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하숙 마을을 배경으로 한 중동교 위 할아버지는 오늘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원도심 도시재생 프로그램으로 거듭난 공주시 제민천변의 가을 풍경은 이렇게 정지한 듯 보입니다만 추억을 찾아 이곳을 찾는 중년들은 과거 그들이 살았던 천변에서 추억의 부스러기를 찾아 나섭니다.


▲ 공주 하숙마을

지난여름 물난리에 제민천은 결국 넘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물이 휩쓸고 간 천변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했는데,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산성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천변 산책에 나섰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오히려 햇살이 뜨거워서 그늘을 찾아야 할 정도네요.


▲ 공주 제민천 산책로

개울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도 좋지만 돌다리는 잠시 앉아서 물소리를 듣기에 좋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시키는 풍경이라서 다리 건너편에 갈래머리를 한 소녀가 앉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는 맛도 있습니다. 바위에 걸터앉아서 물멍하기도 좋고요.


▲ 공주 제민천 돌다리


▲ 공주 제민천 조형물

백제 무왕의 이야기는 담벼락을 가득 채울 만큼 화려한 색상의 만화로 거듭났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과거 제민천변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제민천변에는 과거 사진도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1920년대 사진부터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버드나무 우거진 천변은 그대로 유지되고 학생들만 바뀐 것 같습니다.


▲ 공주 제민천변 무왕이야기
 

▲ 공주 제민천변 과거 사진

천변에 조형물이 많은 이유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공주시 제민천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개울이라는 자연물에 문화가 입혀져서 훨씬 분위기 있는 나들이 장소가 되었습니다.


▲ 공주 제민천변 조경 작품


▲ 공주 제민천변 조경 작품

중동교에서 개울 위 원도심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공주 하숙 마을을 중심으로 제민천 주변에는 여러 근현대 문화재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 공주 중동교 위에서 보이는 하숙마을


▲ 공주 하숙마을

공주 제일 교회의 '기독교 박물관'이나 나태주 시인의 '풀꽃 문학관' 등이 인기가 많은데요. 대통사지의 너른 잔디밭에서는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어 나들이 나선 여행객들에게 뜻밖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시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천천히 시화를 감상해 봅니다.


▲ 시화 전시회


▲ 시화 전시회

돌아오는 길은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로 조성된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을 걸었습니다. 제민천변에는 공주시 유명 맛집들도 많은데요. 공주 3대 짬뽕 '진홍각', 공주 최고 칼국숫집 '고가네 칼국수', 생활의 달인 즉석 떡볶이 '중앙 분식', 골목길 한옥 카페 '루치아의 뜰' 등은 제민천을 찾는 분들이라면 이름을 먼저 알고 찾는 곳들입니다.
 

▲ 제민천변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


▲ 시화 '루치아의 뜰에서'

이렇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가을 배경에 매료되어 걸을 수 있다면 오늘도 선물 같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시화 전시회에서 본 캘리그래피 문구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날입니다.


▲ 시화 전시회 작품

공주 제민천은 단순히 주민들 산책로라기보다는 문화와 역사가 구석구석 스며 있는 문화 산책 코스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는데요. 개울물 소리 들으며 가을 낭만 산책 코스로 추천합니다.

 
공주 제민천
충남 공주시 용당길 22 산성시장고객지원센터(충남 공주 산성시장에서 중동교까지)
주차 : 골목길 소형 주차장, 골목길 이용 가능하지만 다소 불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