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의 성지순례코스를 걷기 위해 강경을 찾았습니다. 강경 젓갈시장 사거리에서 시작해 익산 나바위성당에 이르는  2.31km의 성지순례코스는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코스를 조금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더위의 기세도 만만치 않고 이왕 걷기로 다짐했으니 코스 변경이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병촌성결교회를 코스에 넣으니 걷기에는 너무 멀었습니다. 그래서 병촌성결교회는 차량을 이용하고 나머지 코스는 옥녀봉 아래에서 차를 세워둔 후 걷기로 했습니다.

 




병촌성결교회는 논산과 강경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곳입니다. 1938년에 건립된 병촌성결교회는 일제에게 탄압받는 지역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준 곳입니다. 하지만 일제시대 때 교단이 해체되었고 독립과 함께 되찾은 재건의 기쁨도 잠시 6.25 전쟁 때 신도 66명이 처형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병촌성결교회는 1989년에 순교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기념비를 세우고 신도들을 위한 기념관 등을 마련하여 성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병촌성결교회를 찾는 분이라면 필그림 카페에 들러 차 한 잔과 함께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병촌성결교회 입구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요. 은행나무의 내력을 살펴보니 우리가 전설 속의 인물로만 알고 있는 전우치의 지팡이가 자라서 은행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성지순례를 위해 찾은 병촌성결교회에서 예상하지 못한 전우치의 은행나무를 만났으니 그야말로 득탬이라 할 수 있겠지요?




강경침례교회에서 강경의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인 김무길 선생님을 만났는데요. 강경을 찾을 때 숨겨진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를 설명해주는 김무길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정말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강경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는 김무길 선생님 같은 분들 덕분에 강경 여행은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논산시는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옥녀봉 아래 폐가로 남아 있던 교회를 복원하였는데요. 그동안 외부만 볼 수 있고 내부는 볼 수 없었는데 김무길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옛 모습은 아니지만 전시공간으로서 강경침례교회는 방문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강경침례교회를 본 후 강경 여행의 시점과 종점인 옥녀봉에 올라보았습니다. 금강 너머로 저무는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인데요. 옥녀봉이라는 이름도 전설에 의하면 선녀들이 내려와 경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하늘에 오르지 못했다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옥녀봉 아래에 논산시가 지정한 근대문화골목이 있습니다. 잠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교회 양식인 (구)강경성결교회 예배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 묵은 벽화를 지워내고 새로 설치한 조형물이 눈길을 끕니다.




 강경을 찾는 분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작은 강경에 "교회가 참 많은 것 같아요."라고요. 그 내력을 살펴보면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 있습니다. 강경은 우리나라 최초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강경성결교회와 최초의 침례교회 예배지, 최초의 감리교회, 최고의 한옥교회, 김대건 신부의 유숙지 등 곰삭은 강경의 역사와 함께하는 종교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의 유숙지를 끝으로 성지순례코스를 마무리했습니다. 종교적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많은 신자가 희생된 병촌성결교회, 우리나라 최초의 침례교회 예배지인 강경침례교회, 우리나라 최고의 한옥교회인 (구)강경성결교회, 우리나라 최초의 신사참배 거부지인 강경성결교회, 성 김대건 신부 유숙지를 코스로 걸으면서 강경의 새로운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성지순례코스를 걸으며 받은 "한국전쟁 속의 강경"을 읽었습니다. 강경의 역사적인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경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강경의 성지순례코스를 찾아 걸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