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농사라고 불러야 할까. 목이 긴 둥근 화분엔 꽃 대신 고추가 떡하니 서서 보란듯 ‘고추’를 내놓고 있다. 생선이 담겼던 스티로폼 박스도 재활용센터로 가지 않고 쪼글쪼글한 자줏빛 상추를 한아름이나 안고 있다. 깨진 세숫대야와 고무함지도 흙만 담으면 푸성귀를 키워낸다.
심지어 아파트 옥상에까지도 흙을 져올려 텃밭을 만든다.
우방아파트(예산 발연리)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새벽에 옥상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다 먹는 재미는 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토마토와 호박도 주렁주렁 열렸다”고 자랑한다.
예산천변 자투리땅엔 노는 햇빛이 아까워 보리가 누렇게 익었다.
어느 알뜰한 어르신의 손에서 꺼럭이 벗겨지고 까맣게 볶아져 이 무더운 여름에 구수하고 시원한 보리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