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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국립부여박물관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 목간 특별전

목간, 백제 사람들의 SNS는 어떠했을까?

2023.07.18(화) 07:13:49 | 대로 (이메일주소:dried@naver.com
               	dried@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기록하고 SNS로 소통하게 되면서 종이도 필기구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종이는 많은 양의 정보를 편리하게 기록하고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소통과 정보 전달의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종이는 기원전 2세기경에 중국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하며 서기 105년경 채륜이 제지술을 개량하면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해요. 한반도에는 3~4세기경에 중국의 제지술이 전래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종이가 없거나 귀했던 시대에는 어떻게 기록하고 소통하였을까요? 선사 시대에는 무덤이나 집터에 남아있는 흔적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후세에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인간은 의사 전달을 위해 증표나 기호, 문자를 만들었고 이를 점토판, 대나무, 목편(木片), 석판, 짐승 가죽 등에 표시하여 소통하고 후세에 전하였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나무에쓴백제이야기목간특별전 1

백제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고 소통하였을까요? 백제 중기 이후에는 한반도에 제지술이 전래하여 종이가 사용되고 있었을 것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하여 누구나 종이를 사용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종이에 쓴 문자는 오래가지 못하여 당시의 기록을 찾기 힘듭니다. 돌이나 금속 등에 쓴 글자가 일부 남아있을 뿐이었지요.
그런데 문화재 발굴 조사 중 물속이나 진흙 속에서 썩지 않고 남아있는 나무 조각들을 발견하였습니다. 나무 조각에는 희미한 글씨 모양이 쓰여 있었지요. 우리는 이를 목간(木簡)이라고 부릅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특별전<백제 목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을 오는 7월 30일까지 부여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한국목간학회, 백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나무에쓴백제이야기목간특별전 2

이번 특별전은 2009년에 개최했던 <나무 속 암호 목간木簡>에 이은 두 번째 백제 목간 전시로 백제에서 발견된 목간을 중심으로 백제의 기록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2009년 이후 출토된 새로운 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목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나무에쓴백제이야기목간특별전 3

백제인들은 종이 대신 폭이 좁고 긴 나뭇조각을 깎아서 그 표면에 글씨를 적거나 새겼습니다. 이를 백제 목간이라고 부르며 백제의 정치, 경제, 문화, 철학, 종교 등에 관한 내용을 상세하게 전하는 문자 자료로서 백제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목간은 백제인들의 SNS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나무에쓴백제이야기목간특별전 4

전시는 ‘목간, 발굴에서 보존까지’, ‘목간, 어디에서 나왔을까?’ ‘목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목간, 발굴에서 보존까지’에는 나무로 제작된 문자 자료 목간이 1500년 동안 땅속에서 썩지 않고 발견된 이유와 이후 어떠한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문자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나무에쓴백제이야기목간특별전 5

목간은 오랜 시간 땅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물기가 많아 공기가 차단된 곳에서 썩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토되면 공기와 접촉하여 뒤틀리고 갈라지며 먹으로 쓴 글씨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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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형을 막기 위하여 여러 단계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고 적외선 촬영을 통하여 글자의 모양을 정확하게 확인합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하여 1,500여 년 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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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람들은 목간을 만들 때 어떤 나무를 주로 사용하였을까요?
광학현미경으로 수십 수백 배까지 확대하여 나무마다 지닌 고유의 구성 세포를 관찰하면서 나무 종류를 밝혀낸 결과 상당수가 소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부여 동남리에서는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은 삼나무로 만든 목간이 발견되었습니다. 삼나무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나무로 당시 백제와 일본의 교류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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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목간, 어디에서 나왔을까?’에는 부여에서 목간이 발견된 지역을 디오라마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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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목간의 90% 이상은 부여의 사비도성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관북리 유적지, 동남리, 궁남지, 쌍북리와 석목리, 능산리, 구아리 등에서 모두 120여 점의 백제 목간이 발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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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북리에서 발견된 목간들입니다. 관북리는 백제 사비 시기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문서 목간과 내용을 알 수 없는 꼬리표 목간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꼬리표에는 백제를 뜻하는 우이(?夷)가 적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우이는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 당나라 장수가 지녔던 직함에도 보여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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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목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에서는 그동안 백제 목간에 쓴 글씨를 판독하고 목간과 함께 출토된 문화재를 연구하며 축적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백제 목간을 11개의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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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목간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게 많습니다. 백제 사람들이 목간에 이름을 쓸 때는 일정한 순서가 있었습니다. 즉 (지명) + (관등) + (이름) 순으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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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람들은 물품을 관리하기 위하여 목간을 사용하였습니다. 세금 징수와 관련이 있는 꼬리표 목간에는 끈을 묶어 물품에 매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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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쌍북리에서는 구구단 목간도 발견되었습니다. 칼처럼 생긴 소나무 목간에는 9단부터 2단까지 한자로 적어 놓았습니다. 이 목간이 발굴되기 이전까지 구구단이 8세기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가 한반도로 전래하였다고 일본 측이 주장했다고 해요. 그런데 부여에서 구구단 목간이 발견되면서 일본보다 빠른 시기에 백제에서 구구단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되었지요. 즉 구구단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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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산성에서 확인된 <논어> 제5장 ‘공야장’ 경전 목간이 논어책과 함께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여 능산리에서 확인된 남근형 목간은 국립부여박물관 본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길이가 22㎝가 넘는 이 목간은 부여의 대로변에 걸어놓고 제사를 지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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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산성에서 확인된 <논어> 제5장 ‘공야장’ 경전 목간이 논어책과 함께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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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득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백제의 관리를 주인공으로 하여 ‘어느 백제 공무원의 하루’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득진이 주변의 여러 사람과 SNS로 소통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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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이외에도 의료, 대출과 이자, 백제 사찰과 제사, 손편지, 글씨 연습과 폐기 등 백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제 목간은 기존의 문자 자료에서는 알 수 없는 백제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백제 역사와 사회를 보다 구체적, 입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목간은 몇 글자 되지 않는 내용이 적힌 나뭇조각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 목간에 적힌 백제 사람들의 손글씨를 감상하며, 문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백제 사람들의 수준 높은 기록문화와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립 부여 박물관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관람 안내>
- 백제 목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
- 국립 부여 박물관 기획
- 전시관기간  2023. 5. 23~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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