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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내의 선견지명

어떤 유비무환

2013.04.09(화) 20:15:25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지난 2005년 10월 24일부터 29일까지 5박 6일간 중국여행을 갔습니다. 근로복지공단과 KBS가 주최하는 <제 26회 근로자문화예술제> 공모전에서 수필 부문 금상을 받은 후 보너스로써 기타 장르의 수상자들과 함께 중국문화시찰을 간 것이었죠.
 
인천공항을 떠난 여객기는 불과 두 시간 만에 중국의 항주공항에 우릴 내려놓았습니다. 이어 소주와 상하이, 마지막으론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까지 가는 여정이었지요. 말로만 듣던 만리장성과 상하이의 임시정부 청사, 그리고 황푸강변에 우뚝 선 상하이의 랜드마크라는 동방명주탑에도 올랐습니다.
 
한데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밤마다 저를 괴롭히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름기가 많아 중국음식은 제 입에 잘 맞지 않는 까닭에 뭣 하나 변변히 먹을 게 없었다는 사실이었지요.
 
그러나 아내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서 기인한 어떤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말미암아 저는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그리고 의연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출국하기에 앞서 옷가지 등을 배낭에 챙기려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기름기 많은 음식은 싫다며 평소에 짜장면도 잘 안 먹는 사람이잖아?” “맞아, 근데 왜?” “그래서 곰곰 생각해 봤어. 난생처음으로 중국에까지 가서 혹시라도 기름기가 찰찰 넘치는 음식 일색이면 어떡해? 그렇다고 굶어선 안 되겠기에 누룽지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하고. 바짝 말려서 비닐봉지에 담아 가면 무겁지도 않고 좋을 듯 싶은데.”
 
“당신 진짜 머리 좋다. 그렇게 해 줘!” 아울러 팩소주와 컵라면도 사서 배낭에 보관했던 것이었지요. 따라서 남의 나라인 중국 땅에서 한국산 누룽지와 팩소주, 그리고 안주로 컵라면을 먹노라면 그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았던 것입니다.
 
회사 건물의 1층 로비엔 여행사가 입점해 있습니다. 사장님 혼자서 기획과 영업까지 다 하는 곳이죠. 그리고 해외여행 스케줄이 확정되면 여행객들과 함께 출국하곤 한답니다. 그 사장님이 어제 또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언젠가 제게 그 사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듣자 하니 자제분들도 다 가르쳤다니 사모님하고 해외여행 한 번 가시죠. 제가 원가로 잘 해 드릴게요.”
 
귀가 솔깃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아직 더 있어야 합니다. 우선 아들 장가나 보내고 나면 몰라도요.”
 
오늘 회사에서의 점심은 후식으로 누룽지가 둥둥 떠 있는 숭늉이 나왔습니다. 그걸 맛나게 먹노라니 그 시절 중국에서 맛본 누룽지가 문득 그리움의 애드벌룬으로 두둥실 떴습니다.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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