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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9) 화문

청효 표윤명 소설

2014.04.07(월) 13:12:4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9화문 1



순간 단의 손이 안타까움으로 화문의 손을 잡아채려 했다.
“독이 들어 있소이다.”
그제야 단은 흠칫했다.

“아마도 대혼단이나 미약이 들어 있을 것이오. 먹으면 그대로 죽거나 아니면 정신을 잃고 말지요.”
화문의 말에 단은 모골이 송연했다. 그러면서 화문이란 이 사내가 더욱 궁금해졌다.

“자, 갑시다!”
화문은 다시 자리를 일어서 천천히 갈대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서걱거리는 갈대가 두 사람의 발길을 잡아챘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갈대밭을 나올 수 있었다. 언덕으로 살며시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도적들의 소굴인 모옥도 까마득히 멀리 있었다. 단과 화문은 우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갯벌에 엉망이 된 옷을 씻었다. 그리고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멀리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포구를 감싸고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저기로 가서 우선 먹을 것을 좀 구해보도록 합시다.”
굽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자 맑은 솔향이 이내 코를 찔러왔다. 단은 보원사의 뒷산인 극락산이 떠올랐다. 언제나 솔향 가득한 극락산은 연과 함께 노닐던 정겨운 곳이었다. 솔향이 다시 연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이제 장안으로 갈 상단도 잃고 어찌할 생각이오?”
화문의 물음에 그제야 단은 막막한 앞날이 떠올랐다. 화문의 물음에 선뜻 대답도 하지를 못했다. 방도가 떠오르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적들에 쫓기느라 생각도 못했던 일이기도 했다.

“글쎄요, 저는 백제로 돌아가는 일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단의 대답에 화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회계나 항주 쪽으로 가야겠군요. 월주나 초주도 괜찮지만 빨리 가기위해서는 아무래도 백제 선박이 많은 드나드는 그 쪽이 좋지요. 등주는 너무 멀고.”

“여기는 어디쯤 되는지요?”
“아마도 초주 어디쯤 되는 모양입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화문의 대답도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단은 그마저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당의 땅이라야 머리털 나고 처음 밟아보는 곳인데 초주니 회계니 아무리 떠들어대도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항주나 회계로 갈려면 얼마나 걸리는지요?” 
“여기가 초주 어디쯤이라면 족히 이틀은 걸릴 겁니다.”
이틀이라는 말에 단의 얼굴이 밝아졌다. 희망이 생겼던 것이다. 지친 단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저는 백제로 돌아 갈 계획입니다만, 어디로 가시려는지요?”
단의 조심스런 물음에 화문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단은 괜한 것을 물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화문의 입이 곧 열렸다.

“저는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마치기 전에는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라는 말에 단의 얼굴이 더욱 궁금증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단과 화문은 언덕으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작은 산의 모퉁이를 돌아 숲으로 들어섰다. 가물가물 이어지고 있는 작은 산길은 우거진 숲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숨이 가쁘지 않을 정도로 걷기에 좋은 산길은 지친 단과 화문에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숲으로 들어서자 고개 언저리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은 긴장했다. 화문도 이마를 찌푸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에 단은 더욱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다.

“누굴까요?”
단의 물음에 화문이 손을 내저었다.
“장사꾼들 같소. 그러나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하도록 합시다.”
화문은 마음의 준비를 갖추도록 이른 후 옷매무새를 다졌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단은 바짝 긴장했다.

고갯마루에는 장사치로 보이는 세 사람이 앉아있었다. 단과 화문을 보자 그들은 이내 말을 끊고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보따리가 적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화문이 그들을 향해 무어라 물었다. 그러자 그 중의 한 사람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는 무어라고 대답을 했다. 보기에 그리 나쁜 사람들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맞습니다. 여기가 초주라고 합니다.”
화문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이들을 지나쳤다. 그때였다. 보따리에서 칼을 꺼내든 장사치들이 순식간에 화문과 단을 덮쳐왔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단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단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 사이, 화문은 몸을 돌려 칼을 피하고는 발을 들어 걷어찼다. 둔탁한 소리가 울리고 수염이 빳빳한 장사치의 입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단은 허둥지둥 달아났다. 생각지 못한 반격에 사내들은 긴장한 눈으로 화문을 노려보았다.

단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서성였다. 의리 없이 달아나기에는 너무 미안했고 다가가 돕자니 오금이 저려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화문은 세 사내를 상대로 치열한 싸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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