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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원산안면대교'가 말하는 여행 이야기

안면도과 원산도의 닮은 꼴

2021.08.19(목) 12:44:20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표면의 좌표가 필요 없는 곳이 있다. 흔히 말하는 땅 끝 마을에 도착하면 푸른 파도가 찰랑거리는 바다를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이때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궁금하지 않다. 풍경의 마법은 지금까지의 여정과 앞으로의 행보를 잊게 만들고 한없이 바다의 속삭임에 빠져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행의 지표면 끝자락에 머무르는 것은 풍경의 마법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무의 시작과 끝, 대화의 시작과 끝, 여행의 시작과 끝 모두 고달픈 현재에서 행복한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의 연속성을 부여받은 시간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보령시 원산도에 설치된 좌표 표시석
▲ 보령시 원산도 초전리에 설치된 좌표 표시석

바다 쪽으로 뾰족하게 나온 땅의 끄트머리를 '곶(串)'이라고 부른다. 안면도는 조선시대 초에는 '안면곶'이라고 불렀다. 1638년 인조임금이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중간을 가로지르는 '판목운하' 공사를 완공하면서 ‘안면곶’은 폭 200m의 땅을 바다에게 내어주고 섬이 되어 '안면도'가 된 것이다.

안면도 동쪽에 위치한 천수만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그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다. 태안군, 서산시, 홍성군, 보령시를 포함하고 있는 천수만 갯벌에서는 갯지렁이, 뿔고둥, 바지락, 쏙, 갯가재, 망둥어, 능쟁이, 게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원산도에서 바라 본 안면도 모습
▲ 원산도에서 바라 본 안면도 모습

안면도 서쪽은 천혜의 모래 해변으로 이루어져 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다. 1978년 10월 20일 서산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90년 3월 22일 서쪽 해안의 90%가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고남면 ‘바람아래해수욕장’부터 원북면 ‘학암포해수욕장’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이 된 것이다. 이처럼 동, 서, 남, 북 모두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의 가치가 공존하는 안면도 남쪽 끝 마을에 희망을 암시하는 멋진 다리가 생겼다.

안면도 영목에서 바로 본 '원산안면대교'
▲ 안면도 영목항 앞의 갯벌과 '원산안면대교'

2009년 다리공사를 시작하면서 턴키(설계에서 시공까지 일괄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때, 이 다리의 태명은 '솔빛대교'였다. 7만여 명 태안군민들의 마음속에서 관심과 사랑으로 ‘솔빛대교’는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관심 속에서 지금의 모양을 갖추었다. 다리의 모양이 갖추어질 무렵 태안군민과 보령시민은 다리의 명칭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가, 2019년 12월에 태안군민과 보령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국가 지명위원회가 '원산안면대교'란 이름으로 확정했다.

안면도 영목마을에서 바로 본 '원산안면대교'
▲ 안면도 영목마을에서 바로 본 '원산안면대교'의 주탑 모양

안면도 땅 끝 마을 '영목'에서 시작되는 이 다리는 77번 국도의 연장선이며, 1740m 길이의 왕복 4차선 도로이다. 사장교로 만들어진 원산안면대교는 두 개의 주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모양이 소나무 아이콘처럼 만든 이유는, 설계 초기에는 소나무의 빛을 뜻하는 ‘솔빛대교’로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밤에 다리에 조명이 켜지면 빛과 소나무가 사랑을 나누는 듯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다리의 전경처럼 안면도 주민과 원산도 주민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정은 초코파이와 같이 달달했다.

원산도 초전리 마을에서 바라 본 영목마을과 원산안면대교 모습
▲ 원산도 초전리 마을에서 바라 본 영목마을과 원산안면대교 모습

1970년 원산도에 북한 간첩이 침투했을 때 안면도는 비상이 걸렸었다. 산속에 파인 참호 속에는 예비군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야간에 민간인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군인들이 구보를 할 때는 온 동네가 군화 소리에 진동할 정도였다. 군인들은 원산도와 안면도를 오가며 작전을 수행했다. 이처럼 영목과 원산도는 한 마을 같은 사이였고 가까운 이웃이었다. 다리 이름을 놓고 갈등을 빚기 전에는 원산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영목으로 와서 물고기를 팔고 생필품을 구입해 갈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데면데면한 것이 아쉽다. 이 다리가 보령과 태안의 상생을 위한 화합과 번영을 상징하는 다리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원산안면대교에서 바라 본 영목마을의 모습
▲ 원산안면대교에서 바라 본 영목마을의 모습

항구로 널리 알려진 영목(嶺項)은 안면도 남쪽 끝에 위치한 포구 마을이다. 그 지형이 사람의 목처럼 잘록하게 생긴 달고개 너머에 위치한 마을이므로 영목 또는 호지영목이라 부른다. 영목항은 1995년 10월 30일 지방어항으로 지정되었고, 하루에 두 번 보령시 어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여객선을 타고 보령시까지 갈 수 있는데 원산도, 효자도,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호도를 거쳐서 가면 약 50분 정도 걸린다.

