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히말라야 아일랜드피크(해발 6천189m) 등반 도전
오의숙·김준규씨
지난 8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산. 산 전체가 큰 바위로 이뤄져 있다.
암벽코스로 유명한 이곳 선인봉에 로프와 너트, 캠(cam·벌어진 바위틈에 끼워넣는 장비), 주마(등강기) 등으로 무장한 10명이 암벽등반에 여념이 없다.
이번 훈련은 산행 속도와 거리를 늘려 체력을 높이는 게 목푭니다. 좀더 힘들 내세요”
등반반장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의 채근질이 또 시작됐다.
서울대병원 간이식 팀과 한국 노바티스의 후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히말라야 생명 나눔 원정대’의 훈련 모습이다.
일반인들도 힘든 히말라야 아일랜드피크(해발 6천189m)를 등반하기 위해 간·신장 이식 환자 및 가족들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이식 환자도 일반인 보다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획됐다.
▲ 지난 8일 서울 도봉산에서 암벽등반 훈련을 마친 뒤 충남도청 오의숙(49·右)씨와 남편 김준규(49)씨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번 도전에 부부 공무원인 충남도청 소속 오의숙(女·49·정보화담당관실·기능7)씨와 남편 김준규(49·재난민방위과·통신7)씨가 함께 참가했다. 이전에는 한번도 암벽 등반을 해본 적이 없다.
지난 1999년 남편이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자 오 씨는 자신의 간 절반을 남편에게 이식해줬다. 남편은 수술 후 40일간을 무의식 상태로 있다가 깨어났지만, 그 후유증으로 행동이 약간 부자연스럽다.
“무사히 등반에 성공한다면 우린 히말라야를 등반한 ‘부부 간이식 1호’의 주인공이죠” 오 씨의 말이다.
이들 부부는 다음달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네팔 카투만두에 도착한 뒤 17일간에 걸쳐 히말라야 아일랜드피크 정상을 등반할 예정이다.
이식 환자들이 고산지대를 등반한 경우는 2005년 프랑스 간이식 환자 6명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해발 5천895m)를 등반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해발고도가 더 높은 희말라야를 등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원정대원은 지난 9월 모두 40명으로 선발됐다. 하지만 체력검사와 총 6주간의 2차 훈련과정(북한산과 도봉산, 설악산에서 기초산행 훈련 및 암벽등반 교육) 속에서 현재 10명만이 남았다.
원정대 인솔은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지구 3극점)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이 맡는다.
오 씨는 “세상의 주인은 없다. 세상의 주인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朴 대장의 말처럼 “희망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며 화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