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전세계를 뒤덮었습니다. 펜데믹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라는 생소한 외래어가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지만, 창문 밖을 내다보며 새해맞이를 하였습니다. 비록 백신이 개발되고 일부 나라에서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전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기약이 없습니다. 친한 친구나 지인들의 얼굴이 가물가물해지고 사랑하는 가족도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한적한 산을 오르고 산책을 하면서도 사람을 만나는 게 반갑기는커녕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밑 이른 새벽 인적이 없는 공주 석장리박물관 주변에서 담은 일출 사진으로 새해의 희망을 대신 전합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강추위로 녹지 않아서 집에서 가까운 공주 석장리박물관의 아침 풍경을 담으려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문이 굳게 잠겨 있더군요.
하는 수 없이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석장리구석기박물관의 야외전시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덜 녹은 눈이 야외전시장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으며, 금강 너머의 산에도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석장리박물관 주변에는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봄에는 유채꽃으로 강변이 노랗게 물들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알록달록 수를 놓는 곳이라서 시민들이 산책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즐기는 아름다운 공원이 됩니다.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철새들이 날개 대형을 하늘에 그리며 보름달 속으로 사라집니다.
살얼음이 언 금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동쪽 하늘에 불기둥이 솟아 오릅니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이 장관입니다.
청벽산 봉우리 사이에서 구름을 가르는 신비한 빛이 새해의 희망을 쏘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철새들의 축하비행이 시작됩니다.
작은 물새들은 강기슭에서 삶의 원천인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드디어 불기둥을 쏘아 올렸던 정체가 드러납니다. 금강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눈 쌓인 석장리 계절별 꽃단지에도 밝은 빛이 들어옵니다.
2020년 한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슬기롭게 잘 이겨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끝은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재앙은 눈 녹듯 사라지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