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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깊어가는 가을, 문헌서원과 천년솔바람길을 걸으며

2020.11.04(수) 19:14:28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전라북도 장수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395km를 흘러온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만들어 놓은 너른 평야를 끼고 있는 충청남도 남단 서천을 떠올리면 ‘서천9경’이라 불리는 볼거리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흑백사진으로 보았던 높다란 굴뚝이 인상적이었던 장항 제련소, 한산의 모시와 소곡주 이런 것들이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날, '유서 깊은 서원은 어떤 모습으로 낯선 여행자를 반길까’ 생각하며 도착한 문헌서원의 첫인상은 제법 굵은 소나무들이 서 있는 야트막한 야산 아래 낮은 경사를 이룬 너른 잔디밭이 시원하고 오른쪽에 자리한 서원의 건물들이 질서 정연하다.
 
볼거리 많은 서천의 9경 중 제4경으로 성리학의 연구와 교육을 위해 지방에 세워진 사학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문헌서원은 목은 이색과 그의 부친인 가정 이곡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며 이색의 묘소가 있다는 사실을 안내판을 보면서 알게 된다.
 
서천 지도 및 서천 9경
▲서천지도 및 서천9경
 
문헌서원 안내판
▲문헌서원 안내판
 
서원에 비치된 팸플릿을 읽어보니 문헌서원은 고려말의 대학자인 가정 이곡 선생과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575년(선조 8년) 한산군수 이성중과 지방 유림들의 공론으로 효정사(孝靖祠)라는 사우를 짓고 두 분을 모셨으나 정유재란 때 화재로 소실되어 1610년(광해군 2년)에 한산으로 옮겨 복원하고 그 이듬해 1611년에 광해군이 우암 송시열이 쓴 ‘文獻書院’ 현판을 내려 인재를 양성해왔으나 1871년(고종 8년) 서원철폐령에 따라 헐려 없어졌다가 100년이 지난 1969년에 뜻있는 유림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다시 지어졌으며 2012년에 중건하였다고 한다.  

문헌서원은 위패를 모신 사우 효정사와 목은 이색 선생 영당을 비롯해 유림들이 모여 학문을 토론하던 진수당, 6칸 규모의 2층 누각으로 된 강륜당, 제기를 보관하는 전사청, 내·외삼문, 효정사, 이색 신도비, 이종덕 효행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은 이색이 어떤 분이시던가. 정몽주와 정도전의 스승이요, 야은 길재·포은 정몽주와 더불어 삼은(三隱)이라 불리며 고려가 멸망의 길을 걸을 때 태조 이성계에 굴하지 않고 절개를 지킨 고려의 세 충신 중 한 분으로 충렬왕 때 주자의 성리학이 안향에 의해 전해져 이제현-이곡-이색-정몽주-길재-권근으로 이어지면서 학문의 일가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성리학자가 아니던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홍살문을 들어서니 좌측에는 일곱 개의 추도비가 서 있고 우측에는 네모난 연못과 경헌루, 그리고 노란 모과나무가 매달려 있는 나무 아래 엷은 미소를 띤 불거진 양 볼을 하고 먼 곳을 바라보고 계신 ‘이색 선조상’이 있다. 망해가는 나라를 지켜보던 노신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 분이 살았을 시대의 허망함 때문일까, 그 미소가 허허롭게 보인다.

문헌서원 홍살문
▲문헌서원 홍살문

문헌서원 추도비
▲문헌서원 추도비

경헌루
▲경헌루

이색 선조상
▲이색 선조상
 
진수문을 들어서니 좌·우로 유생들의 기숙사였던 석척제, 존양제가 있고 그 가운데 ‘文獻書院’이라는 현판이 걸린 진수당이 파란 하늘 아래 우뚝하다. 진수당은 원생들이 학문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공간으로 다른 건물들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크다. 예사롭지 않아 보이던 현판의 ‘文獻書院’이라는 글씨는 역시 우암 송시열이 쓴 것이라고 한다.
 
