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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하늘아래, 부여 백제관에서의 하룻밤

2011.09.14(수) 잎싹(kji206@naver.com)

   

여름 방학도 끝나고 대학생 딸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하기에 1박2일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부여에서의 1박2일, 다시가 본 백제재현단지를 시작으로 부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숙소로 잡은 백제관으로 왔다. 인터넷으로만 보면서 기대반 우려반으로 예약하였는데 백제관을 보는 순간  고풍스러움에 저절로 휴식이 취해질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백제관은 조선시대 4분의 왕비를 배출했던 여흥 민씨 집안의 고택으로 중요민소자료 192호로 지정된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다. 약 2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가옥은 부여군에서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매입 , 보수 수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부여한옥생활체험관으로 재탄생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과거 문간채는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으며 민속놀이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안채로 들어서기전에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랑채는  세월의 잔향이 물씬 느껴지며 한옥의 참 아름다움을 느낄 수있었다. 사랑공간은 외부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어 툇마루에서 보면 마을 전경이 보였다.   
 
   

접수를 하고 중 문을 들어서니 네모 하늘을 충분히 만낏할 수 있는 안채는 사랑채와 또 다른 멋스러움이 흘렀다. 그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고목은 한옥을 내려다보며 서 있어 한옥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었다.  

   

우리가족이 묵을 안방은  부엌과 연결된 문과 함께 베란다격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간단히 차를 마실수 있게 다기세트와 커피포트, 그리고 부여관련 여행책자와 바둑판과 윳놀이 전통놀이기구가 놓여 있었다. 

베란다 모양의 작은 방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침구류와 함께 수건, 헤어드라이기, 모기향 등이 있으며 문을 열면 바로 대숲의 풍경이 보였다. 안방과 구분되는 창호문을 여닫는 소리가 너무 정겨웠다.  

   

화장실과 욕실은 따로 개조하여 남자와 여자로 구별하였는데 헛간 같은 나무 문 속에 현대식 시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하였는데 한옥에서 묵으면서 느꼈던 작은 불편함을 해소한 것 같아 좋았다.  

   

건넌방 바로 옆에는 따로 부엌이 마련되어 있는데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세탁기 그리고 간단히 조리해먹을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어 마치 내집에 들어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냉장고에는 시원한 물이 준비되어 있어 방안에서 차를 마실수 있었다.  

   

얼렁둥땅 짐정리하고 씻고 나니 금방 어둠이 찾아 왔다. 안채 마루에 앉아 네모하늘에 어렴풋이 보이는 달님을 담아본다. 내모 마당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달님의 기운을 두팔로 뻗어 받아 본다.  

   

숲으로 둘러싸여 벌레가 있어 드나드는 문에는 모기장이 드리워져 오히려 더 정감이 흐른다. 다른 곳과 달리 백제관에는 흔한 TV 가 없다. 사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 더 이곳에 오고 싶었다. 늘 아이폰과 매스컴을 끼고 사는 현실, 하루 쯤은 모든것 잊고 편안하고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 마음을 아는지 잠시 "TV 도 없잖아" 투덜거리던 아이들은 가져간 노트북 연결도 안되자 자연스럽게 민속놀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곤 금방 소리지려며 승부욕에 즐거워 하며 놀이에 빠져 들었다. 한옥은 사람을 담아 그속에서 금방 자연스럽게 자연인이 되도록 만드는것 같다. 가족이 함께 작은 공간에서 서로 눈을 맞추며 즐길 수 있다는건 분명히 한옥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백제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흔적을 남겼다. 이불을 깔고 엎드려서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누군가의 추억을 들춰보는 시간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이불을 깔고 누워서 수다 떨며 밤이 깊어가는 것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었다.  가로등불에 비친 창호지문의 색깔이 스텐드 조명처럼 포근하게 비쳐주었다. 처음에 들어설때 부터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밤이 깊어갈수록 더 좋아 지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얼마나 곤하게 잘잤는지 이른시간임에도 저절로 눈이 띄었다. 정갈한 뒷채의 풍경에 아침의 상쾌함이 전해져 왔다.   근처 5분거리에 궁남지가 있어 아직 남아 있을 연꽃들을 조금이라도 담아 볼까 기대를 하며 아이들이 깨지 않게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와~~아침여명을 받은 하늘은 생각지도 않았기에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랑채마루에 잠시 앉아 이른아침 마당안으로 들어와 있는  하늘의 풍광을 보며  가을을 느낀다. 신 새벽의 청정한 공기는  저절로 기운이 나게 만든다.  

   

궁남지의 아침을 충분히 느끼고 늦둥이 연꽃을 담고 다시 돌아온 백제관, 전날 밤에 신었던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어쩜 이렇게 새햐안 고무신처럼 고요함이 아니었을까. 빨리 빨리와 성급한 초조함은 사라지고...

   

윤이 흐르는 대청마루에 앉아 차한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늘 머릿속에 주워 담기만 하였던 시간들을 정리하며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편안함은 가식없는 한옥이기에 가질수 있는 시간이다..

백제관 (041-832-2721) 충남 부여군 부여읍 중정리 537-1  (http://buyeohanok.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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