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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봄의 전령 매화를 만나러 현충사에 가다

2021.03.15(월) 16:55:07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이 땅의 봄날씨를 ‘삼한사미’라는 자조 섞인 말로 부를 만큼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날이 늘어가는데 올봄에도 미세먼지 수치는 연일 ‘나쁨’, ‘매우 나쁨’의 연속이다. 이러다가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어지더라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닐까 자못 걱정된다.
 
경칩이 지나고 노란 산수유가 필 때쯤이면 집 가까운 현충사 충무공고택 앞에 있는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는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꽃구경 가기가 망설여졌었다. 그러다가 봄을 재촉하는 반가운 봄비가 온종일 내리고 난 다음날 일찌감치 도착한 현충사에는 삼삼오오 카메라 가방을 멘 채 서성이는 사진가들이 눈에 띈다.
  
사진가들에게 황금시간대에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사진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어서 매화가 피는 시기에 맞춰 3월 25일까지 한시적으로 한 시간 일찍 개관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현충사 관리소에 고마워하며 고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기개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현충사 정문
▲조기개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현충사 정문
 
어제 내린 봄비가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를 씻어 내려 코끝에 전해오는 아침 바람이 신선하고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깨끗하게 잘 정리된 현충사 경내 모습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이렇게 관리하느라 수고하시는 분들이 또 고마워진다.
 
충무공 고택 앞 홍매화는 겨우내 조금씩 부풀려왔을 꽃망울을 터뜨려 한창인데, 그 옆 청매화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지금 막 피기 시작할 때의 꽃이 가장 곱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올해 핀 홍매화는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서는 곱고 풍성하다. 재작년에는 절정에 이르지도 못한 채 꽃잎이 시들어버려 노쇠로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다시 새봄이 돼 이렇게 꽃을 피워 살아있음을 알리니 대견해 보인다.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1970년대 초에 심었다는 이 매화나무는 2016년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나뭇가지 양쪽이 떨어진 섬 같아 보이는 가운데에도 가지가 있어 풍성하게 꽃을 피웠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가운데 가지들이 남아 있지 않다. 관리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노령으로 해마다 조금씩 가지를 쳐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나무여서 이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이렇게 봄을 알리는 고운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2016년 고택 앞 홍매화
▲2016년 고택 앞 홍매화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구도를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사이로 조심스럽게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기를 올려본다.
 
고택 앞 홍매화
▲고택 앞 홍매화
 
고택 뒤뜰에는 또 다른 봄의 전령 산수유가 꽃을 피워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다. 고택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고택 안 장독대 위에도 매화가 활짝 피어 그윽한 매화향이 전해오고, 그 뒤로 대나무가 빼곡하게 서 있는 대숲이 성성하다.
 
이순신 장군이 살았던 고택 안쪽 모습
▲이순신 장군이 살았던 고택 안쪽 모습
 
고택 뒤뜰에 핀 산수유
▲고택 뒤뜰에 핀 산수유
 
고택 안 장독대 위에 핀 매화
▲고택 안 장독대 위에 핀 매화
 
현충사에 왔으니 충무공 영정이 모셔진 본전을 안 보고 갈 수 없어 충의문으로 가는 길 양쪽에 서 있는 오래된 소나무 터널을 따라 홍살문을 지나고 돌계단을 올라 충의문으로 들어섰다. 본전과 충의문 사이에 아무도 없는 너른 뜰앞에 서서 둘러보니 잘 다듬어진 잔디 정원과, 계단 양옆 배롱나무와, 기와 담장 너머 바람에 일렁이는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많이 보아온 풍경임에도 너른 공간에 홀로 있는 고요함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충의문 가는 길 소나무 터널
▲충의문 가는 길 소나무 터널
 
현충사 홍살문
▲현충사 홍살문
 
현충사 충의문
▲현충사 충의문
 
현충사 본전
▲현충사 본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서른네 개의 계단을 올라 장군의 영정 앞에 서서 향을 사르고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헌신하신 장군님의 명복과 수없이 많은 국난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나라의 장래에 어려움이 없게 해주실 것을 기원해본다.
 
뒤로 돌아 돌계단에 앉아 내려다보니 좌우의 갈라진 언덕 가운데로 멀리 역광을 받은 산그림자가 아스라이 보이는 참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본전 좌우에 있는 굵은 배롱나무에 꽃이 필 때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충무문으로 나오면서 본 현충사 경내에는 이제 매화와 산수유가 꽃을 피운 것을 시작으로 머지않아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과 명자나무, 벚나무와 수수꽃다리가 꽃을 피우는 온통 찬란한 봄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본전에서 본 충의문과 아산 근교 산 그림자
▲본전에서 본 충의문과 아산 근교 산그림자
 
현충사 정원에 핀 산수유
▲현충사 정원에 핀 산수유
 
현충사 정원에 핀 매화
▲현충사 정원에 핀 매화
 
현충사 정원에 핀 진달래
▲현충사 정원에 핀 진달래
 
이렇게 현충사 경내 머물다 정문을 나오니 앞산 숲속에는 왜가리가 집단으로 서식하는지 서로 몸을 부딪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장군께서 이곳에 사시던 그 옛날에도 일상이었던 풍경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에 나는 또 아득해진다.
 
현충사 정문 앞산 왜가리 서식지
▲현충사 정문 앞산 왜가리 서식지
 
하늘을 나는 왜가리
▲하늘을 나는 왜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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