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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손꼽아 기다렸던 장날…여전히 기다려지는 장터 나들이

충남 5일장 기행

2019.03.17(일) 23:08:3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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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내에는 총 35곳의 5일장이 운영 중이다. 그중 규모를 갖추고 비교적 중심가에 위치해 상설장과 5일장이 함께 열리는 곳이 19, 나머지 16곳은 정해진 날짜에만 개시돼 손님을 맞는다. 상설장과 정기장날이 겹치는 날엔 골목골목 난전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왁자지껄 손님들이 찾아든다. 과거엔 충남 전역을 누빈 보부상들이 있었다면, 이젠 오랜 터줏대감처럼 각 지역의 5일장을 상징하는 오랜 노포들이 시장을 지킨다. 다가오는 주말엔 옛 정취 풍기는 충남의 5일장으로 떠나보자. <편집자주>

 

 

‘순대’로 한판 승부

1·6일 천안 병천·성환장

 

충남의 여러 5일장 중 전국적으로 알려진 곳을 꼽자면 천안의 병천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100년 전 31일 유관순 열사와 선조들이 독립만세를 부른 아우내장터의 역사적 현장이자, 근대에 들어선 돼지 내장에 선지와 채소를 가득 채운 독특한 순대가 유명세를 이끌었다.

 

300년 역사를 가진 병천장이 순대로 유명해진 건 1960년대. 병천면에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육류 가공공장이 생긴 이후, 돼지 내장과 선지 등을 활용해 주민들이 만들어 팔면서부터다.

 

특히 병천장은 천안삼거리로 향하는 길목이라 길손들이 많았고, 순대를 활용한 먹거리는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인기였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까지는 장이 서는 날에만 국밥을 팔다가 병천순대가 인기를 얻어 몇몇 가게가 간판을 내걸고 본격 영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유명한 가게들은 10~30년 넘게 대를 이어 병천장을 지키고 있다.

 

원래 장이 서는 날은 1·6일이지만 순대거리는 항상 성업 중이며, 장날과 주말이 겹치는 날엔 인근 주민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가게마다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안시민들은 병천장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순대국밥으로 성환장 순대국밥을 꼽는다. 100년 전통의 성환장에서도 단연 인기는 별도의 가게나 간판 없이 첫 번째 집부터 다섯 번째 집까지 저마다 내놓는 순대국밥이다. 성환 순대국밥은 장이 서는 1·6일날과 그 전날(5·10) 저녁에만 맛볼 수 있는 희소성으로 더욱 인기다.

 

출출한 봄날의 배를 순대국밥으로 든든히 채우고 5일장 한 바퀴 구경은 어떨까?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는 달래, 냉이, 쑥 등의 봄나물들이 발길을 붙잡고 구수하고 담백한 육수 냄새가 입맛을 돋우는 천안의 5일장을 찾아보자.

 

전국 유일 모시장

1·6일 서천 한산장

 

충남 서천엔 전국에 딱 하나뿐인 장이 선다. 바로 한산의 특산물 모시장이다. 한산면 버스터미널 뒤편,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매월 1·6일이면 장이 선다.

 

오랜 역사가 말해 주듯 한산장에 자리 잡은 가게들의 역사도 만만찮다. 한산장의 역사 그 자체인 아성대장간은 1910년 문을 연 이래 3대째 가업을 이어 오고 있고, 60년을 맞은 학교앞철물점(1959) 50년을 훌쩍 넘긴 정함석집(1963) 등이 한산장의 산 증인이다.

 

이러한 노포와 함께 한산장의 명성을 널리 알린 게 바로 모시장이다. 1926년 무렵부터 모시장이 섰다는 말도 있지만, 이곳 주민들의 기억 속엔 훨씬 오래전부터 모시를 사고팔았다고 한다.

 

일반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10시 무렵이지만, 모시장은 이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새벽 서너시부터 시작해 동트기 전에 파한다. 여기엔 “모시는 귀신이 탐내는 옷감이라 밤 귀신이 들어가고 낮 귀신이 나오기 전인 새벽에 사고팔아야 부정을 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훨씬 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습도에 민감한 모시의 특성상 적당한 습도를 머금은 새벽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띄기 때문이며, 어둠 속에서 백열등 불빛에 비춰볼 때 세모시의 품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서란다. 한산장에서 거래되는 모시는 모두 인근 여인들이 손수 짠 것으로, 흥정 전에 미리 검사장에서 검사필을 받은 모시만 사고팔 수 있다.

 

겨우내 쉬었던 모시장이 봄을 맞아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지금, 새벽 걸음이 자신 있다면 오직 한산에서만 볼 수 있는 모시장 구경에 나서보자. 혹 늦잠을 잤더라도 괜찮다.

 

한산장의 지킴이인 오랜 노포들이 힘을 모아 꾸린 한다(韓多)공방에서 아성대장간과 정함석집의 주인장을 비롯해 솟대, 짚풀, 공작선, 천연비누, 천연염색 분야의 지역 공예가 8명이 함께 만든 다양한 공예품 구경도 솔솔하기 때문이다.  

 

짭조롭한 바다내음

4·9일 홍성 광천장

 

전국적으로 알려진 홍성의 특산물은 광천김과 토굴 새우젓이다. 오늘날 홍성은 ‘축산의 메카’란 수식어가 더 어울리지만, 과거 어업에 기반한 산업이 흥성하던 때엔 홍성보다 ‘광천’이 더 이름난 지명이었다.

 

지금도 홍성읍에서 광천으로 향하는 길엔 크고 작은 광천김 공장과 가게들, 원조 토굴새우젓을 알리는 표지판이 즐비하다. 이들 특산품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 바로 광천 토굴새우젓시장이다.

 

과거 광천장은 4일과 9일에 장이 섰다. 광천역 주변으로 비릿한 새우젓과 김을 파는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남당이나 보령 쪽에서 잡아들인 수산물도 광천장으로 모였다. 지금도 광천역이나 버스터미널에 내리면 갯내음만으로도 시장의 위치를 찾아갈 수 있을 정도다. 요즘은 장날 외에도 항상 문을 연 가게들이 많아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방문해도 무방하다.

 

광천장의 볼거리는 무엇보다 가게마다 저마다의 맛을 자랑하며 커다란 숙성통 그대로 내놓고 파는 각종 젓갈이다. 오젓, 육젓, 추젓, 자하젓 등 잡는 철에 따라 이름 붙는 다양한 종류의 새우젓들과 황석어, 멸치, 밴댕이 등의 생선을 통째로 삭힌 젓갈류는 눈과 입을 함께 사로 잡는다.

 

연중 장이 가장 붐비는 시기는 김장을 앞둔 때이지만, 봄을 맞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방문해도 좋다. 따뜻한 쌀밥에 갓 덜어낸 젓갈 한 입이면 ‘시장이 반찬이다.

/손유진 syj0319@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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