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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당신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안전하십니까?

-하이데거와 한판 춤을-

2014.03.20(목) 18:25:26 | 조연용 (이메일주소:whdydtnr71@naver.com
               	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삶을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아인슈타인-

가슴에 화살처럼 들어와 박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말 앞에서 "저는 정신병 초기 증세'가 맞다고 자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 어제와 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다가 어제 오늘 나를 괴롭힌 생각들을 좀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가끔씩 나를 위협해서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늙어서는 어떻게 살까하는 화두이다. 지금은 젊었으니 어떻게든 잘 살겠지만 늙어서는 어떻게 살지?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노후 대책은 요원하기만 한데...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보면 과연 행복은 무엇이지? 사람들은 다들 행복할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럼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에서 사회복지를 떠 올리다가 사회복지사 2급 과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의 일이다.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2급 과정을 공부하면서 반드시 피해갈 수 없는 실습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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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최소 120시간 이상을 해야된다. 이렇게 내가 실습을 위해서 찾은 곳은 치매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선우치매센타'라는 곳이었다.

실습 장소로 치매센타를 선택한 것은 내 가슴 속 깊은 어떤 불안으로 자리하고 있는 노년에 찾아올지도 모를 '치매'에 대한 공포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치매 안걸리고 얌전하게 살다가 가야 니들 속 안썩이는디" 하시며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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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사회복지 실습 장소를 치매센타로 정하고 매일매일 치매 어르신들과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치매 어르신들은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치매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어떤 때는 너무 멀쩡해 보여서 정상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하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면 어쩜 우리 안에 잠재 되어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설이나 서비스는 너무 잘 되어 있었다. 오히려 가정에서 치매 어르신들을 직접 모신다고 하면 이렇게 잘 보살펴 드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시스템이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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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외로움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숙제였다. 나는 한 달여 동안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

이름을 붙여서 누구누구 할머니하고 불러 드리면 할머니들이 많이 좋아하셨다. 그런가 하면 손톱과 발톱 정리를 해 드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옛 기억들을 가물가물 떠 올리시며 지난 시간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때론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도 몇분 계셨다. 홀홀 단신 휴전선을 넘어 남하했다가 평생 혼자 사셨다는 할머니의 사연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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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나이 듦에 대해서 또 늙어감에 대해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다만 노년의 시간이 도래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알고 살아갈 뿐이다.

특히나 가족들로부터 분리되어 혼자 사는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노년에 대한 불안이 더 확장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어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의 포로가 되어 하루 종일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늙어서는 어떻게 살까? 로 시작해서 종국에는 행복이란 뭘까? 사람들은 행복할까? 사람들은 무엇을 행복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쳐들어오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없어서 급기야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그 순간 언젠가 수업 시간에 들었던 하이데거의 '불안에 대한 기투' 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그래서 하이데거가 말한 불안과 기투에 대해서 책을 뒤적였다.

하이데거는 1927년에 대표작인 "존재와 시간"을 발표했다. 여기서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 자체에 주목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세계에 자의와 상관없이 던져진 존재라고 지적했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이런 상태를 하이데거는 피투성이라 이름붙였다. 그리고 피투성이는 기분, 그 중에서도 불안을 통해 자각된다는 것.

이처럼 자신의 죽음을 예리하게 의식하는 것을 하이데거는 죽음에 대한 '선구적 각오성'이라 불렀다. 이런 죽음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포착해서 재구성하는 시도가 시작된다. 이런 시도가 '기투'라는 것이다.

그럼 결론은 무엇이란 말인가? 불안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재 구성하라는 것. 그러면 다시 해답은 내가 고민해서 찾아내야 될 부분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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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나는 이 해답에 대한 답으로 글쓰기라는 직업을 버리고 봉사를 삶의 수단으로 삶을 수 있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 했었다.

그런데 막상 사회복지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과 나는 아직도 내 안에 있는 욕심을 다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나를 위협하는 불안과 정면으로 대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말한 정신병 초기 증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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