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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천안의 세 번째 약국, 60년 업력의 '대명약국'

2020.12.09(수) 14:09:16 | dragonsun (이메일주소:dragonsun@tes21.com
               	dragonsun@tes21.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프면 증상에 따라 진료과목을 선택해 병원에 가고, 가벼운 증상은 편의점에서 약을 사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병원은 고사하고 약국조차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약을 구하지 못해 가까운 이를 일찍 떠나 보내야 했던 사람들의 사연, 치료를 받기 위해 수없이 기다린 날들의 기억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지금 천안에는 수백 개의 약국과 병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50~60년대에는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약국들 가운데 천안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약국이 있어 찾아가 봤습니다. 남산중앙시장쪽에 위치한 대명약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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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약국은 1963년 천안 대흥동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대명약국이 문을 열었을 때 천안의 세 번째 약국이었다고 합니다. 대명약국과 가까운 곳에 두 번째 약국 문을 연 분이 친구라고 하니, 이 분들은 천안 약국사의 산 증인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처음에 문을 열었을 때에는 돈이 없어서 장리쌀을 빌려 약국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진열장에 진열할 약을 살 돈이 없어서 팔고 난 빈 약상자를 올려 놓곤 했다고도 했습니다. 어렵게 운영을 해 나갔지만 대명약국 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더이상 약을 구하려 헤매지 않아도 됐습니다. 대명약국의 불은 꺼지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영업을 종료하고 잠을 청하려 하면 약을 달라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약국 문을 12시~1시까지 열어 놓고, 약을 구하는 사람들이 늦은 시간에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명약국은 지금까지도 오랜 단골이 찾는 약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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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명약국의 진열장은 이 자리로 옮기면서 짠 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요, 이전의 빈 약상자를 올려 놓았던 진열장은 지금 새 약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약국에서 약을 임의로 조제했었는데요, 저도 초등학교 시절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면 집앞 길 건너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심하게 아픈 게 아니면 약국부터 가곤 합니다. 약국은 우리 가까이에서 아픈 곳을 돌봐주는 할머니 약손과 같은 존재입니다. 대명약국은 이곳 대흥동에서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동네 사람들의 아픈 곳을 다스려 왔습니다. 단지 약을 사가는 곳이 아니라 이웃과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도 이곳은 동네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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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의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에도 의료종사자들의 헌신을 보면 존경심을 넘어 경외롭기까지 한데요, 아파도 치료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그 시절 약사의 존재란 어떨지 가히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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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하는 대명약국의 안범기 약사의 말에서는 어떤 사명감조차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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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프면 약포지에 쌓인 가루약을 숟가락에 개어 먹여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먹기 싫다고 칭얼대며 코를 잡으면 쓰지 않다며 얼른 삼키게 한 후 사탕을 입에 쏙 넣어주시곤 했지요. 지금은 약국 조제의 약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약국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 옛날 약국이 없어 아파도 참고, 약을 구하러 먼길을 가야 했던 시절부터 약국이 수백 개가 넘는 지금까지, 한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대명약국은 천안 약국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애정으로 관리해온 약국 내 모든 물품들을 보니 그 마음이 저절도 전해져 오는 듯합니다. 이제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대명약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사람들은 대명약국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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