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날, 하필이면 비까지 내려 을씨년스러운 날씨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설명에 외국 친구들은 가볍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나섰습니다. 공주시에 들어서면서 도로 곳곳에 보이는 옛 도읍지의 모습은 관광객의 마음을 설게게 합니다. 무령왕의 금제관식 그림은 700년 백제 역사를 찾아가는 이방인들에게 신비로운 안내판이 됩니다. 
 

▲무령왕릉 가는 길
 
단풍이 시작되는 계절엔 공주의 유명한 고찰로 손님들이 몰립니다. 계룡산 자락의 고찰 동학사, 갑사, 신원사와 태화산 마곡사 입구는 단풍을 찾는 분들로 인산인해인데요, 공주 도심의 공산성과 무령왕릉은 일년 내내 꾸준히 관람객들이 줄을 잇습니다. 평일이지만 송산리고분군 입구 주차장은 단체 관광객들의 관광버스가 가득합니다.
  

▲무령왕릉과 송산리고분군 주차장
 
먼저 찾는 곳은 주차장 아래의 웅진백제역사관입니다. 돔 모양이 특이한 이 건물은 지하에 역사전시관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입구는 제법 신선한 느낌도 줍니다. 공주의 홍보대사인 박찬호 선수와 박세리 선수의 사인이 나란히 걸려 있는 입구를 지나면 무령왕과 백제의 웅진시대 왕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웅진백제역사관, 공주의 자랑 박찬호 선수·박세리 선수 사인
 

▲웅진백제역사관, 애니메이션 캐릭터
 
웅진백제역사관은 과거에는 단조로운 설명식 전시관이었는데요, 올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갖추면서 훨씬 흥미로운 곳으로 변했고, 관람객들이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무령왕의 흉상 옆에는 백제의 문화에 대한 퀴즈도 풀고, 역사도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있습니다. 외국 친구들에게는 한국의 과거 왕조가 신비로운 모양입니다.
 

▲무령왕 흉상 모형
 

▲무령왕 그림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곳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컴퓨터를 이용한 정보 소통 기술) 체험존입니다. 작년 4월에 만들어진 체험존은 두 코너가 있는데요, 하나는 '웅진백제의 시간 속으로'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현실 옷장 속으로'입니다. 백제 왕의 의상을 입고 의자에 앉아서 양 팔을 치켜들면 백제의 무령왕이 되어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화면이 앞과 양쪽으로 넓게 펼쳐지니까 훨씬 실감이 납니다. 백제의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시대로 잠깐 동안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백제 의복 체험

두 번째 ICT 체험은 '가상현실 옷장 속으로'입니다. 체험존에 서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앞의 화면에 백제의 의상을 선택해서 입을 수 있습니다. 장신구도 선택하고, 직접 글씨도 쓸 수 있는데요, 마지막에 안내데스크에서 사진으로 출력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사진을 이메일로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함께 간 외국 유학생들은 다양한 백제 의상을 걸쳐 보면서 한껏 재미에 빠졌어요.
 

▲가상현실 백제 의복 체험
 
그리고 공주의 대표 유적인 송산리고분군과 공산성에 대한 퀴즈 코너와 공산성 퍼즐 맞추기 코너가 있습니다. 백제 역사에 대한 공부를 했으니까 확인을 해 봐야 하는 거죠.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는 것도 학생들에겐 흥미로운 체험거리입니다.
 

▲백제 퍼즐 체험
 

▲공산성 퍼즐 체험
 
공주에서의 추억 남기기 코너에서는 공주와 백제의 유명한 유적지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합니다. 이 사진은 이메일로 전송이 되는데요, 백제문화제가 열린 금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실제 그곳에 있는 듯합니다. 
 

▲추억 만들기
 
전시관에서 입구로 나오면서 들어갈 때 보았던 백제 미마지탈을 보았습니다. 백제 미마지탈은 좀 생소한 단어인데요, 옛날 백제 기악의 기록은 612년 백제에서 일본으로 귀화한 미마지(味摩之)가 오(吳)에서 배워 전했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오랜 연구를 거쳐 2010년에 복원되어 공주에서는 백제 미마지 탈춤을 공연하고 있습니다.  
 

▲백제 미마지탈

웅진백제역사관을 지나서 송산리 고분군 입구를 들어서면 모형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령왕릉 입구로 가는 길가에는 작은 공연장이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주말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습니다. 송산리고분군 모형전시관에는 무령왕릉과 5호분, 6호분이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송산리고분군 모형전시관
 

▲송산리고분군 발굴 과정
 
송산리고분군 모형전시관은 무령왕릉과 고분들의 모습을 실제와 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분에 직접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문화재 훼손을 우려해서 1997년부터 영구 폐쇄했다고 합니다. 모형전시관이지만 실제와 똑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진짜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얀색 칠이 되어 있는 곳이 5호분이고, 천마도가 그려진 곳이 6호분입니다. 그리고 벽돌 문양이 정교한 곳이 무령왕릉이 되겠습니다.
 

▲송산리고분군, 제5호분
 

▲무령왕릉
  
고분 모형을 지나면 실제 무령왕릉 출토 장면이 묘사되어 있고,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무령왕과 왕비의 금제관식과 장신구들, 둥근 고리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금제관식의 정교한 조각은 백제의 세련된 예술성을 볼 수 있습니다. 둥근 고리칼은 1500년 여가 속에서 쇠가 부식되어 절반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화려했던 백제 역사의 흔적이지만 결국 멸망하고 말았던 역사이기에 유물을 보면서 무상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령왕릉 출토 유물
 

▲무령왕릉 출토 유물
 
무령왕릉과 송산리 고분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 유네스코 지정 백제역사유적지구 기념비가 있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을 알고 나니까 외국 친구들 중요한 곳에 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가 봅니다.
 
우리는 우리 역사지만 별 관심 없이 스쳐 지나가기 일쑤인데, 외국 친구들은 지도를 확인하며 꼼꼼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외국 여행이니까 더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어쨌든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보이고 즐겁게 관광을 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기분 좋게 안내해 주게 되네요. 
 

▲송산리고분군에서

송산리고분군을 나와 한옥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고풍스러운 담장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을 만납니다. 이곳은 고마나루 명승길로 이곳으로부터 공주 한옥마을을 거쳐 국립박물관으로 이어진 길입니다. 물론 계속 가면 고마나루를 돌아 공산성까지 갈 수 있는데요, 정지산을 한 바퀴 도는 4.5km 정도의 산책로입니다. 걸어서 공주의 옛 모습을 찾아다니는 것도 흥미로운 체험일 것 같습니다. 
 
세종에서 공주를 운행하는 순환형 시티투어 버스도 공주 여행을 한결 수월하게 하는데요, 송산리고분군과 공산성, 석장리 박물관, 산림 박물관 등 공주의 주요 관광지가 코스에 있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행하는데요, 공주시와 세종시의 주요 관광 명소를 찾아다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네요. 

송산리 고분군 : 충남 공주시 왕릉로 37
-문의: 041-856-3151
-관람: 09:00~18:00 (입장 17:30까지)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

공주 시티투어   
-문의: 041-854-8810
-홈페이지: http://tour.gongju.go.kr/html/kr/sub3/sub3_0307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