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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침묵과의 소통, 그 결의 다름에 관해

동문리 마을을 걸으면서 알게 되는 이야기

2020.12.04(금) 22:40:05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종종 침묵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공간에서, 혹은 어느 사색의 틈에서 맞이하는 침묵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다리를 놓고 생각의 흐름을 도와준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온갖 소음 공해로 지쳐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침묵의 다리를 건너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비대면 시대, 우리들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연한 기회에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The Carthusian Cloistered Monastery, 2020)'란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의 마음은 침묵으로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태안읍 동문리에 위치한 태안성당
▲태안읍 동문리에 위치한 태안성당
    
'카르투시오'는 해발 1300m의 알프스 산속에 있는 수도원이다. 한 번 입회하면 나올 수 없고 대화는 금지되어 있다. 평생의 침묵, 기도와 묵상, 자급자족 노동, 펜에 잉크를 찍어서 필사하는 수도사들을 보며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그곳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영화 '위대한 침묵'으로 천년 만에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생활이 알려지게 되었고, 교황 바오로 2세의 뜻에 따라 경상북도 상주에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이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본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우리나라 상주에 있는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생활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카르투시오의 엄격한 규칙으로 만들어진 침묵으로 수도사들은 무엇을 얻게 될까? 봉쇄된 카르투시오 안에서 살아가는 수도사들의 마음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태안성당 성모마리아상의 평화로운 모습
▲태안성당 성모마리아상의 평화로운 모습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비대면 시대.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태안군 동문리에 들어섰다.

동문리에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와 같이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함께하는 침묵이 곳곳에 있다. 그런 가운데 태안성당은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백화산 아래 고즈넉한 언덕의 한 자락에 소재한 태안성당에서 태안시내를 바라보면 사진 전시장에서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백화산에서 바라 본 동문리 성당 주변
▲백화산에서 바라 본 동문리 성당 주변
 
동문리의 역사적 유래를 보면, 조선 태종 17년인 1417년에 쌓은 태안읍성이 당시에는 동문·서문·남문·북문 등의 4개의 대문이 있었으며 우물도 4개가 있었다. 북문과 서문은 백화산으로 가로막혀 별로 사용 가치가 없어지자 폐쇄되어 없어졌다. 그리고는 동문과 남문이 성문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각각 동문과 남문에는 3칸씩의 문루가 있었고 그 문루가 동문에는 단층으로 되어 있었으나 남문에는 2층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동문 밖에 자연스럽게 집들이 들어서게 되어 하나의 마을이 형성되었으므로 이 마을을 '동문밖' 또는 '동문리'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문리 마을의 지봉이 뾰족한 모양의 집
▲동문리 마을의 지봉이 뾰족한 모양의 집 
  
동문리 마을은 1894년 동학농민군에 의하여 태안군의 모든 객사들이 화재로 소실되면서 태안읍성도 허물어지게 되었고, 아울러 동문 위에 세워져 있던 문루도 불타 없어지게 되었다. 1910년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제는 우리나라를 영구적인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대규모 토지조사사업을 전개하여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통한 토지의 수탈을 시작하더니 1914년에는 대대적인 행정구역의 통폐합 작업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몇백 년 동안 지속하면서 내려오던 태안군을 폐군시킨 일제는 군내면과 동일면 또는 동이면을 통폐합해 태안면으로 격하시키고 서산군에 포함시켜 버렸다. 그리고 동문리 마을 이외에 태안옥이 있었던 아래쪽에 형성되었던 마을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옥하리 마을과 내월 마을의 일부를 포함하여 동문리라는 하나의 마을을 만들고 서산군 태안면에 편입시키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와 같이 태안면에 속하였던 동문리 마을은 1973년 7월 1일 태안면이 읍으로 승격하게 되자 태안읍에 소속되었다. 이후 1989년 1월 1일 태안군이 서산군으로부터 복군되자 서산군 태안읍 동문리에서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로 변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한가로운 동문리 마을길에 침묵이 흐른다.
▲한가로운 동문리 마을길에 침묵이 흐른다
  