고남 2리 영목은 조선시대의 ‘요아량(要兒梁)’으로 인정되는 곳이다. 요아량은 요아량수(要兒梁戍)가 있던 곳으로 수군절도사의 분병(分兵)이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서산군 관방조에는 ‘요아수량은 군의 남쪽 142리 지점에 위치한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이는 거리상으로 영목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조선시대의 계산방식이 오늘날과 반드시 부합되지 않는 점, 아울러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분명히 영목 부근을 요아량으로 명기한 점을 상기하면 '영목'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영목의 ‘빗독거리’에 ‘행수군절도사행차비(行水軍節度使行次碑)’가 건립된 것으로 보아 영목이 ‘요아량’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산안면대교'에서 바라 본 안면도 북쪽 방향
▲ '원산안면대교'에서 바라 본 안면도 북쪽 방향

역사의 시간은 항상 내가 기억하는 추론의 실타래 끝을 잡고 다른 공간으로 향한다. 산란을 위해 폭포수를 필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우리는 때때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나의 추론과 역사의 유물들로 유추할 수 있는 어설픈 세상의 지식은 얼마나 초라한 편견인가? 지구의 생명력이 시작되는 그 오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바다의 시간은 수많은 생명을 탄생시키며 땅의 생명들을 유혹하고 있다.

천수만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 천수만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웃거리게 만드는 토속적인 음식 냄새가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어선을 부르고, 푸른 파도가 촐싹거리면서 털어내는 플랑크톤의 신비스러운 냄새는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영목마을은 그렇게 바다를 끌어안고, 문명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쓸어안고, 아름다운 길을 바다 위로 내어준 것이다. 원산도로 향하기 위해 영목마을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맛있는 음식과, 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바다와의 행복한 데이트이다. 영목항의 맛 집들은 바지락칼국수와 우럭회를 자랑한다.

원산도 해안 건너 편에 고대도가 보인다
▲ 원산도 해안 건너 편에 고대도가 보인다

영목에서 원산안면대교 입구에 서니 다리의 끝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4km의 사장교 '원산안면대교'는 차량과 사람이 이동하는 길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주민들의 온정이 연결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다리 끝 원산도의 풍경은 안면도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섬과 섬의 닮은꼴 모양이 안면도가 부모라면 원산도는 자식과 같은 지리적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도는 리아스식 해안과 침식 지형으로 해안 사구가 발달하여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해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수 많은 '만'들에는 조석 간만의 차가 커서 갯벌이 발달하였다. 안면도의 이런 특성으로 원산도를 비롯한 주변 보령시 관할 섬들의 사구(砂丘)와 모래, 갯벌, 암반 등의 환경이 다양한 해양 서식생물과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산안면대교'는 사람들이 거닐 수 있도록 인도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 '원산안면대교'는 사람들이 거닐 수 있도록 인도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원산안면대교'를 건너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땅 위에서 바라보는 다리는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형이하학적인 구조물로써 감상할 수 있지만,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땅 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짜릿한 느낌과 풍경들이기에 기분이 더 새롭다. 영목에서 원산도로 향하는 도로 쪽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장교 주탑에서 늘어진 철선들은 콘크리트로 된 다리를 붙잡고 바람에 흔들린다. 이렇듯 멋스럽고 기하학적인 선과 면의 연결성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예술적인 도구처럼 느껴진다. 다리 위를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 위의 풍경들은 파도에서 만들어지는 전설처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다리 중간쯤에서 바라보는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원산도의 모습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원산도 관광지를 표시한 안내판
▲ 원산도 관광지를 표시한 안내판

원산도 입도를 환영하는 표지판
▲ 원산도 입도를 환영하는 표지판

원산도는 면적이 7.07㎢이며, 해안선의 길이가 28.5㎞ 정도에 인구는 1,500명 정도의 섬이다. 영목에서 남쪽으로 약 1.7㎞ 떨어져 있으며, 주위에는 삽시도·효자도·고대도·장고도 등이 있다. 고려시대 때는 ‘고만도’라 불렸으나, 그 뒤 고을을 뜻하는 원(元) 자와 산(山) 자를 써서 ‘원산도’라고 불렀다. 섬은 전체적으로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섬 서쪽에 솟은 오로봉(118m)을 제외하면 50m 이하의 낮은 구릉지와 평지가 대부분이다. 북서부와 북동부는 깊고 넓은 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곳곳에 소규모의 갑과 만이 연이어져 있다. 섬의 북부에 넓게 펼쳐진 간석지는 최근 방조제를 쌓아 염전과 농경지로 변모되었다. 남쪽 해안에 있는 원산도해수욕장은 모래가 깨끗하고 수온이 적당해 여름철 피서지로 이용되고 있다. 섬의 중앙부에는 도로가 나 있고, 동서방향으로 농로가 잘 포장되어 있다. 대천항에서 출발하는 정기여객선이 왕복 운항되며, 보령시까지 연결되는 해저터널은 2022년 개통될 예정이다.

원산도 초전리 마을의 모습
▲ 원산도 초전리 마을의 모습

‘원산안면대교’는 사람과 자동차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통로가 되고, 지역의 문화와 경제가 소통하는 다리가 될 것이다. 2022년 보령에서 원산도까지 이어지는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수많은 차량들이 문명이 만들어 낸 쓰레기와 소음을 가득 싣고 이곳을 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녀가는 숫자만큼 버려지는 양심들이, 아름다운 섬의 풍경 속에서 아쉬운 흔적들로 상처가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원산도에서 바라 본 '원산안면대교'
▲ 원산도에서 바라 본 '원산안면대교'

충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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