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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어 있으되 충만한 수리치골 성모성지 걷기

2020.10.06(화) 15:51:11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공주 신풍면에 있는 수리치골 성모성지를 가기 위해 39번 국도를 달린다. 유구와 가까워질 무렵 도로변 야산에는 밤이 유명한 지역답게 토실토실한 알밤을 품은 밤송이들의 밤나무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맑은 물이 흐르는 유구천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유구 읍내를 지나고 신풍을 지나 산정교차로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것을 보니 '정감록'에 기록된 십승지지 중 한 자리를 차지한 곳답게 첩첩산중이어서 과연 그 옛날 박해를 피해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지내기 알맞은 곳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안내판이 보이고 '성모성심의 집'이 보인다.
 
모두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야 하는 긴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주차장에는 차가 없다. 입구에 성모마리아에 안긴 아기 예수님이 두 팔을 벌려 어서 오라며 반기고 이곳에서 보이는 텅 빈 넓고 푸른 잔디밭과 그 끝에 서 있는 성모당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여 한참을 서성인다.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성당과 수녀원▲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성당과 수녀원
 
너른 잔디밭과 성모당
▲너른 잔디밭과 성모당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십자가 밑의 성모 마리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십자가 밑의 성모 마리아
 
간혹 오가는 묵주를 손에든 수녀님들의 조용한 걸음걸이에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옷깃을 여미고 성모당으로 향하면서 본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고 고난을 겪으신 끝에 돌아가신 과정을 표현한 14처로 구성된 십자가의 길 조각들이 그 크기답지 않게 마음을 무겁게 한다.
 
십자가의 길 조각(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심)
▲십자가의 길 조각 제1처(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심)
 

십자가의 길 조각(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십자가의 길 조각 제2처(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십자가의 길 조각(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십자가의 길 조각 제8처(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성모당 앞에는 수녀님께서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이 수녀님의 기도 제목은 무엇인지 간절해 보이고 십자가의 길 조각들의 사진을 다 담도록 수녀님의 기도는 끝나지 않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성모당
▲성모당
 
성모당
▲성모당
 
성모당
▲성모당
 
이 수리치골 성지는 그저 휑하니 한 번 둘러보고 갈 곳이 아닌 것 같아 검색해 보았더니 수리치골 성모성지는 박해시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신자들이 숨어 살게 되면서 형성된 교우촌으로 유서 깊은 신앙의 요람지이자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성모신심의 발상지라서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굉장히 깊은 곳이라고 한다.
 
조선의 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와 5대 교구장 성 다블뤼 안토니오 신부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순교로 시작된 병오박해가 끝날 무렵인 1846년에 수리치골 교우촌의 한오두막에서 박해받는 조선 교회를 성모님께 봉헌하고 '성모성심회' 조선 분회를 조직하였으며, 천주교 박해가 끝나고 신앙의 자유를 찾으면서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수리치골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방문 당시 이곳 성지의 교회사적 가치를 언급하면서 한국 교회의 사적지로 인정받게 되었다.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홈페이지' 참조
 
순례길을 걷기로 하고 안내판을 보았더니 1코스에서부터 전체 등산로를 걸을 수 있는 4개의 코스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중 2코스를 걷기 위해 '환희의 신비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탐방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데, 십자가의 길에서 본 조각들이 자꾸 떠오른다.
 
수리치골 성모성지 휴게소
▲수리치골 성모성지 휴게소
 
수리치골 성모성지 안내판
▲수리치골 성모성지 안내판
 
환희의 신비길
▲환희의 신비길
 
환희의 신비길
▲환희의 신비길
 
환희의 신비길
▲환희의 신비길
 
순례길 2코스
▲순례길 2코스 
 
고개를 올라 도착한 마당재는 국사봉 줄기와 연결되고 수리치골에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의 집터가 있는 골짜기와도 연결되는 교차점으로 주로 이곳에서 물물교환을 하였으며 유사시에 도망치기도 쉽고 정보교환을 하기에 용이한 장소였던 모양이다.
 
마당재
▲마당재
  
이곳에서부터 피정의 집까지 이르는 길에는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엄혹했던 시절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숨어 살아야 했던 신앙인들에게는 이 도토리마저 요긴한 양식이 되지 않았을까.
 
순례길에 많던 도토리
▲순례길에 많던 도토리
 
순례길 2코스(영광의 신비길 표지판)
▲순례길 2코스(영광의 신비길 표지판)

마지막 계단을 내려올 때쯤 보이는 '성모성심의 집'은 피정의 집으로 운영된다. 2019년에 증축을 거쳐 지상 4층으로 성당과 경당, 강의실, 회의실과 49개의 침실을 갖춰 60명이 이용할 수 있으며 단체와 개인 피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성모성심의 집
▲성모성심의 집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며 비어 있어 아름다운 성모당으로 가는 너른 잔디밭과 십자가의 고난을 생각한다. 순례길을 걸고 기도와 영적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며칠을 보내며 덜어내고 비우되 새로운 것으로 충만한 자세로 세상으로 돌아가 세상을 보다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게 되리란 믿음을 갖게 된다.
 
오후 빛을 받은 수리치골 성모성지의 너른 잔디밭과 성모당
▲오후 빛을 받은 수리치골 성모성지의 너른 잔디밭과 성모당

천주교 신자가 아니기에 피정은 어렵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보낸 몇 시간만으로도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 나는 아무래도 비어 있으되 충만한 이 수리치골 성지를 자주 떠올리고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수리치골 성지
-소재: 충청남도 공주시 신풍면 용수봉갑길 544
-문의: 041-841-1135
-미사 : 월~금 06:30, 토·일요일 11:00(041-841-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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