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동 신세계 백화점 뒤편에 있는 천안천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언제 준비했는지 우산을 폈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신부동 신세계 백화점 뒤편에 있는 천안천으로 사부작 사부작 걸어갔다. 웬일인지 그날은 나도 맑은 하늘에 우산을 들고 나왔다. 나오기 전에 혹시나 하고 본 일기 예보가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천안천은 천안 안서호(일명 단국대 호수라 불린다)에서 발원하여 아산 곡교천을 걸쳐 아산만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수심은 그리 깊지 않다. 복잡한 도심에 있는 하천임에도 매월 신세계백화점 직원들이 환경 정화 활동을 하는 덕분에 산책하기 좋은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다.
천안천은 산책보단 다리 건너편 아파트로 흘러가는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다. 주변이 온통 회색 건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중심에 흐르는 하천에는 휴식을 취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초록 잎과 쉬기에 적합한 벤치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길을 이어주는 다리가 놓여 있다. 잘 찾아보면 삭막한 도심에도 이렇게 쉴 곳이 많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더 좋을 테지만 아쉬움은 뒤로하자.
매번 천안으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서 밤이면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과 다리를 보곤 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저기는 어딜까? 시간이 내어 한 번을 걸어가 봐야겠다 싶었다. 하필 날씨 좋은 날 다 두고 비 오는 날이 되었다. 마음먹은 날이 하필 비 오는 날이라니.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찍으니 지나가는 아저씨가 "혹시 사진작가세요? 묻는다. DSLR로 카메라를 바꾸고 난 뒤 몇 번 받은 질문이다. 이제는 꽤 보급화된 카메라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생소한 기계인가 보다. "아니에요."라고 웃으니 "맞는데 뭘~"이라며 사라진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보다. 피식 웃음이 났다. 눈을 돌리면 도심에도 이렇게 쉴 공간이 존재한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