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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장사보다 베풀며 나누는 삶…“음식으로 대접하는 봉사”

우리동네 착한가격업소 ③ 금산 만두마당폐백닭집

2018.08.29(수) 10:12:3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김민주 대표

▲ 김민주 대표

 

금산시장 입구 ‘참새방앗간’

맛·가격 손님발길 쌍끌이

 

직접 농사지은 국산 재료

오랜 단골 사로잡은 비결

 

말복 이후 맹렬한 더위가 한풀 꺾인 듯 주춤했던 지난 17일 오후, 장날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한 금산시장 입구에 유독 들고나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한 가게를 찾았다. 만두마당폐백닭집. 이곳은 금산 토박이로 30여 년간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켜온 김민주(56) 대표의 삶터다.

 

가게가 전통시장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초등학생부터 인근 직장인은 물론 머리 희끗한 오랜 단골까지 다양하다. 식탁에 오른 메뉴는 세 가지 국수와 한우비빔밥, 그리고 돈가스, 가격은 모두 3000~5000원 사이다. 차려진 음식의 양이나 벽에 붙어 있는 원산지 알림판 등을 확인하고 다시 가격을 들으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김 대표가 지금의 자리에서 가게를 시작한 것은 1986. “처음에는 시장에서 그릇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친정 큰 오빠가 음식장사를 권했어요. 그래서 당시에 이미 10년 정도 만두가게를 하시던 시고모님께 만두를 배우기 시작했죠.

 

친정 오빠의 권유와 시고모의 노하우는 김 대표의 손맛과 만나 금산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만두로 시작한 메뉴는 국수로 늘어나고 거기에 쫄면과 비빔밥, 돈가스 등이 추가됐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만두가 제일 간단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는 김 대표. 그러나 막상 닥쳐보니 만두는 손이 많이 가고 정성도 적지 않게 드는 음식이었다. 손수 반죽을 해 피를 만들고, 속재료도 맛을 살리기 위해 기계로 가는 대신 칼로 일일이 다져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루 300개 정도만 만들어 그날의 판매량만큼만 빚어내는 만두는 멀리 서울이나 전주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름에는 가게의 대표메뉴 만두를 과감히 생략할 만큼 결단력이 강하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더운 날씨에는 만두피와 속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칫 음식이 상할 수 있다.

 

“예전엔 만두를 만들어서 냉동하기도 하고, 그날 팔고 남으면 다음날 내기도 해봤어요. 그런데 그러면 만두 맛이 바뀌어요. 요즘 같은 날씨면 아무리 조심해도 음식이 상해서 식중독 같은 위험도 있죠. 9월까지 만두는 쉬어야 해요.

 

혹시 만두 맛을 기대하고 들를 예정이라면 찬바람이 부는 시기까지 당분간 계획을 보류해야 한다.   

 

대신 여름철에는 살얼음 둥둥 떠 있는 시원한 열무국수가 인기다.

 

“여름에 열무국수를 시작하고부터 하루도 안 빼놓고 매일 아침마다 오셔서 곱빼기를 국물까지 다 드시고 가는 분이 계세요. 그렇게 맛있게 드시고 또 찾아주시면 음식을 하는 보람을 느끼죠.

 

열무 국수 한 그릇 4000천 원, 곱빼기라고 해서 값을 더 받지는 않는다. 면뿐만 아니라 한우비빔밥이나 돈가스에 딸려 가는 밥도 마찬가지다. 밥 한 공기를 더 요청해도 김 대표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이건 그냥 서비스로 드세요”라며 흔쾌히 건넨다.

 

때로 십수년 이곳에 들르는 어르신들 중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국수를 천 원어치만 달라는 분들도 있고, 딸려 나온 겉절이를 남겨 싸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그럴 때면 어르신들에게 국수 한 그릇을 그냥 내어드리고, 겉절이를 따로 한 대접 포장해 드린다.

 

다음엔 그 분들이 다른 손님을 모시고 와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국수 한 그릇, 겉절이 한 대접의 마음을 고추장이나 된장 한 그릇으로 되돌려주기도 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장사를 하려고 하면 그렇게 못하죠. 베푼다는 마음으로, 제가 살아온 금산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죠. 건강하게 이렇게 해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 하면서 하는 거예요.

 

김 대표가 가게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과 같이 착한가격업소를 유지해 갈 수 있는 데에는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힘이 된다.

 

, 양파, 고추와 같은 양념재료들은 물론 열무국수의 주재료인 열무, 매일매일 새로 담그는 겉절이 재료인 배추까지 시아버지가 직접 농사지은 질 좋은 재료를 공급해 주기에 각종 야채 파동이 일어나도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가끔 말씀으로 “그렇게 장사해 무엇이 남느냐”며 만류하는 듯하지만 실상 가장 큰 후원을 받는 셈이다.

 

만두마당의 또 다른 인기 메뉴로 한우비빔밥이 있다. 가지, 호박, 콩나물, 당근, 생채 등 갖은 야채에 양념된 소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맛깔난 비빔밥의 가격도 5000천 원이다. 한 숟갈은 넘음직 넉넉하게 올라간 소고기 고명이 100% 한우임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가격이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재료도 값싼 수입산을 사용한다면 착한가격 의미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 김 대표의 말은 손님에게 나가는 음식 하나도 내 식구가 먹는 것과 똑같이 대하는 그의 신념을 알게 한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상호에 얽힌 사연과 식사 메뉴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비결 하나를 더 알려줬다. ‘만두마당폐백닭집’ 상호에서 추측되듯, 폐백음식과 제사 닭 등이 그의 또 다른 특기로 오래 전부터 주문받아 제작하는 인기 메뉴라 한다. 한과, 인삼정과, 구절판, 육포, 곶감과 오징어를 오려 만든 장식까지 김 대표가 손수 다 만들고 있다.

 

그릇 가게를 할 당시, 혼수 그릇을 맞추러 온 손님들이 폐백음식을 걱정하는 사정을 보고서는 블루오션이었던 폐백음식을 직접 배우며 익혔다고. 그렇게 음식을 맞춰간 손님들이 다시 제사나 잔치 때 음식을 요청하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주문받는 음식상들이 가게를 유지해 주는 효자 노릇을 한다고.   

 

언뜻 보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갈래의 메뉴, 만두와 국수를 메인으로 하는 식사류와 폐백·잔치상으로 대표되는 행사음식. 김 대표는 각각의 영역에서 장단점을 살려 식사 손님들의 한 끼를 든든하게 책임지고 관혼상제를 치를 손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다.

 

음식으로 베풀고 음식으로 나눈다는 김 대표의 철학은 ‘착한가격’ 못지않게 ‘착한업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원한 열무국수와 함께 늦더위를 식히려면 바로 지금, 속 꽉 찬 만두 맛을 보고 싶다면 찬바람 불어오는 날 금산시장의 ‘참새방앗간’ 같은 만두마당을 찾아보자.  

 ●주소 : 금산군 금산읍 건삼전길 11

●문의: 041-753-2835

/손유진 syj0319@korea.kr

장사보다베풀며나누는삶음식으로대접하는봉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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