문헌서원 전경
▲문헌서원 전경
 
문헌서원 진수문
▲문헌서원 진수문
 
문헌서원 진수당
▲문헌서원 진수당
 
진수당 뒤에 있는 경현문을 지나면 위패를 봉안하고 제행을 지내는 사당인 효정사가 있고 그 오른쪽에는 선현들의 문집이나 판각본을 보관하는 장판각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제례를 준비하는 영모재와 이층 누각으로 된 경륜당이 있다. 이렇듯 서원은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과 교육을 담당하는 강당, 유생들이 공부하며 숙식하는 장소로 크게 나누어져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 서원의 핵심은 이색 선생의 영당에서 볼 수 있는 보물 제1215호로 지정된 이색초상일 것 같다. 동그란 눈에 작고 오목한 입, 볼록한 양 볼이 단단한 내공을 지니신 분이라는 것을 직감한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기록에 없는지 안내 팸플릿에는 “조선시대 일류 화가에 의해 그려진 수준 높고 보존 상태가 좋아 회화사 연구 중요한 자료”라고 되어 있다. 다만 그림 오른쪽에 그림에 대한 찬사의 글을 쓴 사람이 그의 제자이며 조선의 대학자였던 권근이라고 한다.

이색 선생의 영당 및 이색 선생의 초상
▲이색 선생의 영당 및 초상

아쉬운 것은 이 영당 뒤에 수령 300년이 넘었다는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다 지기 전에 찾아와 보지 못함이다. 문헌서원 안에 유일하게 심어져 있는 나무가 이 배롱나무인데 가지의 퍼짐이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정갈해 보여 붉은 꽃이 피었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싶다. 배롱나무는 해마다 묵은 껍질을 벗어내고 매끄러운 새로운 줄기로 갈아입기 때문에 학문에 대한 정진도 이처럼 하라는 뜻으로 향교와 서원, 사당에는 배롱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이색 선생 영당 뒤 배롱나무
▲이색 선생 영당 뒤 배롱나무
 
영당삼문 앞에는 오랜 풍상을 견뎌왔을 것 같은 지붕돌을 얻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비석이 하나 서 있다. 안내판에는 ‘이색신도비’라고 적혀 있는데, 신도비라는 것은 '왕이나 고관 등의 평생업적을 비석에 기록하여 묘 남동쪽에 세워 두는 것'으로 이 신도비에는 '선생은 후에 죄를 얻어 폐출되었으나, 하늘과 땅만이 그의 고결한 마음을 알리라'라는 비문을 새겨놓았으며, 이 '신도비는 세종 15년(1433년)에 처음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잃어버리고, 현종 7년(1666년) 후손들이 다시 세워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 문헌서원 안내 팸플릿 중에서

이색 선생 신도비
▲이색 선생 신도비
 
문헌서원 주변 소나무숲길을 조성하여 ’천년솔바람길‘이라고 이름을 붙인 도보길이 있다고 하여, 문헌서원에서 기린봉에 올랐다 다시 문헌서원으로 회귀하는 1코스를 걸어보기로 하고 경륜당 옆 언덕길에 오른다. 이 솔바람길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지 발자국 흔적이 거의 없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산의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멋쩍은 높이 146m 기린봉 꼭대기에 이른다. 이곳에서 보는 추수를 마친 금강하구 평야의 논에는 희고 붉고 파란 곤포 사일리지가 뒹굴고 그 너머에는 물길을 따라 먼 길을 흘러왔을 푸른 강물이 바다로 향한 막바지 여정을 앞두고 유유히 흐른다.

천년솔바람길을 오르며 본 문헌서원
▲천년솔바람길을 오르며 본 문헌서원
 
천년솔바람길
▲천년솔바람길
 
기린봉에서 본 금강하구 평야
▲기린봉에서 본 금강하구 평야
 
서원으로 내려오는 길에 무학대사가 천하제일의 명당이라며 정했다는 묫자리에 영면하고 계실 거장의 무덤에 잠시 고개를 숙여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굴하지 않았기에 고단했을 이분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하늘은 왜 이다지 파라며 구름은 또 왜 이다지 하얀지 모르겠다.
 
이색 선생의 묘에서 본 문헌서원
▲이색 선생의 묘에서 본 문헌서원
 
문헌서원과 단풍
▲문헌서원과 단풍
 
문헌서원과 파란 하늘
▲문헌서원과 파란 하늘
 
문헌서원과 파란 하늘
▲문헌서원과 파란 하늘
 
이 문헌서원 입구에는 여행자를 위해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숙소와 제철 먹거리로 만든 밥상을 제공하는 식당이 운영되는 모양이다. 내 생이 다하기 전에 영당의 빨간 배롱나무에 꽃잎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면 이곳으로 와서 하루를 묵어 볼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문헌서원 전통호텔
▲문헌서원 전통호텔

문헌서원
-소재: 충남 서천군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66,
-문의: 041-953-5895
-관람: 하절기(3~10월) 09:30~17:30, 동절기(11~2월) 09:30~16.30, 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munheon.org

문헌전통호텔 및 문헌전통밥상
-문의·예약: 041-953-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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