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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잠시 쉬었다 돌아가는 길, 인생을 생각하다

예산휴게소에 들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21.01.20(수) 17:03:48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산휴게소
▲예산(당진)휴게소로 들어가는 길
 
올 겨울 큰 눈이 두 번 내렸다. 다행히 날씨가 포근해 햇살 드는 곳은 벌써 길이 다 녹았다. 그늘진 곳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걸음이 조심스럽다. 코로나19가 찾아온 지 새해 1월 20일자로 꼭 일 년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모였던 지난 일상의 자유로움이 정말 있었을까 싶게, 그동안 낯선 일상들이 상식이 되었다. 사람들끼리는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간격을 두어야 했고, 모임이나 회의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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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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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차다 
  
하루 천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겁이 덜컥 났다.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식당은 4인까지만 허용되며,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게 되었다. 자주는 못가지만 한 달에 두 번, 아니면 한 번이라도 친정엄마를 뵈었는데 최근에 텀이 무척 길었다. 목소리와 영상통화만으로 딸을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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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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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마련된 입출구
 
엄마가 계시는 서산에 가면서 들르게 되는 예산휴게소. 볼일이 없어도 정해진 곳에서 잠시 몸과 마음을 환기할 수 있으니 고마운 쉼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6일(토) 오전, 사방이 확 트인 휴게소에서 바람은 머리가 시릴 정도로 찼다. 화장실을 가거나 편의점, 식당을 가려면 입구와 출구를 확인하고 출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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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농산물직거래 장터, 비닐 쪽문이 군데 군데 열려 있다
  
사람들은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주말마다 운영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도 빠꼼이 열려있는 비닐 문으로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날씨가 푸근해야 천천히 걸으면서 사람도 물건도 볼 수 있을 텐데, 겨울바람은 사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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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녹지 않은 지난 눈
 
한겨울에 바깥 거동이 불편한 엄마가 접하는 세상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다. 좋아하던 드라마는 당신의 머릿속에 남은 ‘전원일기’만이 유일한 기억이다. 엄마와 같이 있는 동안 드라마에 나오는 일용엄니와 회장댁 둘째며느리, 복길이 얘기만으로도 대화가 풍성했다. 
  
나는 아흔이 넘은 노모와 같이 있는 방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엄마는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밥을 먹고 나서 다시 마스크를 썼다. 인지증이 있는 엄마가 ‘욕심들이 많아서 그런 병이 왔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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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만난 충남고속버스
  
반가운 만남은 언제나 짧은 법,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속도로에 ‘충남고속’이라고 쓴 버스가 새삼 반가웠다. 가는 길에 공사를 하는지 잠시 차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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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하세요
  
살아가면서 바쁠수록 돌아가야 할 때가 있듯이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서행을 할 때가 있다. 내 의지가 아니라 그 상황에 맞춰 가야 하는 것.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그 방역상황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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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면 제발 쉬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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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터널
 
‘졸리면 제발 쉬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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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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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가는 길과 공주분기점
 
화홍터널 입구에 있는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을 들게 한다. 바쁘게 여기저기 체력도 안 되면서 기웃거리던 여러 가지 일들을 올해는 가지치기를 하며 줄이기로 했다. 졸음이 와도 눈을 비벼가며 일한 대가로 몸 여기저기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 말에 귀를 열어 듣는 게 진짜 쉬어가는 길임을 새삼 깨닫는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대전 공주 분기점이 나온다. 돌아가 쉴 수 있는 집으로 가는 길, 그 집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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