왕문 옆으로 충청남도 유형 문화재 제57호 당간지주가 보입니다.
절에서 깃발을 매달던 장대를 좌우에서 지탱해주던 것으로 한 쌍의 돌로 되어있습니다.
가운데가 움푹 팬 돌이 들어가 있습니다.
당간지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당을 세우기 위해 사찰 앞에 설치된 것으로 신성한 영역이라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8▲사찰 앞 신성한 곳임을 표시해주는 당간지주

무량사 경내로 들어서는 입구 천왕문(天王門)에는 사천왕상을 봉안해 놓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색이 진하고 깔끔한 것을 보니 보수를 한지 얼마 안되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의 천왕상들보다 덜 무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9▲천왕문 사천왕상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0▲천왕문 사천왕상

천왕문을 나서려던 중 멋진 풍경에 사로잡혀 한참을 서있게 만들었습니다.
일부러 만들어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천왕문의 사각진 문을 통해 무량사의 석등(보물 제233호), 오층석탑, 극락전이 일자로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앞에 드리워진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같이 어우러져 그림과도 같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1▲한 폭의 그림 같은 무량사 극락전 모습

서서히 경내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범종각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ㄱ'자형의 요사채와 육각정이 나옵니다.
그림과도 같았던 극락전과 오층석탑이 실물로 눈에 들어옵니다.
무량사에 들어올 때 입장료를 받는 이유는 바로 보물급 문화재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왔던 기억이 나긴 하지만 이렇게 웅장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2▲범종각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3▲요사채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4▲보물이 많은 무량사

오층석탑 옆에는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안에 지장삼존상과 시왕상, 금강역사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며 재를 모시는 곳입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5▲명부전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6▲명부전 내부

절의 중앙에 위치해 극락전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오층석탑은 보물 제18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찰에 있는 석탑보다 웅장하고 5층을 이루는 돌들도 모습을 유지한 듯합니다.
고려 시대 백제와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잘 섞어만든 탑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많은데, 1층 몸돌에서는 금동제 아미타여래좌상, 지장보살상, 관음보살상의 삼존상이 나왔고, 3층에서는 금동보살상, 5층에서는 사리구가 나왔다고 합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7▲오층석탑

김시습이 여생을 보내던 무량사 극락전은 언제 세워졌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 다시 크게 지어졌다고만 전해집니다.
보물 제356호로 지정된 이곳은 2층으로 된 불전으로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건물 형태입니다.
하지만 내부가 1, 2층으로 나뉘어 있지는 않고 트여있습니다.
극락전에는 아미타불좌상, 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8▲극락전

극락전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곳이 영산전입니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41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명부전과 함께 지어졌습니다.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던 곳으로 영산회상도를 봉안하여 설법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그 주변은 8폭의 팔상도를 봉안해 놓고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19▲영산전

영산전 옆으로 영정각이 나옵니다. 1990년 영정각을 신축하여 김시습의 영정을 봉안해 놓은 건물입니다.
충남 유형문화재 64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0▲영정각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1▲김시습 초상

그 옆으로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원통전이 나옵니다. 중생의 고뇌를 씻어주기 때문에 권능과 구제를 강조하면 지은 곳이 원통전입니다.
다른 사찰의 경우 관음전, 대비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어떤 성격을 띠느냐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2▲원통전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3▲관세음보살을 주불로 하는 원통전

다 보았나 싶을 때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나옵니다. 그 건너 삼성각이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성각은 산신과 칠성, 독성을 봉안한 곳으로 주로 재물과 수명 그리고 복을 기원하는 곳으로 대부분의 사찰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4▲삼성각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5▲재물과 수명 그리고 복을 기원하는 곳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6▲잘린 나무 위에 놓인 돌탑과 건너편 삼성각

다시 극락전으로 나오다 보면 우화궁(雨花宮)이 보입니다.
법화경 서품에 보면 부처님 계신 곳과 대중 앞에 만다라화 등 꽃이 비 오듯 쏟아졌다는 내용에서 차용을 한 듯합니다.
스님들이 거처하는 곳인 듯합니다. 지붕은 기와를 올린 팔각지붕이지만 유리문으로 개조한 현대적인 모습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수하고아늑한만수산이품어준부여무량사 27▲이름이 예쁜 우화궁

보물이 많다기에 화려해 보일 줄 알았는데, 아기자기 한 건물들이 오히려 수수하고,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김시습의 방랑 생활을 멈추게 한 만수산의 넉넉하고 아늑한 품에 싸인 무량사를 돌아보면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  

무량사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 116 

문화재보호구역 입장료
개인 성인 3천원 / 청소년 1500원 / 어린이 1000원
단체 성인 25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문화재구역 내 애완동물 출입금지입니다.
 

은돌이님의 다른 기사 보기

[은돌이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