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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길 위에서의 죽음

홍성아지매의 귀촌일기

2016.07.13(수) 09:06:16 | 홍순영 (이메일주소:ssoonyoung@hanmail.net
               	ssoonyou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간다.한낮의 따가운 햇볕과는 다르게 피부에 닿는 공기가 차다. 언제부터인가 길 위에서 멈칫할 때가 많아진다. 바로 ‘로드킬’ 때문이다. 로드킬이란 주행 중 야생동물의 갑작스런 침입으로 발생하는 차량사고라고 정의되어 있다.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정의이다. 야생동물들의 침입이라니……. 길이라는 공간이 인간만이 독점해야 하는 공간으로 정의내린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일상적인 사고가 미래의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면 털 끝에 소름이 돋는다.
 
로드 킬의 숫자는 통계적으로는 더 많아지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먹이도 점점 줄어들고 서식지를 파괴하고 딱딱한 아스팔트 길이 늘어나니 그 숫자는 많아지리라 예측이 된다.
 
홍성에서 삼천포로 가는 고속도로에서도 몇 번이나 눈을 질끈 감아야했다. 도로위에 고라니와 고양이의 사체가 형체는 사라진 채 핏빛만 맴돌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고 차마 눈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없었다. 물론 고속도로뿐만이 아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홍성 금마면에서 홍성읍으로 자동차로 다릴때에도 로드킬의 사체는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은 고양이다.
 
로드 킬은 고속도로뿐만이 아니다. 시골길은 통계적으로 조사도 안 되고 취합도 되지 않지만 생명의 입장에서 가장 많이 당하는 곳이다. 왜냐하면 야생동물과 곤충들이 시골길을 많이 애용하기 때문이다.
 
늦은 밤 헤드라이트를 켜고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고라니의 놀란 몸짓에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서로 잘 피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아이보다 큰 체구의 고라니가 먹이를 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이동한다. 보통은 천천히 달리면 서로 놀라 길 위에서의 죽음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에도 표현되지 않는 수많은 생명들 달팽이, 개미, 나비, 지렁이 등등은 길 위에서 속절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에, 빠르게 걷느라 이들의 죽음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간다.
몇 발자국 내딛으니 목숨을 걸고 이동하는 달팽이가 보인다. 걸음을 멈칫한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바보처럼 길 위에 나와있냐고 묻겠지만 달팽이의 입장에서 자기 목숨을 건 최대속도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이 길위의 달팽이를 피해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생명도 소중하듯 너의 생명도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까.

 

목숨을 건 달팽이의 이동

▲ 목숨을 건 달팽이의 이동


나의 속도로 가고 있는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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