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지역신문뉴스

설치고 말하고 행동하라

페미니즘 캠프가 간디학교에서 열리다

2019.08.08(목) 15:44:48 | 금산신문 (이메일주소:gsnews4700@naver.com
               	gsnews4700@naver.com)

설치고 말하고 행동하라

▲ 설치고 말하고 행동하라


“우리는 페미니스트다”

금산 간디학교의 강당. 40여명의 목소리가 함께 울린다.
한 학기를 준비하였고, 2박 3일간 운영한 페미니즘 캠프가 드디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강연, 토론, 수다, 영화제, 오픈스페이스, 뮤직토크쇼, 선언문 낭독, 자체 영상제작 시사회.
10대들이 모여 기획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빛났다.
그 여운이 참가자들의 마음과 일상에 오래도록 남아 이어질 것이다.

지난 봄, 금산간디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레드 스타킹>이 캠프의 개최를 선언하면서 준비가 시작되었다. 취지에 동의한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이 기획에 가세하게 되면서 준비속도는 빨라졌다. 캠프에 참여의사를 밝힌 강사들의 면모도 놀랍다. 녹색당 2018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인권감수성훈련전문가 이권명희. 퀴어 페미니스트 김아현. 젠더학 연구자 김온새봄.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한자리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면면들이다. 모두들 10대들이 직접 운영하는 페미니즘 캠프에 대한 관심으로 먼길을 마다 않고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설치고 말하고 행동하라” 캠프기간 내내 강당 정면에 걸려있던 슬로건이다. 주어진 현상과 구조에 순응하기보다 주체적으로 발언하고, 다르게 행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강당한쪽에는 참가자들이 각자 들고온 페미니즘 책들을 모아서 전시하였다. 다들 독서량이 상당하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 했던 그동안의 노력들이 함께 읽힌다.

참가자들이 나누는 이야기에도 재미있는 고백들이 많다.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렌즈’를 인식하게 된 경험. 그 ‘렌즈’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이 인상적이다. 그런점에서 젠더학 연구자 김온새봄님의 말씀이 의미깊다. “가난한 한국인 여성은 빈민일까. 한국인일까. 여성일까? 다양한 정체성(인종 젠더 나이 성적지향 사회 계급)들이 교차되어 살아움직이는 현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남자와 여자라는 카테고리로 서로를 일반화 시킨다. ‘남자아이들이란..’ ‘여자들은..’ 하는 식으로 일반화시켜 상황을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다 조금씩 다르다. 모두에게 똑같은 기준이란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만약 그런 대답을 만난다면 우리는 함께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겠다. 10대들이 페미니즘 캠프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가정’과 ‘믿음’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몸감각 깨우기

▲ 몸감각 깨우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해야하는 아주 좋은 공부가 페미니즘 공부예요.”  인권감수성훈련전문가 이권명희 님의 조언이다. 이권명희님과 함께 몸 감각 깨우기를 진행하며, 언어를 넘어선 이해의 세계를 만난다. 자신이 몰랐던 내 몸의 감각과 감성을 만난다. 내 마음속 ‘공간’과 만나고 주변과 관계 맺는 ‘거리’와도 만난다. 자연스레 상호합의와 자기돌봄의 중요성이 동시에 인식된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거리’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시하고 외면해온 또다른 나! 자각은 성찰로 이어진다. 내 일상에서 주거나 받고 있는 부당한 권위와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꽤 많음에 놀란다. 이렇게 우리가 각자 자기 목소리를 찾고, 자기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자세를 모두 가지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님과의 뮤직토크쇼

▲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님과의 뮤직토크쇼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일상의 목소리들을 깨닫게 만들어 준 만남은 계속 이어졌다. 퀴어 페미니스트 김아현님 그리고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님과의 시간은 새벽까지 계속된 긴 수다로 이어졌다. 지정받은 젠더의 경계와 규정을 가로질러 살아온 경험을 들려준 퀴어 페미니스트 김아현님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님의 아름다운 공연과 삶의 이야기는 진정한 나다움을 고민해온 10대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만난 공감과 위로의 시간. 많은 고백과 성찰이 오갔다. 자연스레 새벽까지 긴 수다가 이어졌다.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서로에게 이야기 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솔직함이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고백할 수 있게 한다. 놀랍게도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목소리들이 내 마음속 자아들에도 있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그랬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들 진짜 나다운게 무엇일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함께 손잡고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새벽까지 이야기 나누며 다짐해본다. ‘다름에 대한 존중 그리고 우정어린 시선’은 각자 꼭 챙겨야할 필수품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겠다.

선언문을 낭독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

▲ 선언문을 낭독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


“우리들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은 강사는 녹색당 2018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님이다.  어젯밤 긴 수다로 잠을 잘 못잤지만 눈을 부릅뜨고 강연에 집중하려는 모습들이 놀랍다. 세상을 바꾸겠다니! 세상을 바꾼다는 개념은 10대들에게 흔히 부담스럽거나 무거운 것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혐오와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페미니즘과 사회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놀랍다. 가능한 대안들을 10대들이 직접 재미있고 의미있게 시도해볼 수 있겠다 싶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지금 사회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어진 자체 영상 제작 시사회와 페미니즘 캠프 선언문 낭독 역시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경쾌하고 발랄하다. 10대들이 직접 내는 목소리를 함께 기도하는 심정으로 듣는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본다. 우리들의 내일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우리 함께 설치고 말하고 행동하자.

“우리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차별하지 않고 소통하겠습니다”
“우리가 모여 이미 세상이 변화하였습니다”
“더 섬세한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안티 페미니스트들에게 더 다가가겠습니다”
 

금산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금산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