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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충남에 살어리랏다

‘탈(脫) 서울’ 물리학자 장회익·모혜정 부부

2016.04.05(화) 16:25:1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아파트 단지 꼭대기, 노학자 장회익(78), 모혜정(77) 부부가 거실 벽면 전부를 덮은 책꽂이 앞에 나란히 앉았다.

▲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아파트 단지 꼭대기, 노학자 장회익(78), 모혜정(77) 부부가 거실 벽면 전부를 덮은 책꽂이 앞에 나란히 앉았다.


 

“교통 여건과 자연 환경 모든 면에서 최적”

 

 

서울을 버리고 충남으로 이주한 대표적인 노학자(老學者), 우리나라 최초의 물리학자 부부인 장회익(78), 모혜정(77) 선생이다.

 

장·모 선생은 대학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고 지난 2007년 충남 아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예전부터 퇴직하면 서울을 떠나려던 생각을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긴 것이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 배필(配匹)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함께 물리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1년 서울대 및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로 나란히 강단에 섰다. 정년(65)이 되자 함께 명예교수가 되어 지금껏 활발히 연구 활동을 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퇴직 후에도 서울에 눌러앉아 공부 않고 일없이 놀고 있는” 수 백 여명의 동료 교수들에 비해 유례 없는 ‘탈() 서울’이었다. 보통의 ‘귀촌’(歸村)과 다른 점은 충남에서도 시골이 아닌 도시 지역을 선택한 것.

외려 서울보다 나은 곳

 

노부부는 충남 아산시 배방읍 한 아파트단지의 전망 좋은 15층 꼭대기에 산다. 도시 개발이 한창인 천안시와의 경계지역으로 KTX(고속철도) 천안아산역을 걸어서 왕래한다. 서울 옆 일산신도시(경기 고양)에서 살다가 처음엔 아산시 배방읍의 다른 아파트로 내려왔다.

 

아파트 맨 꼭대기를 택한 것은 탁 트인 전망과 널찍한 다락방이 있어서다. 엄청난 양의 서적과 연구자료를 옮겨 담을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과 함께 살면서 평생 공부를 강조하는 노학자의 연구실 겸 거처로 안성마춤이다. 옥상에 그들만의 전용공간이 있는 점도 꼭대기 층의 매력이다.

 

귀촌하면 흔히 생각하는 전원마을이나 단독주택이 아닌 도시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단독주택이 좋긴 한데 나이 들어 관리하기 어렵고 여행을 가면 장기간 집을 비우기 곤란하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탓도 있고. 이 집은 양쪽의 장점을 고려한 절충형 선택이다.

 

“아침, 저녁에 일출, 일몰을 다 본다. 배방산을 비롯해 연이은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중세시대 성주(城主)인들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았겠나. 만족하고 산다. 

 

각기 경북 예천과 서울에서 태어나고 충북 청주에서 자란 두 사람은 충남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 그럼 왜 충남이었을까. 한마디로 교통 편리하고 자연친화적이어서, 모든 면에서 서울보다 살기 좋기 때문이다.

 

“지도를 놓고 골라봤다. 공부 때문에 서울에서 너무 먼 곳은 피했다. 충남은 교통의 요충이다.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서울을 오가는데 고속열차로 35분이면 닿는다. 또 충남은 자연이 다양하다. 도시와 시골의 특성을 모두 갖추었다. 산과 들, 바다, 호수(아산) 등 자연환경이 다양해서 쉽게 즐길 수 있다.

 

주변 생활편의시설도 서울 못지않다. “서울과 비교하면 시끄러운 소음이 없다. 등산하기도 좋아졌다. 둘이 함께 매일 아파트 뒷산을 오르고, 이틀에 한번 꼴로 인근 배방산(361m)을 등산한다. 인근 공원도 관청에서 관리를 잘해서 아주 쾌적하다. 서울 못지않은 게 아니라 서울보다 낫다.

 

 

온천 목욕권도 자랑거리

 

팔순(八旬)을 바라보는 나이를 감안해서 던진 건강 질문에 대해서도 주거 입지를 강조했다.

 

“서울을 떠난다니까 아플 때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와보니 큰 병원 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의 대형병원들 알다시피 환자들로 장사진이고 찾아가야 의사 얼굴 보기도 어렵다. 여기 동네에 있는 ○○의원은 의사 선생님이 세심하고 자상하게 일러준다, 개인 주치의나 마찬가지다.

 

지방의 복지시책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작지만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것이 자치단체의 몫이라고 본다. 우리 부부는 아산에 살다보니 온천 목욕을 공짜로 한다. 해마다 시청에서 온천 무료이용권을 나눠주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부러워한다. 또 충남이 앞장서 시행하고 있는 시골 노인들을 위한 ‘효도버스’ 운행도 좋은 시책이다.

 

아산시는 ‘노인 목욕비 및 이·미용비 지원 조례’에 따라 2011년부터 70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연간 18장의 ‘목욕 및 이·미용권’을 지급하고 있다.

 

충청도 사람의 특색을 체감했는지 궁금했다. “충남 사람, 서울 사람 차이를 모르겠다. (옷을) 입거나 (돈을) 쓰는 것도 다른 게 없더라. 지금은 전국이 하나인 시대 아닌가. 지역색은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공부는 스스로 재미있게

 

저서에서 자신을 ‘공부꾼’, ‘학문도둑’으로 표현한 장 선생은 베스트셀러 ‘공부이야기’(2014)의 저자이다.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말라. 그러면 공부가 싫어진다. 공부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게 교육인데 우리는 거꾸로다. 과학 쪽은 10년 지나면 기존지식은 쓰레기다. 암기가 아니라 방식을 알아야 한다. 상호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공부는 졸업하면 끝이 아니라 평생 하는 것이다. 공부하느라 몸 상했다는 말은 공부 방법을 모르는 탓이다.

 

이야기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이어지자 노학자는 인간의 패배를 예상했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당해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주산(珠算)으로 컴퓨터를 이길 수 있나. 대안으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공부는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스스로 즐기는 공부를 하면 그런 능력이 양성된다.

 

노부부는 충남에 정착한 이후 지역사회 활동으로 책담회(冊談會)를 갖고 있다. 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뜻이 맞는 교수와 학자 10여명이 모이는 친목 겸 독서 모임이다. 전공이 제각각인 교수들이 매달 모여 주제 제한 없이 토론하고 공부한다. 3월 모임 주제는 지난 1월 타계한 고() 신영복 선생의 저서 ‘담론’(談論).

 

두 사람은 살기 좋은 동네, ‘문화생태마을’을 만들어 외지인을 유치할 것을 충남도에 제안했다.

 

“생활환경 면에서 서울은 망한 도시다. 퇴직 전에 살던 일산신도시도 처음과 달리 온통 빌딩 숲으로 전락했다. 여기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다. 인공이 아닌 자연과 어울려 사는 도시, 문화가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헤이리 예술마을(경기 파주)처럼 특색 있는 자연친화 마을을 만들어 수도권 은퇴자들이 모여 살게 하자. 충남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인 요소가 충분하다.

/김용진 kimpres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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