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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옛 추억으로 마셔본 '감귤차'가 참(!) 좋구나~

2020.12.03(목) 13:58:54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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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오일장 과일상에는 사과 , 귤이 많이 팔리고 있다
▲공주오일장 과일상에서는 사과 , 귤이 많이 팔리고 있다
 
나는 공주 장날마다 과일상들이 몰리는 골목에 들어서면 그리도 좋다. 화려한 색감과 달콤한 향내를 풍기는 그곳에 들어서면, 

"과일, 맛보세요."

상인들 목청 높인 호객 소리에다 장 보러 온 손님들 흥정하는 모습까지 보태져 늘 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이곳은 단풍마냥 울긋불긋한 사과와 귤이 점령 중이다. 특히, 모처럼 등장한 붉은 망에 담긴 밀감은 정겨운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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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티'를 파는 친절한 과일상
 
과일상이 몰린 골목 모퉁이를 돌아 얼마를 더 가니 사뭇 분위기가 다른 과일가게가 보인다. 카드 결제가 가능하단다. 흔히 보이는 사과, 귤 말고도 수입 과일인 '스위티'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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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
▲포도 '샤인머스캣'에 대해 과일상 아주머니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은 과일은 진열대 대부분을 차지한 '샤인머스캣'! 친절하신 과일상 아주머니를 통해 이름만 들어서는 수입 과일로 여겨질 법한 '샤인머스캣'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를 얻었다. 
 
한 박스에 25,000원의 가격이 매겨진 '샤인머스캣'은 망고 맛이 나서 '망고포도'라고도 불린다. 일본에서 만든 청포도 종으로 주로 상주, 영천, 진주 등 아랫녘 농가에서 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단다. 알이 크고 씨가 없어 인기가 좋다 보니 백화점에서는 6만 원이나 하는 고급 과일인데,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혀서 내수 시장에 막 풀리고 있단다.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2송이에 25,000원이나 하는 과일을 선뜻 사 들고 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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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농협하나로마트에 가보니 하우스딸기와 수박이 떡하니 나와 있다. 잠시 놀란 가슴은 매겨진 가격을 보고는 더더욱 요동쳤다. 입덧 심한 임산부라면 모를까 이렇게 비싼 걸 사 먹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여겨졌다. 한편으론 지난봄, 끝물 딸기를 싸게 사다 겨우내 먹을 생각으로 팔목 시리게 눋지 않게 저어가며 딸기잼을 만들던 날을 되짚으니 허무하기도 했다.
 
마음먹고 나온 김에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인근 기업형 마트에 들러봤다. 공주오일장에서 본 '샤인머스캣'이 카드할인가 19,800원에 팔리고 있다. 단순 계산을 해도 포도 한 알에 400원이나 하니 갈등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장날 본 것보다는 싸니까…'라며 애써 핑곗거리를 갖다 붙이고, 눈 딱 감고 한 박스를 카트에 넣었다. 3.5kg 제주 밀감 한 박스도 50% 할인 이벤트가에 사서 함께 담았다.
 
아삭하니 달달한 '샤인머스캣'은 이틀을 못 가 동이 났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인기가 너무 좋다. 그렇다 보니 디저트 후속타로 함께 사 온 제주 밀감이 급히 상에 오르게 됐다. 며칠 손톱에 노란 물이 들도록 귤을 까먹다가 문득 어릴 적 풍경 하나를 떠올렸다. 70~80년대에 귤은 자주 먹을 수 있는 과일도 아니었다. 겨울이면 집집마다 상점마다 난로 위에 큰 주전자 올려 물을 끓였다. 물이 끓으면 귤껍질을 주전자에 넣고 차로 우려 마셨었다. 차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은 겨울철 건조한 공간의 습도 조절을 담당하는 가습기이자 방향제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다. 때로는 아버지 땀 찬 발의 역한 냄새도 없애주고, 지친 발의 피로도 풀어주는 족욕물로 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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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차를 만들기 위해 세척을 하고, 껍질을 벗겨 자른 후 건조를 했다
▲감귤차를 만들기 위해 세척을 하고, 껍질을 벗겨 자른 후 건조를 했다
 
뜬금없이 소환된 옛 기억에 농약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잊고 지내던 감귤차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레몬청, 자몽청, 청귤청을 만들어 마시니, 같은 방법으로 세척하면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굵은 소금으로 빡빡 문대고, 식초물에 잠깐 감귤을 담가 두었다. 세척 후 감귤 껍질을 벗겨 가급적 가늘게 채를 썰어 채반에 널었다. 껍질 얇은 감귤을 사온 터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2~3일 말린 후 생강편 몇 조각을 넣어서 끓이니 제법 집안 가득 좋은 향이 퍼지고, 빛깔 고운 찻물이 우러나왔다. 
 
농가에서 고소득 작물로 재배하는 샤인머스캣, 하우스딸기, 하우스수박은 역시 내 깜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분수에 맞지 않게 샤인머스캣으로 사치를 부리다 추억 속 감귤차를 수십 년 만에 마셔보게 되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포도 못 딴 여우가, "저 포도는 시고 맛이 없어!" 푸념조로 내뱉는 말 같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겨울엔 역시 속 뜨시게 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굳이 하우스농사나 품종 개량으로 제철 과일보다 몇 배는 비싸고, 색다른 맛이 나는 과일이 아니더라도 감귤차 한 잔이면 긴긴 올겨울을 무난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친절한 '샤인머스캣' 파시던 아주머니께 맛난 밀감으로 한 박스 골라달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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