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추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는 의미인데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마곡사의 가을은 봄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습니다. 짧지만 화려한 가을을 품고 있는 공주시 마곡사로 가을 여행을 함께 떠나보실까요?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마곡사는 태화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 신라시대에 승려 자장에 의해 창건되었습니다.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입니다. 대한 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는 고려 초까지 폐사되었다가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제자 수우와 함께 왕명을 받고 크게 중창한 곳입니다. 지금보다 배가 넘는 건물이 있었던 마곡사는 임진왜란 때 대부분 불에 타버렸고, 60년 동안 폐사되었다가 조선시대 1651년(효종) 때 각순대사가 대웅전과 영산전, 대적광전 등을 고쳐지었다고 전해지는 사찰입니다. 
 
▲마곡사 오층석탑과 대광보전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과도 인연이 깊은 사찰인데요, 명성왕후 시해에 가담했던 일본 장교 쓰치다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나루에서 죽인 김구 선생이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승려로 가장해 살았던 곳입니다. 백범당 앞에는 김구 선생이 해방 후 심었다고 하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백범당
 
▲서산대사님의 선시

▲백범당 옆 향나무
 
마곡사의 가람 배치에는 자연과 조화를 중요시한 한국의 전통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람이란, 승려들이 한 장소에 모여 불도를 수행하는 중원을 뜻하는데요, 탑을 중심으로 중요한 전각을 평지에 배치한 형태를 말합니다. 신라 말 선종이 유행하면서 가람배치의 형태는 변화를 맞습니다.
 

 

 
사찰로 들어가는 해탈문과 천왕문은 일렬로 놓지 않고 조금씩 비틀어 깊이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마곡사의 정문인 해탈문은 해탈의 세계, 부처님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해탈문에는 금강역사상, 보현, 문수동자상이 있습니다. 
 

▲해탈문
 

 

 
해탈문을 통과해 나오면 돌이 쌓여 있습니다. 이 돌은 하나씩 쌓으면서 서원을 세워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돌을 쌓고 가신 분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해탈문을 나오면 바로 천왕문이 보입니다. 동서남북 네 간방으로 불법과 사찰을 옹호해 주시는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천왕문
 

 

 
천왕문을 지나면 사찰의 중심으로 가는 길 사이에 명당수를 두고 있습니다. 그 위에 극락세계에 들어가는 돌다리 극락교를 놓아 속세와 부처의 세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극락세계는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 세계를 말합니다. 극락교를 지나면서 내려다보니 엄마 거북이가 아기 거북이를 업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극락교
 

 

 
극락교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것이 범종루입니다. 다른 곳의 범종루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입니다. 이곳에는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의 사물이 있는 곳으로 여기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모든 중생들이 번뇌에서 벗어나 지혜를 깨닫기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긴 곳입니다. 
 

▲범종루
 
마곡사 중앙에는 오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보물 제799호로 고려 후기의 석탑입니다. 높이가 8.7m, 중층 4각형, 탑 2층에는 부처님인 사방불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특히 상륜부에는 고려 후기 원나라와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라마탑 형식의 청동도금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마곡사 오층석탑
 
마곡사 대광보전에는 비로자나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진리 자체를 상징하며, 진리의 빛이 온 세상을 훤히 비추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보물 제802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광보전은 1788년 중창된 곳으로 조선 후기의 목조건물입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구성된 다포계 양식의 단층 팔각지붕의 건물입니다. 대광보전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데요, 법당 안에 돗자리가 깔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에 앉은뱅이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면서 돗자리를 짰다고 합니다. 백일기도를 마치는 날 마침내 돗자리를 완성하게 되었고, 그 기쁨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걸어서 나왔다고 합니다.  
 

▲대광보전
 

▲비로자나 부처님
 
대광보전 바로 옆에는 대웅보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대웅보전 역시 보물 제80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785년에서 1788년 중수한 곳으로 다포계 팔작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현재의 부처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오른쪽에는 아미타 부처님으로 극락왕생을 소원할 때 기도하는 부처님이십니다. 왼쪽에 있는 약사여래광 부처님으로 질병의 고통으로 중생을 구제해 주는 부처님이십니다. 저도 코로나19가 얼른 끝나기를 빌고 왔습니다.
 

▲대웅보전 가는 길
 

▲대웅보전
 

▲대웅보전 오른쪽에는 아미타 부처님, 가운데 석가모니 부처님, 왼쪽 약사여래광 부처님
 
태화산 산세와 마곡사의 층층이 겹쳐 선 석탑과 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냅니다. 마곡사를 찾아 가을의 정취도 느끼고,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에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과도 인연이 깊은 마곡사를 찾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마곡사
-주소: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문의: 041-841-6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