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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600개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홍성의 겨울산, 오서산

억새가 아름다운 서해의 등대산

2020.12.31(목) 21:58:16 | 보라공주 (이메일주소:eyeful3535@naver.com
               	eyeful3535@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엔 이불 밖으로 나오기 힘든 계절입니다. 갖추어서 입어야 할 옷도 많아지고, 요즘 시국에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 해도 겨울 산의 매력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길이 얼어서 미끄럽기도 하고, 산 정상에서 날씨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일이지만 찬 공기에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면서 즐기는 겨울 등산만의 매력은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새해가 다가오는 12월 연말에 백제의 혼불 '오서산'을 다녀왔습니다. 오서산은 홍성군·청양군·보령시와 걸쳐져 있는 곳으로 홍성 쪽에서는 광천읍과 장곡면 사이에 길게 뻗어 있는 자락입니다. 서해바다 천수만 일대를 지나는 배들의 등대 역할을 하는 등대산으로도 알려져 있는 오서산은 백제 때 '오산(烏山)'으로 불리며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산으로 제사를 지내던 산이었습니다. 오(烏)라는 한자가 까마귀를 의미하는데 당시에는 하늘과 통하는 신성한 새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1▲정암-13 지점에서 바라본 오서산 정상 뷰

홍성 오서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광천읍 정암사로 정한 후 장항선 광천역에서 차로 16분 정도 임도를 따라 올라가서 정암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습니다. 임도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야 정암사가 나오는데, 쉰질바위와 정암사 두 갈림길로 나뉩니다. 쉰질바위 방향으로 가면 백제가 내분에 휩싸여 패망하려던 당시 왕을 죽이고 정권을 잡으려던 복신 장군이 매복을 하던 암굴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와 일행은 화장실이 있는 정암사로 들머리를 정했습니다. 등산을 하기 전에 안전한 산행을 위해 비우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2▲쉰질바위(복신굴)와 정암사 갈림길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3▲오서산 들머리 정암사 
 
정암사 앞에서 등산로가 두 곳으로 나뉘는데, 산신각을 통과해서 가는 옛길 자연 등산로와 1,600개의 계단을 오르는 길이 나옵니다. 옛길은 계단길로 가다 보면 만나지기도 하지만 요즘엔 잘 이용하는 사람이 없이 길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행과 함께 안전하게 계단길을 선택해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오서산 정상까지는 2.6km만 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4▲정암사에서 나뉘는 등산로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5▲정암사에서 전망대까지 1,600 계단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지점에서 죽은 나무에 구멍이 나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무에 구멍을 내는 새라고 하면 딱따구리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데, 등산로 바로 옆에 어느 간 큰 새가 구멍을 내고 지내는지 궁금했지만 아침 시간이라 모두 먹이를 구하러 갔는지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멍을 뚫어 겨울 동안 지내다가 새끼를 키워내기도 하는 새들이 겨울 동안 잘 지내다가 갔으면 합니다.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6▲ 2지점에서 발견된 구멍 난 나무들

마스크를 쓰고 산에 오르려니 숨도 더 차고, 겨울이라 습기가 차올라 자꾸만 쉬게 됩니다. 땅만 쳐다보며 계단을 오르다 보니 1600개 계단 중 540개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1/3 정도 걸어왔는데 무릎에 무리가 가고 옛길이 그리우신 분들은 계단 옆 옛 등산로를 이용하라고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옆을 쳐다봤는데 도통 길을 찾을 수가 없어 다시 계단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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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조금 올라왔다고 바람이 조금 거세게 불어와 벗었던 재킷을 다시 입고 돌길을 걸어 3지점에 도착을 했습니다. 2/3 지점을 통과해서 앞으로 534개 계단만 오르면 정상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계단 1600개를 다 오른다고 바로 오서산 정상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야 합니다.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편하게 등산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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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9▲3지점 534개 계단만 남은 지점

약 50분 정도 산을 올랐을 때 전망데크가 나왔습니다. 지난봄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게시판이 서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산을 찾는 등산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곳에서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산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들을 하시는 듯합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불을 쓰는 행위는 하지 말고, 일몰 전에 등산을 마무리해줄 것을 당부하는 안내 문구가 크게 적혀있습니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과태료도 부과된다고 합니다. 꼭 과태료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이니 개인의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산에 오르시기 바랍니다.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10▲전망데크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11▲전망데크에서 바라본 풍경

전망데크에서 정상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게시판에 적힌 문구를 보며 잠시 가라앉았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걸어갔습니다. 눈앞에 큰 암석이 길을 가로막습니다. 옆으로도 길이 없습니다. 암석 뒤로 보이는 소나무를 따라가면 가운데에 길이 나있습니다.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짧은 다리로 오르려니 암벽등반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꼭 스트레칭하고 오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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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드디어 오서산 정상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 계단길과 능선을 걸어가야 하지만 오서산 전망대와 정상석이 멀지 않았습니다. 지난봄에 왔을 때도 짙은 안개와 거센 바람으로 산 아래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눈까지 내려줍니다. 멋진 풍경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오솔길 양옆으로 자란 억새에 눈길이 가집니다. 아직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거리는 억새의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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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따라 오서전망대가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멋진 하늘과 산 아래 풍경을 만나고 싶었는데 삼고초려를 해야 하나 봅니다. 점점 바람도 거세지고 눈발까지 날리는 듯해서 전망대를 가로질러 오서산 정상석에서 인증 사진만 찍고 바로 돌아 내려와야 했습니다. 점심 도시락도 정상에서 먹지 못하고 배고픔을 참고 내려와서 먹어야 했습니다. 겨울산에서는 날씨 차이가 많이 나니 아이젠과 얇은 겉옷, 따뜻한 차 등을 꼭 준비해서 가시기 바랍니다.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16▲오서전망대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17▲오서산 정상석
 
1600개계단을오르면만날수있는홍성의겨울산오서산 18▲정상석에서 바라본 오서산 능선

겨울 산은 운치가 있어 좋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길이 얼기도 하고, 갑자기 눈과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꼭 준비운동을 해서 몸을 풀고 등산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또, 찬바람을 마시며 등산을 하다 보면 기관지로 바로 들어가 호흡이 더 힘들어질 수 있으니 마스크를 쓰고 조금씩 꾸준히 걸으면서 등산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한 등산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2021년 신축년에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산에 다닐 수 있길 바라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연을 지켜가며 산을 찾아주기 바랍니다.

홍성 오서산 등산 코스
-정암사-오서전망대-정상-오서전망대-정암사
-이동거리 3.5km, 소요시간 2시간 30분(휴식 포함)

정암사
-충남 홍성군 광천읍 오서길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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