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겨울에서 봄으로 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들이 많습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만큼이나 때가 묻고 페인트칠도 벗겨지지만, 그래도 천 년의 세월을 굳건히 지킨 홍주성. 주변 건물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키가 쑥쑥 자라고 있지만, 홍주성은 그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홍주성은 홍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곳 주변을 천년 여행길이라 부릅니다.
홍주성-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 오관리 200-2
성이 언제 축조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 때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쯤 축조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컸다고 합니다. 그만큼 마을의 규모도 컸겠죠?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홍주성 둘레는 1.5km, 높이는 3.3m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현재는 800여 m의 성벽이 남아 있습니다. 타박타박 걸어서 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만큼의 규모로 축소되었습니다.
성곽길을 따라가다 보면 홍화문에 도달합니다.
홍화문은 2013년에 복원된 홍주성의 남문입니다. 타박타박 계단을 따라가면 마치 다른 세계가 펼쳐지듯 홍주성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이때까지 걸어온 길이 도시의 건물과 뒤섞여 있습니다.
하나의 문인데 서 있는 방향에 따라 다른 풍경이 펼쳐지니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홍화문 옆에는 그 위 정자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홍주성 곳곳에는 깃발이 펄럭입니다. 홍화문 정자에 올라 풍경을 바라봅니다.
성곽을 걷기 전에 정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천년 전 이 정자에서 바라본 풍경에는 어떤 모습이 펼쳐졌을까요?
그 당시엔 이렇게 파스텔톤 혹은 회색의 네모난 건물이 레고처럼 들어서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겠죠? 손가락을 쭉 펴봅니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홍주성의 일부는 일제강점기에 파괴되고, 1978년 홍주 지진으로 인해 더 많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모진 수난을 겪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단단한 회색 돌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으니 군데군데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그간의 수고로움이 한 번에 날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덧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홍주성, 홍주는 홍성의 옛 이름이라고 합니다.
꽃향기가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봄이 오면 홍성의 오래된 발자취를 따라 홍주성을 거닐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