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을 걸었다, 네 시간.
다리는 후들거리고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다.
그런데 신원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꽃이 보인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등산 전 분명 목련꽃 봉오리가 이만큼 활짝 피지 않았는데, 반나절 사이 햇살을 듬뿍 받아 몽글몽글 새하얀 꽃이 핀 것이다.
가방 속에 쏙 넣어둔 카메라를 꺼낸다. 이 꽃을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목련이 핀 이곳은 계룡산에 자리한 신원사다.
예로부터 4대 명산이라 불리는 계룡산에는 그에 걸맞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 동서남북으로 자리하고 있다. 동쪽엔 동학사, 서쪽엔 갑사, 북쪽엔 구룡사, 이곳 남쪽엔 이곳 신원사!!
계룡산 남쪽에 들어앉아 남사라 불리는 신원사는 백제 의자왕 11년, 고구려 승려 보덕화성이 창건한 사찰로 계룡산에서도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봄이 오면 신원사에는 다양한 꽃이 핀다.
분홍 벚꽃도 피고, 노란 수선화도 피고, 빨간 동백꽃도 핀다.
그중 가장 먼저 시작을 알리는 꽃이 새하얀 목련이다.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이라 불리는 새하얀 꽃. 목련이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나.
그 꽃을 유심히 살펴본다.
사실 개인적으로 목련을 그다지 기다리는 꽃은 아니다.
새하얀 꽃이 나무에 달려 있다 똑 떨어지고 시들면 갈색빛을 내며 말라버리는 게 아쉬웠기에.
그러고 보니 나는 필 때부터 질 것을 염려했나 보다.
그런데 이번 봄엔 목련이 새롭게 와닿는다. 자꾸 눈길이 간다.
시들어 사라져버려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실컷 아껴주면 그만인 것을.
"뭐 찍는 거예요?"
하염없이 목련 앞에서 서성이니 신원사 스님께서 말을 건네오신다.
목련이라고 답하니 목련보다 더 예쁜 꽃을 보여주겠다는 스님. 그 말에 쫄래쫄래 쫓아갔다.
대웅전에서 5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계룡산 중악단은 보물 제123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건물은 조선시대 건물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그곳에 놓인 어여쁜 꽃화분,
좋은 것이 있으면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가 보다.
이곳은 신원사 대웅전이다.
신원사 대웅전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8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앞의 5층석탑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되어 있다.
백제시대 지어진 오래된 사찰,
계룡산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평온해진 오후다.
봄이 오고 꽃이 피면 봄나들이 하기 좋은 곳, 신원사.
신원사의 봄은 언제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