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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우리 가족의 행복한 밥상

삼겹살과 봄나물로 무친 우리집 임금님 수라상

2012.03.16(금) | 양창숙 (이메일주소:qkdvudrnjs@hanmail.net
               	qkdvudrnjs@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보, 이따가 저녁때 삼겹살 좀 사다가 푹 삶아놔. 수육이나 좀 해먹자구”
 오늘도 밖에서 처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 해마다 봄이면 돼지고기 삼겹살 예찬론자가 되는데 오늘도 밖에서 삼겹살 사다 놓으라는 전화를 한걸 보면 그 이유를 알수 있다. 바로 황사 때문.
 
원래 유난히 기관지가 안좋은 양반이 매일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내인 나도 마음이 늘 노심초사다. 이는 아마도 아내와 자식들만을 위해 밖에서 땀흘리며 묵묵히 일하는 남편을 둔 이땅의 모든 아내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황사와 먼지에는 삼겹살이 좋다는데 그나마 수입육보다는 품질좋은 국내산 포크를 사기 위해 몇 번이나 묻고 확인해서 두어근 샀다. 바늘 가는데 실이 안갈수 없는 일. 보쌈용 배추속과 굴을 함께 준비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임금님 수라 같은 진수성찬은 못 내놔도 먹고 싶다고 한것은 맛나게 차려놔야지’하는 생각에 미치자 더 정성이 간다.

 라디오를 틀어 놓고 열심히 보쌈용 김치를 버무리던 중 이게 웬일? “봄철 황사에는 삼겹살뿐 아니라 우리 채소와 봄나물도 좋아요”라며 라디오가 좋은 정보를 쏟아 놓는다.

 때가 때이니만큼 알싸한 맛과 향으로 미각을 돋우어 주는 봄나물중 독특한 향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미나리, 이게 제격이란다.  미나리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체외 배출을 도와 주고, 또한 가래를 가라앉히는 기능이 있어 매연이나 먼지로부터 칼칼해진 목과 폐, 기관지를 보호하는 데에 효과적이라나? 

 ‘후훗, 우리 남편을 위한 방송이네’ 싶다.  온종일 매연 마셔야지, 택시 손님 심심하지 않게 그날 들은 좋은 정보 알려드리며 대화해야지, 창밖에서 들어오는 황사 먼지 죄다 마셔야지... 이래저래 목과 폐가 성할리 없는 그이를 위해 다시 지갑을 들고 수퍼로 갔다.

 수퍼에는 미나리뿐 아니라 냉이 달래, 씀바귀가 함께 나를 반긴다. 이녀석들은 그야말로 봄나물 삼총사로 불리우는 것들이다.  냉이 달래는 봄나물 가운데 단백질이 가장 풍부하며 칼슘과 인, 철분도 많이 들어있는 알칼리성 식품이고 비타민C도 충분히 함유돼 있다고 들었던 터라 ‘요녀석들을 함께 무치자’싶어 덥석 한주먹 집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휙 하는 봄바람이 콧잔등을 어루만진다.
 문득 고향에서의 옛날이 떠오른다.

 옛날 고향인 충청남도 당진에 살 때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나는 대바구니와 헌 운동화를 갈아 신고 호미와 헌 칼을 챙겨들고 외진 과수밭을 헤매고 다녔다. 봄에 가장 먼저 쑥 내민다고 하는 쑥과 냉이, 씀바귀, 돈나물, 달래, 봄동, 미나리 등 정말 향기도 좋고 상큼한 맛 그 자체인 봄나물들이 잠시 수고로 대바구니 가득 담긴다.

 들깨 넣어 끓인 쑥국과 달래를 초고추장에 새콤달콤 무치고 봄동과 미나리를 섞어 무친 겉절이와, 보리쌀 뜨물을 받아 끓여 식혀 만든 돈나물 물김치와 냉이를 삶아 콩가루를 뿌려 만든 찜, 씀바귀를 삶아 땅콩, 잣가루와 된장, 참기름을 골고루 넣어 조물락 무쳐 질퍽한 질그릇에 청국장 한소끔 끓여 쓱싹 비벼 먹었던 그 봄나물 비빔밥은 내 나이 40대가 되도록 늘 잊혀지지 않는 맛이다.

 아무리 어머니 맛을 살리려고 해도 왜 나는 그 맛이 나오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연륜에서 나오는 손맛일 게다. 그런 어머니의 맛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사실 마음 같으면야 매일 고생만 하는 남편더러 하루 쉬자며 고향 친정에 내려가 아이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 돌고, 좀 더 따뜻한 햇살이 내리 쬐는 뒷산과 논 밭으로 달려가 봄나물을 뜯으며 하루 쉽고 싶다. 

 아파트 거실에서 쿵쾅거리는 것 신경 쓰지 않고, 분주한 도시를 떠나 시골 마당에서 실컷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축복같은 휴식을 취한다면 그게 더 ‘화려한 웰빙’이 될수도 있을터인데....

 이제는 서로들 너무나 바쁘고 벅찬 세상이라  그런 멋을 부리기가 힘들어졌다.  ‘속도’에 민감한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의 ‘유유자적 풍류와 멋스러움’이란 이미 쥐라기 시대의 그것처럼 머나먼 옛날 전설일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저녁에 들어온 남편과 아이들. 식탁이 아닌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상에 푹 삶은 돼지고기 수육에 맛깔난 보쌈김치, 그리고 웰빙 미나리 무침과 달래냉이의 환상적 조합으로 이룬 된장찌개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오우, 오늘엄마 생일이야?”

 초등학교 다니는 둘째 녀석의 너스레 농담. 냉이 된장찌개를 한숟갈 먹어본 남편은 “음. 밖에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네”라며 흡족해 한다. 어떻게 동네 식당에 비교해? 슬그머니 자존심(?) 상했지만 가족 모두에게 웰빙 성찬을 내놓은 기분으로 상쇄시키며 웃고만다. 

 남편 덕분에 오랜만에 떠올려 본 고향 생각, 더 애틋해진 가족 사랑, 그리고 잊고 지내던 것들에 대한 회상과 다시 되새겨 보는 생경함...  

 오늘 우리집 만찬에는 평화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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