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행복하게 늙어가는 지역공동체를 위해

<충남 사회적기업 경영스토리2> 천안돌봄사회서비스센터

2017.11.20(월) 13:43:18 | 솔이네 (이메일주소:siseng@hanmail.net
               	sise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귀촌하고 둘째가 태어났을 때다. 첫째는 아직 어렸고 양가 부모님은 멀리 계셨다. 직장 다니느라 아내의 산후조리를 적극적으로 도울 형편이 안 돼 산후도우미(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았다. 인근 마을에 사는 아주머니가 집으로 매일 오셨다. 장모님과 비슷한 연배였다. 갓 태어난 둘째 목욕도 시켜주고,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아내를 대신해 빨래, 설거지를 도와주셨다. 아주머니가 들깨 넣고 끓여주는 머위들깨탕을 아내가 참 좋아했다. 우리 집 주변에 머위가 지천이다. 요즘에도 봄에 머위가 자라면 아내는 그 때 산후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배운 머위들깨탕을 끓인다.   

예전에는 가족공동체 안에서 그런 돌봄이 가능했다. 요즘에는 전문 기관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산후조리뿐만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과 환자, 장애인까지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가 소득에 따라 지원하기 때문에 약간의 자기부담금만 내면 된다. 지불한 돈만큼 서비스를 받는 미용실, 피부관리 같은 서비스업종과 다르다. 아내가 받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프로그램 목록에 ‘머위들깨탕’은 들어 있지 않았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시집간 딸에게 먹였듯이 아내에게 끓여준 음식이다. 돌봄은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아니다.
 
  “저희 기관에도 진상고객이 없는 건 아니죠. ‘당신 나 때문에 월급 받잖아’ 이러면서 못 되게 구는 이용자들도 있어요. ‘창틀 닦아라.’ 이러면서 비용만큼 알뜰하게 부려먹는…….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면 좋은데 말이죠. 우리 선생님들이랑 잘 맞아서 오래가는 분들도 계세요. 그 분들 특징은 서로 고마워하는 거죠.”
 

행복하게늙어가는지역공동체를위해 1


  
(주)천안돌봄사회서비스센터 정경록 대표는 이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인’ 등 모든 직원들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대부분 50~60대 여성들이다. 정 대표는 “선생님들이 돈 벌려고 이 일하는 게 아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 역시 돈 벌기 위해 천안돌봄센터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는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돕는 자활사업에서 시작된 일이다. 
 
정 대표는 사회복지사다. 천안지역자활센터에서 간병사업단 실무자를 맡고 있던 그는 2009년 가사간병, 노인돌봄, 장애 영역에서 일하던 자활센터 직원들과 함께 이곳을 창업했다. 
 
“자활센터에 있으면 잘릴 염려도 없는데, 나가서 망하면 어떻게 하지? 처음에는 걱정도 했어요. 10년 간 자활센터에서 일해서 편해질 때도 됐었죠. 하지만 그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은 커져가고 그동안 해놓은 게 아깝기도 하고. 그 때도 간병사업단에 근로자 60명에 간병회원까지 100명 정도 일하는 분들이 계셔서 책임감도 들었죠.”
  
이제는 330여 명이 월급을 받는 일터로 성장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회원들까지 합치면 400여 명의 일자리를 책임진다.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환자, 산모까지 종합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천안돌봄센터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만 1,000여 명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고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지역의 돌봄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기관에서 요양서비스를 받던 어르신께 서비스를 제공할 선생님을 연결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서비스는 똑같으니까 다른 곳에 받으시라고 해도 ‘내가 좀 더 참을게.’라며 굳이 여기서 받겠다고 기다리시는 분도 계세요. 반대로 돌보던 어르신이 돌아가시거나 이사 가면 선생님들이 일을 그만 두시게 되는데 ‘나 또 올 거니까, 출자금 안 돌려줘도 돼.’ 이렇게 말씀하세요.”
 

