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해수욕장에서 큰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대천천이라 불리는 청천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에서 나온 물은 서해로 흘러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흘러갔다. 청전저수지를 따라가다 보면 만남의 광장 휴게소가 나오고 바로 앞에 향천 교차로가 있다.
향천 교차로에서 우측으로 틀면 이제는 산길이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험한 산길. 그럼에도 간혹 오고 가는 차들이 있다. 이 차들의 목적지가 한 곳이다. 바로 광부들의 목욕탕이었다던 낡은 건물. 향천 교차로에서 험한 산길을 1.5km 올라가면 생각보다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주소: 충남 보령시 청라면 청성로 143 (충남 보령시 청라면 향천리 142-5) 주차장: 무료
차가 없다면 오기 힘든 곳이라서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에는 차가 많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건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서너 개의 건물. 산이 우두커니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앞에 서 있는 건물들은 도심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2층의 건물이 중심을 지키고 그 주변에는 작은 건물이 곁에 있다. 초록색의 안전제일이라는 글귀도 페인트가 벗겨져 보일듯 말듯하다.
주차장에서 카페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돌담길이 보인다. 돌담김을 따라 껑충껑충 걸어가면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곳이 예전에는 광부들의 목욕탕 또는 교육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던데 이곳 이 목욕탕이 있던 자리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 방치되고 버려진 건물을 어떻게 이렇게 멋진 카페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안으로 들어가니 또 외관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큼직큼직한 공간에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웠다.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창가에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그 너머에 보이는 산과 호수. 올라오면서 보았던 풍경을 한 발짝 떨어져 보는 느낌이다.
요즘은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유행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는 공장을 마구 지었는데, 그 시기가 지나고 역사의 뒤안길을 걷게 되는 건물들, 방치되고 버려진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다. 그대로 둘 것은 그대로 두고, 고칠 것만 고쳐서 쓰기 때문에 제법 효율적이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광부들의 목욕탕과 교육장이라는 역사의 흔적은 그대로 두고, 카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모델링한 곳.
SNS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포토존은 카페를 들어가기 전 입구에 자리한 작은 통로다. 물로 채워진 인조 욕조 위에 돌담길, 그 너머에 산으로 뒤덮인 청천저수지가 보인다. 마치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보일 정도다.
밖으로 나가보자. 날이 추워 다들 안에 있지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과 가을에는 야외 테라스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겨울엔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만이 반겨줄분이다. 그럼에도 볼거리는 한가득이다.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곳곳에 놓은 소품과 작품들과 그 너머에 풍경이 꽤 근사하다.
겨울이라고 갈 곳 없다고 섭섭해할 필요는 없다. 눈이 내린 날의 풍경도 생각보다 근사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