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눈부신 모래 위 해송(海松) 가득한 ‘비밀의 해변’

충남의 재발견(16) 태안 갈음이 해수욕장

2013.07.05(금) 15:15:1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군사 지역으로 보존된 모습 그대로
기괴암석 품에 안긴 천혜의 요새
깊고 넓은 갯벌과 낮고 조용한 바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촬영지로 유명



여름과 태안은 궁합이 좋다. 안면송림을 비롯해 만리포와 신두리사구 등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피서의 낙원을 이룬다. 제아무리 폭염이 쏟아져도 서해 여름은 정겹기만 하다.

태안을 찾는 사람들은 으레 유명 해변가로 몰린다. 휴가철이면 만리포와 천리포 등은 많은 인파로 붐빈다. 탁 트인 벌과 갯바위가 일품이다. 문제는 몰려드는 사람이다. 갯벌과 바다 향(香)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의 소란에 묻혀 온데간데없다. 피곤하다.

그래서 노련한 피서객은 저마다 숨겨진 명소 찾기에 분주하다. 이왕 바다를 찾아 멀리 떠났다면, 해변의 깊은 맛을 제대로 봐야 하지 않는가.

갈음이 해수욕장은 태안의 숨겨진 보석이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타지 않아 자연그대로의 향이 풍미롭다.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 있는 이곳은 군사지역으로 통제되다 90년대 중반에 민간에 개방된 탓이다.

올여름 자신만의 고요하고 독특한 해수욕을 즐기고 싶다면 갈음이 해수욕장으로 떠나라.


눈부신모래위해송가득한비밀의해변 1


곱고 눈부신 모래밭

갈음이 해수욕장은 서해안에 감춰진 ‘비밀의 해변’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낯선 이유도 있지만, 해변 자체가 해송(海松)과 산속 깊숙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찾아가는 길부터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태안군을 지나 좁은 도로를 굽이굽이 달리면 낮은 구릉에 끝없이 펼쳐진 녹음의 향연을 만나게 된다. 갈음이 해수욕장에 다다르면 주위 녹음은 해송의 짙은 푸름으로 삽시간에 바뀐다. 아가씨들이 곱게 화장을 한 것처럼 이곳도 사람들의 발길과 마음을 잡기 위해 푸르게 치장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폐로 들어오는 공기에도 바다의 기운이 느껴졌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다. 휴가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오가는 차량이 드물었다. 적적하긴 했지만, 해변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함도 좋았다.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좁고 길다. 차에 내려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갈음이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이곳이 전부다. 출구는 맞은편의 작은 길로 나와야 한다. 한 길로 들어가고 한 길로 나와야 하는 구조다. 주위가 기괴암석 덩어리로 둘러싸였고 게다가 야생의 해송들이 우거져 쉽사리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길이기 때문에 들어서는 순간 앞으로만 가야 한다. 외길을 걷다 보니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 떠올랐다. 어느 길에 들어서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형태는 정해져 버린다. 이 좁고 볼품없는 외길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는 듯했다.

5분여 걸으면 자갈길은 사구로 이어진다. 사구에 부서지는 햇살에 눈이 시리다. 사구는 곱게 간 미숫가루의 질감이다. 모래 언덕에 첫발을 디딘다. 부드러운 느낌에 놀라게 된다. 울퉁불퉁한 외길을 걷느라 지친 발바닥이 호사를 누리게 된다. 모래의 포용력은 딱딱한 구두 밑창을 뚫고 전해온다. 바로 신발을 벗어 던졌다. 맨발만이 부드러움으로 우리를 반기는 사구의 친절함에 답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면 폭염으로 데워진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올라온다. 더운 한 때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듯한 간지러움이 발끝에 전해진다.

이곳 사구는 조개가 풍화돼 쌓인 것이다. 억겁(億劫)의 시간 동안 넘나듦을 반복한 파도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고대의 시간이 지금 내 발끝에 넘실거리고 있다.눈부신모래위해송가득한비밀의해변 2

넉넉한 그늘의 해송 무리

사구는 갯벌까지 100여m 이어져 펼쳐져 있다. 모래밭 위에는 해송이 풍성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해송은 넉넉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서 있다. 해송이 만든 그늘막은 짧은 쉼터로 제격이다. 잠시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해송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서 있는 해송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고독해 보인다. 마치 바다로 떠난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노인의 쓸쓸한 모습과도 닮았다. 무엇을 그리 기다릴까. 갑자기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해송을 뒤로하고 갯벌로 나간다. 오전 물때가 빠지는 시간으로 갯벌 한 참 너머로 파도가 물러가 있다.

이곳 해변의 양옆은 기괴암석에 둘러져 있다. 돌이 무척 많았다. 크고 작은 암석뿌리가 갯벌에 박혀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다양한 생물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위 표면에는 굴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갯벌 바닥은 수많은 숨구멍이 뚫려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단지 바다가 지나가는 자리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러 생명이 관계를 맺는 삶의 치열한 공간이었다. 멀리 보기와 가까이 바라보기의 차이를 새삼 깨닫는다.

늦저녁 하늘을 붉게 물드는 낙조도 황홀하다. 은은한 노을이 홀로 서 있는 해송 뒤로 걸칠 때면 어찌할 수 없는 애련함에 마음이 죄어온다.

이곳은 ‘번지점프를 하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맞춰 이병헌과 (故)이은주가 왈츠를 추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아름답게 남아있다. 붉은 노을을 배경 삼아 춤추는 그림자 모습은 설레면서도 아련한 정서를 자극한다.

이외에도 ‘용의눈물’, ‘여인천하’ 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 속 같은 아름다운 명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숨겨진 보물의 장소다.


독살 체험 등 다양한 재미도

갈음이 해수욕장은 오는 12일부터 본격 개장한다. 해변을 즐기는 것과 함께 독살과 조개잡이 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물때를 고려해 정확한 체험 일정은 개장일과 함께 명시될 예정이다. 해수욕장 내에는 20여개의 방갈로가 준비돼 있다. 하루에 5만원으로 빌릴 수 있으며 전기 사용도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포탈을 통해 ‘갈음이 해수욕장’을 치면 확인할 수 있다.

/박재현 gaemi2@korea.kr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