행복하게늙어가는지역공동체를위해 2


  
천안돌봄센터는 주식회사이지만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활센터에서 처음 독립할 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주를 모집했다. 40여 명이 똑같이 30만 원 씩 출자했다. 주주총회도 협동조합처럼 1인 1표를 행사한다. 최근에는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주주총회 한다고 하면 선생님들이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오세요. ‘내가 행사 주인이야’ 이런 이야기 들으면 긴장되고 고맙기도 해요. 그 분들에게 30만 원은 작은 돈도 아니거든요.” 
 
주주총회뿐만 아니라 이사회, 노사협의회, 월례회의 등 다양한 의사결정구조에 직원들이 참여한다.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 달에 한번 모여 정보를 공유한다. 한꺼번에 다 모일 수 없어 사업별로 월례회의를 진행한다. 장애팀은 200명이 넘어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로 나눠 회의를 연다. 사회공헌사업으로 추진하는 ‘반찬통’도 현장직 이사를 맡고 있는 ‘선생님’이 제안한 일이다.
 
“현장직 이사님이 다른 기관에서 반찬을 제공하니까, 어르신들 중에 다른 데로 가려고 해서 고민이라며 우리도 반찬사업을 하자고 하신 거예요. 저는 살림을 못해서 지역에 있는 사회적기업인 ‘즐거운 밥상’에 돈을 주고 반찬을 맡겨서 만들자고 했죠. 사회적기업 간 연대차원에서. 그런데 이사님이 ‘반찬 만드는 게 뭐 어렵냐.’며 본인이 월례회의에서 설명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18명의 선생님이 모였어요. 격주로 재료비는 센터에서 부담하고 선생님들이 반찬을 만들고 관리직으로 일하는 실무자들이 배달을 했죠.”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반찬통’은 천안의 시민단체들이 결합하면서 격주에서 매주로 확대됐다. 반찬 재료를 후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만든 반찬을 장애인, 혼자 사는 남성 가구에 제공한다. ‘선생님’들의 자원봉사 참여도 자발적이다. ‘우리 어르신이 반찬 못해먹어서 너무 답답해. 내가 나가서 반찬 만드는 일 할 테니, 우리 어르신 꺼도 해줘.’ 이런 식이다. 
 

행복하게늙어가는지역공동체를위해 3


천안돌봄센터의 이런 조직문화에는 정 대표의 ‘윤리경영 철학’이 깔려 있다. 흔히 직장에서 관리직과 현장직 사이에 갑을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돌봄서비스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관리직이 사무실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현장직은 더 힘든 곳에 배치될 수도 있고, 일이 없어서 쉬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 대표가 매번 강조하는 것이 관리직과 현장직의 상호존중이다.    
 
“저부터 관리직원들에게 권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모두 사회복지사인 관리직원들도 선생님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요. 관리직이 갑이 될 수 있지만, 선생님들이 없으면 우리도 여기에서 일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선생님들이 어르신이나 환자를 만날 때도 똑같이 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관리직에게 존중받으니까 현장에 가서도 고객들을 존중하는 거죠. 다른 센터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내용은 똑같은데 왜 우리에게 오냐’고 물으면 ‘여기가 더 친절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선생님들도 우리 센터에서 더 환영받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고…….”  
 
돌봄서비스는 힘든 직업이다. 처우도 좋지 않다. 서비스를 제공할 고객이 연결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쉬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고객에게 서비스 이용권을 주고 비용을 국가 부담하는 ‘바우처 사업’이라, 이들의 임금은 국가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최저임금은 크게 오르고 있지만 국가가 주는 ‘수가’는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기준대로 임금을 지급하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많은 업체들이 정부가 정한 기준 만큼만 지급하지만 천안돌봄센터는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해 시간 당 200~300원 정도를 더 지급한다.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모두 합치면 한 달에 3만 시간 정도다. 1개월에 600~900만 원의 추가비용을 센터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1년이면 1억 원 수준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자 2014년 기준으로 2억 원 넘게 흑자였던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해 2016년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행복하게늙어가는지역공동체를위해 4


 “‘자존심이 있지, 우리가 돈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 해보자고 했죠. 작년에 허리띠 졸라매고 해보니 생각보다 적자 폭이 크지는 않았어요. 올해는 수가가 거의 안 올라 적자폭이 커질 것 같아요. 작년같이 하다가는 상반기 안에 거덜 날 정도로. 일부는 작년 기준으로 지급하고 상반기 정산해서 남으면 드리기로 했어요. 이런 면에서는 윤리경영이라 하기 부끄럽네요.”
 
