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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오백 년 고려 왕업의 출발지 천호산 개태사

은은한 범종 소리에 욕망이 가라앉는 곳

2019.03.07(목) 00:44:41 | 수운 (이메일주소:hayang27@hanmail.net
               	hayang2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논산시 연산면 천호산 개태사 전경
▲ 논산시 연산면 천호산 개태사 전경

이제 우리나라의 봄은 미세먼저 소식으로 연일 떠들썩합니다. 겨울은 이상하리만치 포근한 날씨로 끝나고 경칩도 지났습니다. 어쩌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적지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요. 드라이브하기 좋은 날이라 논산 나들이에 나섰다가 들른 곳은 호국 종찰 개태사입니다. 개태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너무 작은 사찰이라 실망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아담한 운치가 있는 곳이랍니다.

천호산 개태사 입구
▲ 천호산 개태사 입구

천호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아늑한 곳에 천호산 개태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호국 종찰 천호산 개태사' . 바위에 새겨진 문구는 볼 때마다 국가를 향한 굳은 신념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요. 천여 년 전 이 사찰을 창건하도록 한 고려 태조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 같습니다.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논둑 너머로 개태사의 긴 담장이 환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개태사 신종루
▲ 개태사 신종루

대학시절에 비둘기호를 타고 처음 찾았던 개태사는 천호산 아래 시골 마을에 있는 낡은 절에 지나지 않았었는데요.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증거로 철확이 하나 걸려 있었고, 본존불인 석조여래 삼존입상을 겨우 극락대보전에 모셔놓은 것이 고작이었지요.
경내를 들어서면 가운데 오층 석탑과 좌측의 어진전과 극락대보전 오른쪽의 창운각, 그리고 종무소 건물들이 나란히 이어져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방금 통과한 신종루의 단청이 화려합니다. 신종루의 범종이 묵중하게 걸려 있고, 왼쪽으로는 법고가 밝은 빛을 띠고 있습니다. 가끔 저녁에 들르면 6시에 범종을 울립니다. 멀리멀리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마음의 묵은 짐을 내려놓게 하는 마법을 가졌나 봅니다.

개태사 경내 전경
▲ 개태사 경내 전경

몇 년 전부터 보수 및 증축 계획이 세워지고 한 해 한 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석축을 둘러 건물 다운 모습을 드러냈고, 일주문이 있던 자리에 2층으로 된 번듯한 신종루를 세웠고 그 아래로는 연못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연못을 배경으로 한 신종루의 모습은 작지만 화려하고 운치가 느껴집니다. 좁은 나무 사잇길을 걸어 들어가면 새로운 사찰에 들어가는 느낌이 생깁니다. 저녁이 되면 범종 소리가 황산벌에 은은히 울려 퍼지며 5천 결사대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개태사 오층석탑
▲ 개태사 오층석탑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274호인 오층 석탑 또한 고려 시대의 유물인데요. 그 뒤로 천호산 산줄기가 이어져 있고, 경내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태극기가 걸려 있는 절은 흔치 않은데요. 아마도 그래서 호국 종찰이라고 하나 봅니다.

개태사 오층석탑 앞에서
▲ 개태사 오층석탑 앞에서

왼쪽에 위치한 어진전에는 고려 태조인 왕건의 어진이 걸려 있습니다. 황산벌에서 신검의 군대의 물리치고 500년 고려 왕업의 토대를 마련한 왕건이 뒷산을 천호산이라 이름 짓고, 개태사를 지었다지요. 새 나라의 운명을 하늘에 빌었던 경건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고려 태조의 영정을 모셔놓은 개태사 어진전
▲ 고려 태조의 어진을 모셔놓은 개태사 어진전

개태사 어진전의 고려 태조 영정
▲ 개태사 어진전의 고려 태조 어진

보물 제219호인 석조여래삼존입상을 모신 극락대보전에는 '입춘 기도' 현수막이 나붙었습니다. 개태사가 창건된 936년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원래는 밖에 서 있던 불상 둘레에 극락대보전을 지었다고 합니다. 본존불상, 좌 협시보살, 우 협시보살 이렇게 세 불상이 서 있는데요. 본존불상은 4.15미터로 거대하고 우람합니다. 삼존불상 앞에 서면 저절로 불심이 인다고들 하는데 실제 서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개태사 극락대보전
▲ 개태사 극락대보전

개태사 삼존불상
▲ 개태사 삼존불상(보물 제219호인 석조여래삼존입상 )

봄은 시작되었고 남쪽에선 매화꽃 소식이 들려옵니다. 양지쪽에는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데요. 아직은 푸른빛이 없어 무채색이 일반적입니다. 햇빛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태극기를 펄럭이게 합니다. 지금은 볼 것이 별로 없지만 조금 지나 3월 말이 되면 극락대보전 앞에 꽃잔디가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경내는 철쭉을 비롯한 봄꽃이 장관입니다.

개태사 극락대보전
▲ 개태사 극락대보전

4월의 극락대보전 모습
▲ 4월의 극락대보전 모습

극락대보전에서 바라보면 천호산의 완만한 능선이 무더기 무더기 펼쳐져 있습니다. 그 아래로 아담하게 개태사의 건물들이 보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산의 능선도 예쁘고 건물의 단청도 화사하네요.

오층석탑과 신종루의 모습
▲ 천호산 줄기 아래의 개태사 건물들

'개태사' 하면 유명한 것이 '개태사 철확'이지요. 직경 289cm에 높이 96cm로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솥일 텐데요. 개태사를 창건했을 때 주방에서 사용하던 솥이랍니다. 지난해 보수공사를 하면서 건물이 산뜻하게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무쇠솥은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가고 녹이 슬어 세월의 무상감을 느끼게 해 주네요. 철확 옆의 배롱나무는 7월 말이면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데요. 이 꽃이 여름 개태사를 찾는 매력입니다.

개태사 철확
▲ 개태사 철확

8월의 개태사 철확
▲ 8월의 개태사 철확

사찰이야 풍경소리만으로도 은은한 느낌을 줄 텐데요. 오래된 학교 종을 걸어놓았습니다. 지나가면서 한 번씩 쳐 보곤 하는데요. 맑은 소리는 어린 시절 점심시간을 떠올려 줍니다.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종
▲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종

여섯 시 개태사의 범종 소리가 황산벌에 울려 퍼지고 짧은 겨울 해는 반짝 빛을 내다가 금세 사라집니다.

개태사를 나오며 신종루 앞에서
▲ 개태사를 나오며 신종루 앞에서

일주문이나 산책로도 없어서 시시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길가에 있으니까 그만큼 쉽게 찾을 수 있는 개태사입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개태사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웅장했던 사찰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는데요. 봄철, 개태사 신종루 연못에 철쭉이 필 때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개태사
찾아가는 길 : 충남 논산시 연산면 천호리 111
문의 전화 : 041-734-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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