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진 길이 이어졌다. 농기구가 널브러져 있는 농지를 지나 마을회관을 지나면 외길이 나온다. 두 차가 앞뒤로 만난다면 누군가는 뒤로, 누군가는 앞으로 가야 하는 좁은 길이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까지 차를 끌고 올라가면 주변은 온통 흙투성이다. 그런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천안 풍세리에 자리한 풍세커피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심을 벗어나 꼬불꼬불 길을 따라가야 하는 불편함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올해 7월에 문을 연 새로운 카페다. <알쓸신잡2> 천안아산편에 나온 카페이기도 하며, 천안시 건축문화디자인 상을 받은 오래된 한옥 카페다.
사실 이 한옥은 경북 영주에 있던 150년 된 한옥으로 천안으로 이전하고 복원한 고택이자 천안시 건축 문화 디자인 은상을 수여한 한옥이다. 카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까지도 볼만하다.
일부 내외부 공간은 생활에 불편하지 않도록 현대식으로 바꾸었지만, 온통 앤티크 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색깔은 확실하다. 켜켜이 쌓인 역사.
풍세커피가 여는 12시를 조금 지난 12시 20분에 도착했다. 창가에 햇살을 받으며 한 커플만이 앉아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
한옥 안에서는 커다란 유리 창문 밖으로 한옥 정원이 보인다. 지나간 계절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주변이 허허벌판이다. 뛰어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곳,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신록이 물들인 봄이면 갈색 들판이 초록색 옷을 입는 계절이면 정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들고 오손도손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투명한 온실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겠지. 상상 속 이것의 봄은 그렇다.
그것이 다른 계절,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은 이유다.
풍세 커피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인 가정집인지 아닌지 감이 오지 않아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가니 표지판이 보인다.
즉, 이곳은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제헌의원으로 지내신 이병국 제헌의원의 손자
이정구씨와 전주이씨 대종부인 임순례씨 부부의 가택이라고 한다. 전통 가옥을 짓기로 하고 3년을 걸쳐 완성된 본 고택은 원래 경북 영주시 단산면 병산리 소재에 있던 120여 년 된 고택. 이전 복원하는데 한 채의 고택이 더 필요해 전통 한옥의 소재 및 형색을 최대한 살려 복원하였으며, 내외부 공간은 일부 재구성했다고 한다.
위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한우물2길 90
영업시간: 오전 12시 ~ 오후 9시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