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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중인 ‘아빠’와 8살 ‘딸’…둘 뿐인 세상

편지 한 통 남기고 집 나간 아내…남겨진 부녀 삶의 무게는 ‘천근만근’

2014.02.25(화) 11:17:51 | 충남시사신문 (이메일주소:yasa3250@empas.com
               	yasa3250@empas.com)

항암약물 부작용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뒤틀리는 변형이 생겼다. 아빠의 병들고 지친 모습을 딸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제 8살짜리 딸도 아프다는 것이다.

▲ 항암약물 부작용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뒤틀리는 변형이 생겼다. 아빠의 병들고 지친 모습을 딸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제 8살짜리 딸도 아프다는 것이다.


몸이라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된다. 손상된 폐와 심장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쉽게 숨이 차오른다.

언제 부터인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뒤틀리는 변형이 생겼다. 매일 반복되는 항암치료 약물 부작용을 딸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제 8살짜리 딸도 아프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지혜(가명)가 학교에 가자 전민철(55·가명, 온양4동)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병이 왜 하필이면 나에게 찾아 왔을까. 그리고 어린 딸마저 이유를 알 수 없는 선천적인 질병이 의심되지만 정확한 병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밀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검사비가 많이 들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너무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온 몸에 병들고 병들어

전민철씨는 언제부터인가 인공심장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운동이나 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 아산의 한 공장에 취직했지만 야간 교대근무를 비롯한 강도 높은 노동을 감당하지 못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둬야 했다.

몇 년 전 대동맥판협착과 폐쇄부전이라는 병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또 얼마 후 건강검진을 받은 병원에서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대장암이 발견됐다. 몸이 너무 아파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니 대장암이라는 잔인한 진단을 내렸다. 의사의 권유로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대장암은 다시 폐로 전이돼 폐암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암의 무서운 점은 수술 받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을 막기 위한 항암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전자 가득 담긴 항암 약물을 마시고, 온 몸에서 일어나는 약물의 반응을 견뎌내야 한다.

병들고 병든 전민철씨 하루의 삶은 그렇게 병과 싸우고 싸우며 지나가고 있다.

온양4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노순례씨가 전민철씨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 온양4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노순례씨가 전민철씨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아내가 생각난다

전민철씨는 몇 년 전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던 아내가 있었다. 그 아내와 전씨 사이에서 딸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병든 전씨가 생업도 없이 반복적인 질병으로 병원을 자주 드나들고, 입원치료가 오래되며 의료비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내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전씨가 병원에 있을때 아내는 편지 한 장과 40만원이 든 돈 봉투 하나만 남긴 채 집을 나갔다. 병든 자신과 어린 딸을 버리고 떠난 아내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부질없는 줄 알지만 가끔 아내가 생각난다.

무엇 하나 해준 것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다가도 문득 화가 나기도 난다. 어쩌면 아내가 지금의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배고픔도 모르고, 음식도 못 먹고, 잠에 빠진 어린 딸

8살 어린 딸 지혜에게도 선천적 질병이 의심된다. 머리와 가슴이 자주 아프다고 호소한다. 또 어지럽고, 구토와 신물이 자주 넘어온다고 한다. 음식을 먹으면 토하거나 소화를 못시킨다.

학교에 다녀오면 계속 잠만 자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모른다고 한다. 왕성한 식욕으로 영양공급을 해줘야 할 중요한 성장기에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보니 아이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어린 나이에 병든 아빠 손에서 어렵게 자라다 보니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다.

정밀진단이라도 받아야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에 엄두도 못낸다. 가난이 서럽고, 병든 몸이 서럽고, 하나 있는 딸아이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더욱 서럽다.

55살 병든 아빠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는 8살짜리 어린 딸을 언제까지 키울 수 있을까. 이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너무도 절실하다.

도움주실분: 537-3741(온양4동사무소 담당 노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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