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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농익은 봄의 향기…사랑의 달콤함이 이러할까

충남의 술 Top10 ③ 두견주

2018.08.29(수) 11:12:3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전통방식으로 밑술을 빚는 과정. 고두밥을 넓게 펼쳐 식히고 있다.

▲ 전통방식으로 밑술을 빚는 과정. 고두밥을 넓게 펼쳐 식히고 있다.
 

당진 면천에서 생산되는 두견주.

▲ 당진 면천에서 생산되는 두견주.


고려시대부터 1000년 역사 자랑

진달래꽃으로 만들어 ‘두견주’

밑술·덧술 빚어 100일 간 숙성

 

단맛 강하고 은은한 꽃향기 특징

곡주와 달리 신맛·누룩냄새 없어

남북정상회담 만찬주 선정돼 인기

 

지역술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에는 주류 다양화의 바람에 힘입어 다양한 지역술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충남도는 최근 맛좋은 지역술 10개를 선정해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와 일반 도민들이 엄선한 충남 술 10선을 차례차례 만나보자.<편집자 주>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인기몰이를 한 전통주를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충남의 술이 있다. 당진의 골짜기 깊은 아미산 자락에서 1000년의 비법으로 이어 내려온 ‘두견주(杜鵑酒)’가 그 주인공이다.

 

두견주는 찹쌀과 두견화라 불리는 진달래꽃을 섞어 빚은 술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당진을 대표하는 지역술로 명성이 높았고, 올 초에는 남북정상회담 공식만찬주로 선정돼 한동안 품절대란(?)을 겪기도 했다. 술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그 맛을 인정받아 당당히 충남의 술 Top10으로 선정됐다.

 

두견주는 예부터 집에서 빚었다 하여 가양주(家釀酒), 진달래꽃의 약성과 향기를 더 했다 해서 가향주(加香酒)로 불린다. 밑술을 빚는 날부터 완전히 숙성이 끝날 때까지 100일이 걸리기 때문에 ‘백일주’라는 별칭도 있다.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 장군의 병을 낫게 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어 우리나라 대표 약주(藥酒)로도 손꼽힌다.

 

찹쌀과 누룩, 진달래꽃이 주 재료인 두견주. 당진의 대표 특산물인 쌀과 향긋한 진달래가 만났으니 달콤함이 절로 상상된다. 실제 두견주는 끈적거릴 정도로 단맛이 강하고 진달래꽃의 꽃 빛깔이 그대로 술에 녹아들어 진한 담황색을 자랑한다. 일반 곡주와는 달리 신맛과 누룩냄새가 거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100일 공정의 첫 시작은 쌀을 깨끗이 씻는 것부터 시작된다. 당진에서 생산된 질 좋은 찹쌀을 뽀얗게 씻어 물에 불리고, 한 김 쪄서 고두밥을 만든다. 고슬고슬하게 쪄진 고두밥을 넓게 펴서 식힌 후 커다란 항아리에 누룩과 물을 넣어 일주일 간 발효한다. 이것을 ‘밑술’이라고 부른다.

 

다시 찹쌀로 물에 불려 고두밥으로 쪄낸다. 이때 새로 쪄낸 고두밥을 식히는 과정에서 진달래꽃과 밑술, 누룩을 섞는다. 두 번째 공정을 마친 후 항아리에서 약 80일간 발효를 시키게 되면 ‘덧술’이 완성된다. 덧술이 두견주가 되기 위해선 20여일의 숙성 과정이 더 필요하다. 덧술에서 술지게미를 걸러내 20여일을 더 발효시키면 지금의 황금빛을 띄는 맑은 술이 얻어진다. 진달래의 향기를 품은 달콤한 두견주가 마침내 100일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두견주를 빚었다지만 그 중에서도 맛 좋은 두견주를 빚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만드는 사람이 제각각이니 술맛 또한 천편일률이겠냐만 가장 중요한 비법은 질 좋은 진달래를 채취하고 고두밥에 넣는 양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견주를 빚을 때는 덧술에 진달래꽃잎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꽃을 많이 넣게 되면, 술 빛깔이 붉게 되고 쓴맛이 돌아 좋지 못하다. 꽃잎을 채취할 때는 가능한 만개한 꽃을 따야 한다. 건조할 때는 반드시 그늘에서 해야 한다. 생꽃잎은 약간의 산미가 있어 발효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술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건조시킬 때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해야 한다. 시간을 오래두어 방치하면 꽃잎이 들러붙어 꽃술을 제거하기 힘들고, 탈색이 많이 돼 볼품이 없어진다. 어설프게 건조되거나 오랜 시간 건조된 진달래꽃잎으로 술을 담그면 빛깔도 떨어지고 향기 또한 나빠지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과정 하나하나에 장인들의 곡진한 정성과 예리한 감각이 더해졌을 때만이 비로소 제대로 된 두견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두견주는 1000년의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명맥과 진달래꽃을 첨가해 100일 동안 정성으로 빚는 제조공정에 힘입어 지난 1986, 국내 최초로 경기도 문배주, 경주 교동법주와 함께 국가무형문화재(86-2) 지정을 받았다.

 

2001 8, 두견주 기능보유자였던 박승규 명장이 사망하면서 한때 전승이 중단되었지만 2007년 ‘면천두견주보존회’가 설립돼 천년의 명맥을 잇고 있다. 보존회원으로는 김현길 회장을 비롯해 채우순, 이상열, 김유순, 유재석, 이성숙, 박노규, 김상돈 씨 등 면천에 살고 있는 4가구 8명이 활동 중이다. 회원들은 면천에서 일찌감치 맛 좋은 두견주를 만들기로 소문난 이들이었다. 지역의 소중한 자산인 두견주의 명맥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모여 지금의 보존회를 있게 했다.

 

보존회는 두견주의 명맥을 잇기 위해 지속적으로 회원을 영입, 양조 전문가로 양성 중이다. 75세 정년으로 기존 회원이 더 이상 술을 만들지 못할 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형문화재 보존에 있어 고질적인 난맥을 면천두견주보존회는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 27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공식만찬주로 선정되면서 두견주는 한때 품절대란 사태를 겪었다. 전국에서 주문전화가 쇄도했지만 생산량이 그에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보존회는 높은 판매고에 힘입어 올해 두견주 판매 매출을 35000만원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22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8명의 보존회원의 인건비, 양조장 관리비 등을 충당하려면 빠듯한 금액이다. 김현길 회장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전통주들이 많지만 전반적으로 판매되는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우리 전통주를 만찬주나 건배주로 많이 애용한다면 판로확보나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우리쌀, 우리농산물로 만든 술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전통주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 면천 주민 하나하나가 두견주 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두견주의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혜동 khd1226@korea.kr

고두밥에 누룩과 진달래를 섞어 담고 있다.

▲ 고두밥에 누룩과 진달래를 섞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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