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든 같은 장소의 사계절을 되도록이면 보려고 한다.
설경이 예뻤던 겨울을 지나 싱그러운 녹음이 더해가는 5월의 봄에 아산 봉곡사를 다시 찾았다.
이맘 때면 작약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봉곡사하면 주차장에서부터 경내까지 이르는 소나무숲길 또한 빠질 수 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나무가지마다 하얀 눈이 쌓여있던 겨울과는 또 다른 모습의 푸르름이 펼쳐지는 봄의 모습이다.
중간에 포토존이 있을만큼 사진애호가들에게 인기있는 구간도 있다.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봉수산으로 올라가도 좋다.
나의 목적은 봉수산의 작약을 보기 위함이니 가던 길을 다시 재촉해본다.
작약을 만나러 가는 길이지만 소나무숲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찔레꽃, 애기똥풀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화들 또한 눈을 사로잡아 가던 길을 자꾸 멈추게 만든다.
아담한 경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봉곡사는 신라 51대 진성여왕 원년(887년) 도선국사가 창건하여 그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에 여러 번의 중창과 조선 선조때 임진왜란으로 본전을 비롯한 여섯 암자들이 전부 폐허되었다가 인조24년(1647년)에 다시 중창했다. 지금의 봉곡사라는 이름은 22대 정조18년(1794년)에 개칭하였고 조선 고종7년(1891년) 서봉화상이 법당 및 요사를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 주인공인 작약을 만나러 삼성각으로 향한다.
새해 소망등이 달려있던 신년초와 달리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달아놓은 연등이 새롭게 매달려 있다.
그리고 분홍과 빨강의 작약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대단위의 작약밭이 펼쳐지는 축제들도 있지만 아담한 사찰에서 보는 작약은 또 다른 감동이다.
조금 성급했나보다. 아직은 한창 피고 있는 중이었지만 양지 바른 곳에 있던 작약들은 활짝 피어 있어 위로가 된다.
익히 알고 있던 진분홍의 작약과 연분홍, 꽃잎이 겹겹이 쌓인 독특한 작약까지 작은 공간이라도 앙증맞게 종류별 색깔별 있을 건 다 있다. 꽃이 크고 탐스러워서 함박꽃이라고도 한다는데 꽃말처럼 '수줍어'하는 소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예용으로도 심지만 한방에서는 뿌리를 약재로도 사용하는 고맙고 여러모로 쓸모있는 예쁜 꽃이다.
이맘 때 피어나는 작약도 작약이지만 새하얀 불두화도 한켠에 풍성하게 자리하고 있다.
부처님의 곱슬곱슬한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 '불두화'라 하는데 그 이름 한 번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5월과 6월에 피는 작약과 불두화를 만나려면 조금 서둘러보자.
아산 봉곡사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도송로632번길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