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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코끝에 맴도는 구수한 향…내 안에 ‘밤’ 있다

충남의 술top10 ④왕율주

2018.09.19(수) 23:08:4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코끝에맴도는구수한향내안에밤있다 1



‘공주밤’으로 만든 증류 소주
전국 최초…밤막걸리도 인기
부드러운 질감 밤향기 특색
 
면세점 입점 이어 대만 수출
연매출 20억원 도내 최대 규모
“전통에 안주 말고 도전해야”

 
지역술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에는 주류 다양화의 바람에 힘입어 다양한 지역술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충남도는 최근 맛좋은 지역술 10개를 선정해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와 일반 도민들이 엄선한 충남 술 10선을 차례차례 만나보자.<편집자 주>
 
“전통주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전통방식과 포장에만 치중하다보니까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진다는 거 에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팔려야 하는데 경쟁이 안 되니까...지금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전통주들, 국가보조금 없으면 태반이 고사위기에요. 여기저기서 혁신을 말하는데, 전통주야 말로 제작부터 판매 전 단계에 걸쳐 혁신이 이뤄져야 해요. 그러지 않고선 미래가 없어요.”
 
임헌창(47·공주) 사곡양조장 대표는 인터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전통주 시장에 대해 다소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충남술 Top10으로 뽑힌 사곡양조장의 ‘왕율주’ 취재 차 만난 자리였다. 사곡양조장 대표 상품인 공주밤막걸리와 왕율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연 20억원. 사곡양조장은 매출로 도내 전통주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22년 전 폐업 직전의 지역 막걸리 공장을 인수해 도내 최대 규모로 성장시킨 당사자가 말하는 혁신은 과연 무엇일까.
 
“10년 전 막걸리 붐이 한창 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참 경기 좋았죠. 일본에도 어마어마하게 수출을 했는데 그 붐이 채 3년을 안 갔습니다. 수출 거품이 꺼지면서 한창 잘 나갈 때 설비를 늘렸던 영세 막걸리업체들이 다 문을 닫았어요. 그때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남들 다 만드는 것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만의 것,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이 같은 위기에서 탄생한 제품이 공주밤막걸리였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지만 원조는 사곡양조장이다. 공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특산물 밤을 막걸리와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하루에 막걸리 10박스 내외로 출하하던 것에서 100박스로 출하량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임 대표는 밤막걸리에서 안주하지 않았다.
 
“저희 밤막걸 리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니 여기저기서 똑같이 만들어요. 사람들은 어디가 원조인지 별로 안중요하거든요. 회사가 당장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100년, 200년 뒤를 바라볼 순 없는 것이죠. 밤으로 증류주에 도전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특산물을 눈여겨 이를 새로운 형태에 접목한 것. 왕율주는 생각의 전환을 기반으로 한 꾸준한 제품개발의 결과물이었다.
 
왕율주는 사곡면에서 생산된 밤과 지역 쌀로 빚은 증류 소주다. 밤과 쌀을 5:5의 비율로 찌고 누룩과 효모를 넣어 3개월 간 30도에 맞춰 저온발효한다. 이를 증류하면 40대 중반 도수의 술이 얻어지는데, 일정 숙성 기간을 거쳐 물과 희석해 25도, 33도, 40도로 도수를 맞춰 시중에 판매한다.
 
달콤하고 녹말이 풍부한 밤이 듬뿍 들어가다 보니 술이 일반 증류주보다 부드럽고 목넘김도 좋다. 한 모금 입안에 머금으면 알싸함이 도는데 친숙한 밤 향기가 코끝에 가볍게 맴 돈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왕율주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각종 국내 주류박람회에서 왕율주에 대한 주류업체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당당히 충남을 대표하는 술로 판매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난해부터는 대만에도 수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바이어들과 수출 계약을 진행하며 증류소주 대국인 일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왕율주로 사곡양조원의 이름을 국내외로 알리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은 국내 ‘최초’를 향한 임 대표의 열정과 집요한 추진력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일본 어느 업체가 밤 증류주를 기가 막히게 빚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곳 노하우를 전수받으려고 갖은 애를 썼어요. 외부인, 특히 타국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해서 현지 실사를 가게 됐죠. 그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공주에 돌아와선 3000만원을 들여 찐밤을 압축해 짜내는 기계를 자체 제작했어요. 일본 공장에서 유심히 본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생산되지도 않고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죠.”
 
제품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 설비 혁신과 벤치마킹은 임 대표가 여전히 강조하는 것들이다. 전통의 방식은 유지하되 현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임 대표의 혁신은 전통을 빙자한 구태를 버리고 트랜드를 선도하는 용기였다.
 
사곡양조장의 도전은 현재진행중이다. 임 대표는 최근 신축한 증류주 공장에 이어 내년에는 기존 막걸리 공장을 새로 짓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롭게 신축되는 양조장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교육·체험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술을 빚는 생산 공장에서 나아가 농업 6차산업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마곡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사곡양조장이 공식 체험업체로 등록됐어요. 저희 양조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어느 곳에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아주 즐거운 전통주 체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한번 들린 방문객이 평생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멋진 공간을 만들거에요.”
 
임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전통주 업계가 변해야 살아남는다고 누차 강조했다.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는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도전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임 대표의 소신처럼 이른바 전통의 현대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이다. 의식주를 비롯해 공연·예술 등 문화계 전반에서도 전통을 재해석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공주의 왕율주, 예산의 사과브랜디 등 당당히 충남의 술로 뽑힌 증류주들은 주류업계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선도하고 있다. 전통을 오롯이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이들이 있어 ‘충남의 술’은 미래가 밝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선택했다. 사곡양조장의 다음 도전이 자못 궁금해진다.
/김혜동 khd122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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