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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뉴스

김장이 두렵다고요? 보령 쌈짓돈 마을로 오세요

농촌체험마을을 가다

2014.10.30(목) 22:29:2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여보 11월 중에 시간 있어? 집에 김치 떨어진 지 오래지? 김장 하러 가자”

보령 쌈짓돈 마을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아내에게 전화했다. 11월이면 어김없이 쌈짓돈 마을에서 김장하기 행사를 한다는 말에 내심 반가웠다.

손에 고춧가루 뭍이지 않겠다는 절절한 약속도 없었는데, 결혼 후 부부가 함께 한 번도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었다. 매년 시댁에서 김장하지만 바쁜 일상과 이러저러한 연유로‘안 담고 안 받기(?)’가 암묵적 질서로 자리 잡았다.

그래도 한 번쯤은 아내와 함께 김치를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배추를 사고 소금에 절이고 속을 다듬는 일이 여간 두려운 게 아니었다. 작정하고 만들어본 것이 있다면 무생채가 전부였다.

“김장하려면 번거롭지 않아? 재료랑 이런 것들은?”아내가 물어왔다. “괜찮아, 여기서 다 준비해주고 몸만 오면 된다네”면접을 치르듯 몇 번의 설명 끝에 좋다는 대답을 들었다.

가끔 부부의 로맨스는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내년에는 함께 담은 김치를 먹을 것이고, 올해 11월을 추억할 것이다.

추억으로 담그는 김치
기회는 단 한번


김장철에 쌈짓돈 마을은 뜻밖의 장소가 된다.

매년 이맘때 이곳은 김장하기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집에서 김치 담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마을 자체에서 모든 재료를 마련해 놓는다.

미리 홈페이지와 전화로 가져갈 김치의 양을 신청하면 마을은 이에 맞춰 절임배추와 양념 속을 준비한다. 신청한 사람들은 빈손으로 쌈짓돈 마을을 찾아 원하는 만큼 속을 넣어 김치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이곳에서 김장은 고된 노동이 아니다. 며느리로서 눈치 볼것도, 어머니로서 고생할 필요도 없다. 오직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체험만 있다.

박동규 마을운영위원장은“하루 쉬어가면서 가족들이 다함께 김장하면 모두 행복해한다”며“아이들도 방금 담은 김치를 맛있다고 먹느라 정신없는 데 그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의 김장은 축제에 가깝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위해 쌈짓돈 마을에서는 이날 돼지 한 마리를 잡는다. 방금 담근 김치를 곁들이면 맛 나는 식사자리가 펼쳐진다.

돼지수육과 함께 먹는 김치의 맛은 기막히다. 쌈지촌마을의 배추는 특별하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신선하며 천연 화학비료를 사용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 EM(Effectiv micro-organisms, 효모·유산균·누룩균 등 유용 미생물)방식으로 재배하여 맛도 고소하다.

올해 김장하기 행사는 11월 중에 열릴 예정이니 긴장을 늦추지 말고 서둘러 신청해야 한다.

바다보다 낮은 땅
마음 살리는 공간


쌈짓돈의 가장 큰 매력은 마을 입구 풍경에서 시작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첫눈에 마음이 한결 편해짐을 느낀다. 모든 것이 아래로 낮게 깔린 지형 덕이다.

능선을 제외하면 일부러 고개를 들어 바라볼 곳은 하늘밖에 없다.

위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에게 낮은 공간은 쉼으로 밀려오기 마련이다.

이곳은 원래 바다였다. 홍보지구 간척사업으로 바다에 속했던 땅이 육지가 됐다. 그래서 바다보다 땅이 더 낮다. 이 사실을 알게되면 뭔지 모를 숭고함이 느껴진다. 태초부터 바다의 영역이었던이곳에 벼가 자라고 사람이 살아가며, 내가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 풍경을 쌈지 9경이라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 쌈지 9경 중 하나인 편무성 가옥(조선후기 팔작 지붕의 한식 가옥으로 250년 이상 된 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는 17동이었는데 모두 허물어지고 현재는 안채로 쓰인 건물 한 동만 남아 있다.

편무성 가옥에 발을 들이면 이미 퇴물이 된 아날로그의 비애와 잊혀가는 것에 대한 애절함에 순간 뭉클해진다.

편무성 가옥을 나와 마을 큰길로 오르면 동네 중앙에 500년 된 느티나무를 만난다. 이곳에서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고 졌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애리다.

멀리 갯벌 위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갈대밭도 운치 있다. 간척사업에 논으로 변한 들판 한가운데 2개의 섬이 솟아 있다. 이 풍경은 이곳이 과거 바다에 속해 있음을 기억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4월이면 분홍의 빛으로 가득해지는 벚꽃길과 말의 안장을 닮은 아담한 안짝산, 마을의아기자기한 일들이 펼쳐지는 쌈지촌체험관도 여행의 즐거움을 풍성하게 해준다.

공간으로 삶을 배우고자 하는 여행객이라면 마을 산책에 반드시 나서야만 한다.

콩은 거칠
팥은 미끌…자연을 배우다


쌈짓돈 마을의 진정한 즐거움은 몸에서 피어난다. 일 년 동안 55개의 농촌체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인 10월에서 11월 초순에는 벼 베기 체험이 한창이다.

벼 베기 체험은 특히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다. 마을 어른들이 직접 해설사로 나서 토양과 벼, 풍년과 흉년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설명을 곁들인다.

박동규 위원장은“벼 한포기당 이삭 줄기 개수가 15개 이상 영글면 풍년이고 10개 이하면 흉년이라는 설명을 해주면 아이들은 흥미로운 지 고개를 끄덕인다”고 설명했다.

논두렁 밭두렁이라는 체험도 인기다.

아이들과 함께 개구리를 잡는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이다. 이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으러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풀과 꽃에 대해 배우고 자연의 순환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개구리를 잡는 과정을 통해 콩은 껍질이 거칠고 팥은 미끌 거린다는 사실을 익힌다. 또 벼와 피도 구분하는 경지에 도달한다.

박 위원장은“콩과 팥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벼와 피는 뭐가 다른지 정도는 알고 가야 농촌을 체험한 게 아니냐”며“농촌 이해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온 마을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마을 논밭사이 길을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는 풀을 뜯어와 독풀인지 먹을 수 있는 풀인지 구분하는 험도 즐겁다.

논둑에 숨어있는 거미를 잡아온 후 먹이사슬 이야기를 듣는 체험은 색다르다.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고구마·감자 캐기 체험도 인기 만점이다. 고구마를 기르기 위해 씨와 줄기 심는 과정에 대해 알 수 있고, 캐낸 고구마로‘고구마엿’을 만드는 것도 추억에 남는다.

이리저리 놀다가 배가 고파질 즈음 두부 만들기 체험은 반가운 일로 다가온다. 이곳 두부는 특별하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른 콩을 사용해 맷돌로 갈고 담수를 넣어 하룻밤 묵히면 구수한 두부가 탄생한다. 이곳 배추로 직접 만든 김치와 함께 먹으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겨울에는 연날리기와 군고구마쪄먹기, 쥐불놀이 등 소소한 즐거움도 가득하다. 특히 밤하늘에 날리는 풍등은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슴에 박힌다.
/박재현 gaemi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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