이런 과정도 주주총회, 노사협의회를 통해 현장직 직원들과 함께 정했다. 급여보다 중요한 것이 내가 사랑하는 일자리, 회사가 살아남는 일이라는 걸 직원들도 이해한다.  
 
“선생님들이 먼저 ‘다른 센터만큼만 줘도 돼. 여기 없어지면 우리 다른 센터 가야하는데, 난 거기 싫어.’ 이런 말을 하세요. 울컥하죠. 왜 이런 피해를 우리가 감수해야 하나. 서로 이렇게 양보할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실 열 받는 일이죠.” 
 
인터뷰가 국가의 복지정책 문제로 확대됐다. 정 대표는 ‘돌봄바우처 정책’에 대한 불만과 개선방안을 쏟아냈다. 이 분들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돌보는데 마음을 쓰고 있는지, 국가가 복지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인색한 지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일이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앞으로 내가 늙어갈 지역에서 나를 돌볼 사람들의 문제다. 정 대표에게 ‘돌봄’의 의미를 물었다. 
 
“천안은 앞으로 내가 늙어서도 살아갈 동네에요. 내가 늙으면 돌봄서비스를 우리 센터에서 받고 싶어요. 제주도나, 천안이나 노인과 장애인은 다 있어요. 지역에서 돌봄서비스가 유지 안 될 경우, 서울에 있는 아들, 딸이 와서 할 수 없는 문제죠. 돈 보고 하는 일이 아니에요. 돌봄에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으로 일자리가 연결돼야 그 분들이 지역에 남아서 이 일을 계속 하는 거죠.”
 

행복하게늙어가는지역공동체를위해 5


누구나 늙는다. 병에 걸리기도 한다.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당장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더라도 친척, 친구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 아이를 낳은 산모는 충분히 쉬고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삼촌, 숙모 사촌누나까지 함께 살 때는 가족이 그 일을 맡았다. 가족이 힘에 부치면 이웃이, 그 마을에서 함께 돌봤다. 혼자, 네 식구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가 되면서 가족 중에 누군가 돌봄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한 가정이 무너지기도 한다. 돌봄은 가족이든, 마을이든, 국가든 공동체가 맡아야할 일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돌봄이 아니다. 가족,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다.

“연대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천안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일하던 활동가들이 아이를 낳으면 대부분 우리 선생님들이 산후 관리를 해요. 그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거죠. 장애팀의 경우 아이 때부터 돌보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서비스를 받기도 해요. 장애가 있다 보니 집에서는 여전히 아이 취급받지만, 우리 선생님들이 네일아트도 해주고 성인 대접하면 고맙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러죠.”  

지역의 친한 이모나 할머니가 되는 일이다. 시간이 더 흘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던 ‘선생님’들이 노인이 되면 센터의 후배들이 돌봐주는 일도 생길 지도 모른다. 

“앞으로 노인요양시설도 꿈꾸고 있어요. 내가 늙어서 이용할 수도 있는 시설이잖아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1000명이 있는데 뭘 못할까 싶어요. 지역에 있는 분들과 같이 잘 늙어 가고 싶어요.” 

사라져가는 ‘지역돌봄공동체’를 복원하고 있는 이곳은 지역에서 함께 지켜야 할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모두 행복하게 늙어가기 위해.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두정로 12, 305호 | 041-564-0350

* 이 글은 충남시민재단이 발행한 '2017 충남사회적경제 윤리경영 사례집'에도 실렸습니다. 

 

 

솔이네님의 다른 기사 보기

[솔이네님의 SNS]
  •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myeongjin.jeong
  • 트위터 : @tellcorea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