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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충남도의 등산로와 숲길, 숲속 정비 계획을 반기며...

친정 고향마을 소나무 숲에서 아이와 동화를 읽었던 추억

2013.03.08(금) 20:32:03 | 이영희 (이메일주소:dkfmqktlek@hanmail.net
               	dkfmqktlek@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적에 친정 고향마을에 데리고 가서 뒷동산에 올라 동화책을 함께 읽힌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고, 조그마한 돗자리와 책을 들고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친정 마을 뒷동산은 어릴적에 ‘소쩍산’으로 불리웠던 동심의 산이었다.

 워낙 오래되어 아무도 관리하지 않은 커다란 옛 묘지가 있었는데 묘지 봉분은 이미 눈비와 세월 앞에 뭉그러져 거의 평지가 되다시피 했지만 주변에 심어여 있던 잔디만은 양지바른 곳에서 무럭무럭 자라 아주 예쁜 휴식공간이 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묘지를 지키는 커다란 바윗돌이 있었고, 그 뒤로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푸른 소나무 숲이 묘지가 있는 잔디밭을 가슴 큰 사람의 팔 벌림처럼 품격있게 감싸안고 있던 참 정겨운 공간이었다.

 소쩍산으로 아름 붙여진 이유 역시 그곳에는 항상 소쩍새가 찾아와 “소쩍, 소쩍”울다 갔기에 마을 어르신들이 자연스레 소쩍산으로 불렀고 그게 영원한 산 이름이 되었다.
 내 어릴적 일이니 벌써 40년도 넘은 시절의 일이다.

 그런 산을 우리 아이 어렸을적인 바로 몇 년전, 옛 추억을 더듬어 ‘한국사 편지’라는 동화책 한권 들고 찾아간 것이다.

 이미 세월이 흘러 아무도 찾자 않고 관리하지 않은 탓에 잔디밭에는 잡초가 무성히 났고  많이 헝클어져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신경 안 쓴 그 사이, 울창한 소나무 숲은 여전히 병풍처럼 그 공간을 감싸 안은채 널찍한 날갯짓으로 이젠 결혼해서 성인이 된 나와, 어린 내 딸까지 온화한 웃음으로 반겨 맞아 주었다.

 솔숲 아래 바윗돌 바로 옆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게 했다. 아이는 오랜만에 나와 보는 아름답고 푸르른 소나무 숲 아래에서 양지바른 햇살을 등에 안고 책을 읽게 되니 기분도 좋았는지 정말 독서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나는 김밥과 음료수를 꺼내어 정리한 다음 책 읽는 아이의 입에 하나씩 넣어 주며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집에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때와는 사뭇 다른, 너무나 다른 그런 표정이었다. 책을 빨리 읽는게 좋은거라 할수는 없지만 숙독을 하면서도 속도도 빨랐고 이해도도 빠른듯 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책을 다 읽은 후 나타났다.

 아이는 거의 2시간 넘게 꿈쩍도 안한채 책을 읽었다. 집에서 책을 읽었다면 그 사이에 화장실 다녀온다, 물 먹으러 간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 답장한다 등등 별별 잡다한 신경을 쓰느라 정신 없었을텐데 솔밭 아래 숲속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날 저녁, 아이와 같이 이야기를 나눈후 독후감을 써 보라 했다.
 1권 원시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를 읽었는데 아이의 동화 독후감은 이랬다.

 “나는 오늘 엄마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였다.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를 타고 먼 옛날로 날아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구경했다. 눈으로 본건 아니고 책으로 보았지만 그래도 눈으로 본것 만큼 신이 났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먼저 구석기라는 목적지에서 내렸다. 그때 내가 입고 있던 예쁜 원피스는 사라지고 그 대신 나는 이상한 지푸라기 같은 옷을 입었다.

 나는 거기서 구석기 어린아이들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 했다.
<나는 먼 미래에서 온 아이입니다.  먼 미래와 지금은 사는 방식이 다르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사시는 방법을 열심히 배울께요>

 구석기인들은 우리같은 집이 아닌 동굴에서 생활했다. 불편할것 같았는데 며칠동안 생활해 보니 재미도 있었다.”

 이것은 우리 아이가 당시에 쓴 동화 독후감의 일부를 옮겨 적은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소풍도 고급 놀이시설로 떠나지만 그때는 가까운 뒷동산이나 학교 근처 마을 냇가 같은데로 가서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으로 소풍행사를 했다.

 아이와 함께 솔숲에 가서 책을 읽혀주고 나서 느낀 생각은 요즘 사람들이 일부러 숲을 찾고, 등산을 하고 산에 들어가 힐링을 하는 것처럼, 숲이 우리 사람들에게 주는 마음의 치유 효과는 물론이고 교육적인 효과가 상상 외로 크다는 점이었다.

충남도의등산로와숲길숲속정비계획을반기며 1

 



충남도의등산로와숲길숲속정비계획을반기며 2

 


충남도의등산로와숲길숲속정비계획을반기며 3

지난 겨울 칠갑산 등산길에 찍은 등산객 풍경



 엊그제 뉴스를 접해 보니 앞으로 충남도에서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등산로를 정비하고, 편익시설도 더 늘리고, 단절된 등산로를 연결하는 등 ‘숲과 함께 걷는’ 등산로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올해는 45억원을 들여서 산행자가 즐겨 찾는 산의 등산로 18개소를 정비하여 산을 찾는 등산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 한다.

 충청남도의 이같은 계획이 잘 실현되어 산을 찾고, 숲을 즐기는 도민들에게 진정으로 힐링의 효과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전에 내가 아이를 데리고 숲에 들어가 직접 경험했던 숲 체험의 효과가 도민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도록 도내 모든 등산로와 숲속길이 잘 정비되고 예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도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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