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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뉴스

몸 얼어도 소독기는 살려야…구제역 차단 총력

르포-서천 금강하굿둑 방역현장을 가다

2016.03.07(월) 12:48:2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몸얼어도소독기는살려야구제역차단총력 1



전북 경계선 초소, 방역 이상무
폭설·한파 ‘이중고’ 얼음 전쟁

10일만에 염화칼슘 50포대 소모
30분마다 소독 시설 장비 녹여내

 

“잠시만 방심하면 다 얼어요, 밤낮이고 시설이 얼지 않도록 틈만 나면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어요.”
기습적인 한파가 몰아친 25일, 구제역 방역 최전선에 있는 서천 금강하굿둑 통제초소는 온통 눈과 얼음이었다.      

〈관련기사 2면〉

최근 연이어 내린 폭설로 초소 바닥에 쌓인 눈은 30㎝를 넘었고, 바다로 나가려는 금강 표면은 살얼음으로 변해있었다.

초소에 도착한지 5분 만에 눈의 습기가 신발을 뚫어 양말을 적셨고, 물기에 젖은 발가락은 맹수가 물어뜯는 듯 고통스러웠다. 하굿둑 위로 달리는 자동차가 일으킨 바람은 강과 바다 위의 바람과 만나 매서움을 더했다. 한파로 몸이 괴로워질 즈음 때마침 방역 요원이 컨테이너 초소로 맞이해 줬다.

“요새 주적은 눈과 한파지요” 구남윤 방역요원은 갑작스레 악화된 날씨가 서운한 듯 했다.

“하루 24시간 2인 3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요원들이 돌아가며 내린 눈을 치우면 또 쌓이네요. 장비가 얼지 않게 틈날 때 마다 염화칼슘을 뿌려야 해요.”

컨테이너 옆에는 3개의 염화칼슘 포대가 있었다. 지난 5일만해도 50포대가 있었는데 불과 10일 만에 거의 소진 될 정도로 한파와의 싸움은 치열했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방역 초소는 비상이다. 추위에 도로 옆에서 차량을 유도하는 일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장비가 얼어 더 이상 소독이 불가능해지거나 빙판에 차량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이쿠, 조심해서 걸어야 해요. 다치지는 않았어요?”

구남윤 요원과 함께 소독 살포기가 얼지는 않았는지 살피러 가다 발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취재를 위해 녹음하던 전화기가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엉덩이와 허리가 얼얼해 진 줄도 모르고 다시 처음부터 취재를 할 생각에 아득해졌다.

“처음에 우리들도 수십 번 미끄러졌지요. 하도 넘어져서 이제는 적응이 됐어요.” 구남윤 요원은 방금 전 넘어진 바닥을 살피며 시설 주변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하루 40대 가량의 사료와 축산 차량이 방역을 한다. 이들 차량 모두 지난 11일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전북지역에서 올라오는 차량이다. 하굿둑을 사이에 둔 충남은 언제라도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다.

실제 구제역이 발생한 김제 돼지농가와 충남도 논산과 부여, 서천 등은 30㎞ 거리에 있다. 충남도 돼지의 경우 항체형성율은 70%로 지난 2015년 대비 대폭 향상된 수준이나, 농가별로 항체 형성율이 미진한 개체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게 충남도의 예측이다.

그런 만큼 전북과 충남의 경계선인 이곳에서 축산 차량을 방역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허나 갑작스런 한파로 차량을 통제하는 일도 만만치 않게 됐다.

해가 떨어지는 오후 4시 30분 경, 전북에서 충남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드물었지만 도로 옆에서 하굿둑 맞은편을 바라보는 방역 요원의 눈길은 쉴 새 없었다.

“이곳이 뚫리면 축산 농가는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없고 비상시국이 돼 버리지요, 차량이 없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지속적으로 이 길목을 살펴야만 합니다.”

회색 방역복을 입은 김윤곤 방역요원은 멀리 전북 방향을 하염없이 헤아렸다. 그는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두 팔은 가슴 양 옆에 견고히 밀착해 최대한 몸의 열기를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몸 속 열기는 바닥난 듯 했다. 그는 두 발을 동동 굴렸고, 살얼음이 붙어있는 검은 고무장화 표면에는 햇빛이 반짝였다.

“추워도 보람된 일이에요. 방역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된 삶을 산다는 사실이죠.” 추위에 떠는 동료를 바라보며 구남윤 요원이 말을 꺼냈다.

“여기서 일하면 농가들이 걱정돼요. 친구 중에 축산업을 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구제역 방역을 하다보면 농가들이 어려운 처지가 눈에 아른거리게 됩니다. 위기가 어쩌면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요.”

방역 장부를 확인하면서 구남윤 요원은 이 일이 무척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농가들과 만나거나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성실함이 농가들의 일상을 지켜낸다는 사실에 뿌듯해 했다.

이어 구 요원은 “어쨌든 이곳에서 최고의 미덕은 무사태평이지요. 농가들과 도민들 다함께 힘 모아 제발 아무 일 없이 이 고비를 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한편, 충남도는 구제역을 비롯해 한파와 가뭄 등 도민이 직면한 3재(災)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전북과 인접하거나 과거 발생 시·군에 17개의 통제초소와 거점시설을 마련하는 등 차단방역 강화에 나섰다. 또 최강 한파와 폭설, 강풍 등 재난 상황에 대해서는 제설 및 복구에 주력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전히 심각한 가뭄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물 절약과 대체용수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박재현 gaemi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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