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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홍성 오서산 높은 산봉우리에서 운무를 맛보다

1600 계단, 봄 야생화와 함께 하니 거뜬해요

2020.05.25(월) 19:18:10 | 보라공주 (이메일주소:eyeful3535@naver.com
               	eyeful3535@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홍성 오서산은 해발 791m로 서해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광천역에서 차로 17분 정도 올라가면 정암사까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조용한 산속에 인기척도 나지 않는 아침의 정암사는 숨소리를 내기도 힘들 정도로 고요합니다. 너무 이른 아침인 듯해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 이정표만 본 후 바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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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 서자마자 반기는 것은 계단입니다. 정암사에서 전망대까지 1,600 계단을 올라야 한다면서 계단이 힘든 사람들은 옛길을 이용하라고 경고까지 합니다. 급한 일도 없는데 천천히 올라가 보자 하며 선뜻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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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계단이라는 숫자가 감도 안 오니 무식한 게 용감한 거라 생각하고 생각없이 올랐습니다. 오서산 정상까지 2.6km라는 이정표가 나와 우리 걸음으로 1km에 30분이니까 하며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미처 계단길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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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이 오르는 오서산 등산길에 야생화가 만발입니다. 암술과 수술이 따로 피는 으름꽃, 병 모양의 꽃이라는데 오히려 나팔을 닮은 듯한 붉은 병나무꽃, 잎이 날카롭게 뻗은 각시붓꽃, 오서산에 군락지가 있는 애기나리꽃이 발길을 잡습니다. 애기나리꽃을 처음 봐서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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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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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병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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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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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리꽃

홍성에서 올라가는 오서산은 돌도 계단도 참 많지만 이쁜 꽃도 많고 나무도 우거져서 햇볕도 따갑지 않고 시원한 등산을 할 수 있습니다. 계단이 워낙 많아서인지 중간중간 오르는 곳에 안내문이 종종 서 있습니다. 하지만 옛 등산로는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지 길을 찾을 수도 없고 밑에서 보면 저 오르막을 어떻게 오르나 싶어 힘들어도 계단길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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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힘들어도 가끔 능선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길이 나오고 심심하지 않게 야생화가 피어 있어 보는 재미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망대가 나오기 전 흔히 볼 수 없는 색깔인 노란 제비꽃이랑 푸른빛의 구슬을 꿰어서 만든 듯한 꽃이라고 해서 구슬붕이라는 이름의 꽃을 만났습니다. 둘 다 흔히 볼 수 없는 꽃이어서 오래도록 앉아 관찰하다 전망대에 도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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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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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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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까지 왔을 때는 날씨가 꽤 좋았습니다. 전날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 빨리 올라갔다가 내려오자고 했지만 계단이 발목을 잡고, 이쁜 야생화가 발길을 잡아 오르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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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쉬고 있는데 등뒤로 뭔가 어두워지는 느낌이 나서 돌아보니 하늘에 먹구름이 슬며시 끼고 있습니다. 그 기운을 느끼자마자 바람이 불면서 더 올라가야 하나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정상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계단을 오르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조금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처음으로 보는 운무의 모습에 반해 연신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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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피하면서 2시간 10분 만에 오서산 정상석에 섰습니다. 중간에 긴 다리를 건너오는데, 바람에 휘청대어 몸을 반쯤 접고 걸어왔습니다. 정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아래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물기를 한껏 머금은 먹구름과 힘차게 부는 바람의 굉음소리만이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조금 무서웠지만 이런 운무를 언제 볼까 싶어 용기를 내어 정상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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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비가 조금씩 떨어져 15분 정도 있다가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산하다 올려다보니 아까 휘청거리며 건너갔던 다리가 구름에 먹힐 듯합니다. 주로 날이 좋았던 때만 골라 산을 다녔는데,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싶어 조금 뿌듯해 하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역시 계단길이지만 나무들이 막아주어 비도 안 맞고 잘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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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지인 정암사로 왔을 때는 위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습니다. 봄과 여름의 중간이어서인지 꽃도 많고 푸르른 나무들을 보며 갈 수 있어 지금 계절이 산에 가기 딱 좋은 듯합니다. 오늘같이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습하기도 하고 덥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올라가야 합니다. 열이 너무 많이 오른다 싶으면 잠시 그늘에 쉬면서 산의 냄새도 맡으며 안전하게 등산하다 오시기 바랍니다. 등산이란 게 꼭 정상을 올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자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목적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홍성 오서산
-산행코스: 정암사-1,600계단-전망대-오서산 정상-정암사
-산행시간: 3시간(휴식시간 1시간, 야생화 보고, 점심 먹는 시간 포함)
-산행거리: 3.2km 
-정암사: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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