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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이 1세기가 넘는 근대문화역사를 간직한 급수탑(給水塔)

충남의 가장 오래된 급수탑(給水塔), 연산역에 있습니다

2020.11.24(화) 15:32:34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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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역 전경 

“여기는 들어오시면 안 돼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문이 열려 있어서요.”
“아, 지금 차가 나갈 건데 차 빼고 문 닫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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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체험 기차, 코로나19 확산 예방으로 운영이 미뤄진 상태라 기차 안이 궁금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사진을 막 찍었을 때 어디선가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났다. 차를 빼고 다시 돌아온 아저씨가 안전펜스를 닫았다. 코로나19로 체험이 중단되는 동안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문을 닫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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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기 전 확인해야 할 알림글 

논산 연산역에 ‘철도문화체험’이란 펼침글이 무색하다. 역 정문에는 체험장 이용을 일시 중지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올해 2월 7일부터였으니 코로나가 발발하던 초기부터 중지했던 것 같다. 멈추는가 싶으면 다시 늘어나는 감염자들로 언제쯤 다시 체험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체험용 기차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보던 ‘토마스와 친구들’ 모습이 정면 쪽에서 언뜻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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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모양으로 서 있는 급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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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석으로 쌓아올린 급수탑, 그 위에 30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
 
왠지 쫓겨나온 기분이다. 아쉬운 마음에 역 주변을 둘러보다 둥근 돌탑(?)이 우뚝 서 있는 걸 보았다. 탑 아래 글을 읽어보니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된 급수탑이다. 한일강제병합 1년 후인 1911년 7월 11일 대전역에서 목포까지 호남선을 개통시키며 12월 30일에 축조한 급수탑. 더 자세한 알림 글은 아래와 같다.

‘호남선 개통과 함께 증가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70년대까지 약 60여 년간 사용된 급수탑(물탱크를 장치한 탑)의 규모는 높이 16.2m, 바닥면적 16.6㎡이며 총용량은 30톤이다. 급수탑 옆에 위치하고 있는 우물은 폭이 2.8m 깊이 6m의 크기로 급수탑의 급수용으로 축조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전국 각지에 철도망을 부설할 당시 주요역마다 기관차 급수시설을 설치하였는데, 충남에서는 서대전과 강경역에 급수탑이 있었으나 약 30년 전에 철거되고 현재는 이곳 연산역만이 남아 있다. 특히 연산역 급수탑은 유일하게 화강석을 벽돌 형태로 다듬어 만들어져 모양과 크기에서 독특한 미감(美感)을 준다. 급수탑은 가장 인상적인 근대산업시설물로서 철도사(鐵道史)는 물론 산업개발사와 관련하여 중요한 근대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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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탑 한켠에 줄이 쳐진 곳은 우물이 있던 자리이다 
 
글을 읽고 급수탑을 다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문득 1970년대 후반의 인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에 나왔던 기차이미지가 떠오른다. 증기기관차를 타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기적소리에 허연 김을 내뿜으며 하늘 위를 달리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과 묘령의 여인, 그리고 가끔 등장하지만 중요한 역할의 기관사 등 스토리에 녹아든 세 사람의 목소리만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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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 그리고 현재의 고속철 KTX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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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탑 역사체험 안내글
  
지금이야 증기기관차가 오랜 구시대 유물이 되었지만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에는 획기적이고 중요한 운송수단이었을 터, 마차에 짐을 실어 나르다 철로를 달려 화물을 이동하는 것은 당시 엄청난 변혁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어느 시골마을에 1970년대까지 일본열도를 누비던 추억의 증기기관차가 공짜 매물로 나왔다는 뉴스를 봤다. 기관차의 주인은 4억에 그 기관차를 구매했지만 매년 유지비가 구입비의 2배 가까이 소요돼 감당의 한계가 왔단다.
 
증기기관차는 연료의 품질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물을 끓일 수 있을 만큼의 열이 된다면 사용할 수 있어서 석탄 외에 원유나 경질유, 또는 중유, 벙커C유 등 다양한 유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증기기관차에서 발생되는 따뜻한 증기를 통해 객차의 난방을 해결할 수 있다.

장점 못지않은 증기기관차의 단점으로는 연료가 가진 에너지의 10% 이하만이 동력으로서 이용된다는 점이다. 보일러 점화 후 물이 끓어 기관차가 움직일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관차를 보수하고 수선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연기나 재로 인한 불편함, 승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3~5명으로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것과 전반적으로 불량한 노동환경이 단점이다. 증기기관차는 디젤로 대체되면서 점점 효용성을 잃다가 1970년대 말에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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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역 철로변 풍경
 
연산역의 급수탑은 올해로 백아홉 살이다. 화강석을 벽돌처럼 쌓아 만든 탑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근대의 귀한 문화재로 견고한 멋을 품고 있다. 급수탑은 첨성대를 닮았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등록문화재 제48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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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역이 있는 청동리 마을 벽화. 증기기관차가 그려져 있다
 
60여 년 동안 충실하게 제 역할을 했던 연산역의 급수탑. 소설(小雪)이 지난 11월의 날씨가 흐리다. 급수탑 옆에 둥글게 뚜껑을 덮고 밟지 못하게 줄이 쳐진 곳이 우물이었다는 건 자료를 찾아보고야 알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단풍잎이 바닥에 떨어졌다. 좀 더 맑고 따뜻한 날 연산역의 급수탑을 다시 만나야겠다. 그때는 급수탑 영상도 보고 철도체험도 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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