태안군은 현재 안면읍과 태안읍, 그리고 6개의 면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져 있는데, 태안의 행정 중심지는 태안읍이다. 태안읍은 동문리와 남문리를 포함하여 13개 마을[里]로 형성되어 있다. 그 중에 동문리는 구도심지역이고, 남문리를 신도심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동문리 도심은 태안성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태안의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곳이기도 하다. 태안성당은 성백석(세례명 루카)씨가 1957년에 성당 건립공사를 시작하여 1964년 8월 4일에 완공하였다고 한다. 그 후 2006년 7월에 새 건물을 짓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태안성당의 표지석
▲태안성당의 표지석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는 주말이면 멀리 외지에서 미사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사 후 태안관광지를 구경도 하고, 맛집에 들러서 음식을 즐기며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던 일상적인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깨닫는다. 성당의 기운일까. 주변의 모습이 모두 다 경건해 보인다. 아무래도 동문리 사람들은 모두 성자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수상의 모습에서 마을의 축복이 느껴진다.
▲예수상의 모습에서 마을의 축복이 느껴진다
  
성당에서 태안중학교 쪽으로 걷다 보면 예쁜 골목길이 나오는데 바로 '여성친화골목길'이다. 집들의 모양을 보니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넓직한 골목길의 양옆 담장마다 산뜻하고 귀여운 그림들로 가득하다. 마치 여성이 예쁘게 화장을 한 모습이라는 뜻으로 '여성친화골목길'이란 이름이 붙었는가 싶다.
 
여성친화골목 입구 안내판
▲여성친화골목 입구 안내판
 
스케이트날같이 뾰족한 지붕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고 사람 없는 한적한 '여성친화골목길'에는 나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놓은 듯 그림 속 관객들로 가득하다. 아마 예술인들이 살고 있어서 예술적 가치를 돋보이는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평화로운 길옆의 예쁜 그림들을 보며 걷다 보면 어느덧 침묵 속의 행복에 푹 빠져들게 된다.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관.
▲예술인들의 작품전시관
  
담장에 예쁜 그림들이 가득하다.
▲담장에 예쁜 그림들이 가득하다
  
동문리 태안성당에서 평천리 서부발전 본사까지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20여 분 거리다. 서부발전(주)는 협력업체 직원을 제외한 정규직 인원이 2천 5백 명 가량이다. 그 중에 태안 본사 건물에 400여 명, 태안화력발전소에 1300여 명이 근무하며, 서부발전 직원들이 생활하는 곳이 동문리 '새빛마을아파트'이다. 2016년 서부발전 본사가 태안군으로 이전할 때 태안군민들은 많은 인구유입으로 태안시로 확장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서부발전 직원들의 행정적 거주지는 서울특별시로 남아 있다. 2015년 서부발전 본사가 오기 전 태안군 인구는 6만4천7백여 명, 서부발전이 태안으로 이전한지 3년이 지난 2019년 태안군 인구는 6만4천1백여 명이다. 태안발전본부와 서부발전 본사는 주말에는 공식적으로 버스를 대여해서 서울행 출·퇴근을 지원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개인 자가용을 이용해서 서울로 가고 나면 직원들의 숙소인 '새빛마을아파트' 주변은 한산해진다. 평일보다 썰렁해지는 주말의 동문리 풍경이 아쉽다.
 
서부발전 직원들이 거주하는 새빛마을 아파트
▲서부발전 직원들이 거주하는 새빛마을아파트
   
'인간, 기술, 환경의 조화로 최고의 에너지를 창출한다'가 서부발전의 기업이념이다. 2018년 서부발전의 총 매출액 4조8천억 원 가운데 50%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것이다.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을 강조하지만 서부발전 직원들은 태안군민보다는 서울특별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하청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인한 회사에 대한 흉흉한 지역민심의 개선을 위해 노력에는 태만하다. 이처럼 태안군을 외면하는 서부발전이 무엇으로 지역 주민들과 상생(相生)한다는 것인지 태안군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여행의 침묵과 '카르투시오' 침묵은 자아(自我)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하지만, 인권을 외면하고 지역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서부발전의 침묵은 그 결이 다르다.
  
서부발전 본사 건물 모습
▲서부발전 본사 건물 모습
  
하청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와 발전소 주변 군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봉쇄발전소 서부발전'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지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그리운 연말이다, 서부발전은 침묵보다는 소통을 선택하여 태안군민에게 자랑스러운 기업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정문 전광판에
▲정문 전광판에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발전현장으로 바꾸겠습니다' 글씨가 보인다.

충남 화이팅!!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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