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너희 나중에 자기소개서 쓸 때 취미에 뭐라고 쓸 거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음... 음악 감상?” “저는 독서요.”, “나는 영화 감상?”. 조금씩 고민하다 쏟아져 나오는 대답들. 근데 거의 다 독서나 음악 감상, 영화 감상이다. “너희가 얘기한 것도 좋긴 한데, 자기소개서에 적기에는 좀 뻔하지 않냐? 너희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한 번 좋은 취미를 찾아봐. 나중에 그런 경험이 재산이 된다.”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지만 취미로 ‘음악 감상’을 적는 건 정말 너무 평범해 보였다. 그래서 음악을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에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덕분에 공연 관람이라는 취미가 생겼다.
공연 관람 말고도 ‘경험이 재산’이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공부 안 하고 놀 수 있는 핑계 대기 딱 좋아서) 이것저것 취미 활동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근데 취미활동을 하면서 점점 고민이 생겼다.
먼저 “내가 서울에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충남 서산이 고향이라 공연을 보러 서울에 가는 게 쉽지 않았다. 표 값도 비싼데 교통비에 숙박 걱정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비단 공연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이 서울 같은 대도시에 많아서 이것저것 경험하고, 보는 눈을 넓히려면 서울이나 대도시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두 번째로 ‘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으로는 생활비 쓰기도 벅차서 취미생활은 ‘사치’나 다름없다. 작년에는 피아노를 배우다가 수업료 낼 돈이 없어서 6개월 만에 그만 둔 슬픈 기억이 있다. 지금은 클라이밍을 배우는데 역시 돈이 없어서 한 달 쉬었다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다시 등록할 생각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지방에서 사는 청년이나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특히 더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정책 기자단을 하면서 충남 지역에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어떤 학생은 학교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