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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미각을 깨우는 서산 간월도 영양굴밥

2020.11.16(월) 17:50:23 | 남준희 (이메일주소:skawnsgml29@hanmail.net
               	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 타고 달빛 따라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이 굴밥 먹으러 간월도 달빛 따라 모두 모여라 석화야…”
  
이 노랫가락은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부녀자들이 군왕제 때 부르는 가락이다. 군왕제는 굴을 부르는 제사의식이지만 요즘은 축제의 성격을 띠어 이지역 모든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풍어와 건강, 안녕을 비는 축제로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열린다.
 
옛부터 간월도 지역민들은 이 굴로 굴밥을 해서 먹거나 어리굴젓을 담가 먹었다.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유명한 간월도굴이다.
  
굴은 찬바람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다. 매년 삭풍이 대기를 덮을 때면 우리 충청남도 서해 서산간월도와 태안 등에 가면 탱글탱글하고 향긋한 굴이 맛객을 기다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산 간월도는 특히 굴밥으로 유명하다. 굴밥이야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고, 연중 맛볼 수 있는 음식이기는 하다. 제철이 아니라 해도 굴을 냉동시켜 놓았다가 사시사철 꺼내서 요리를 하니까 가능하다.
 
그러나 찬바람 불 때 사람들이 굴밥을 먹으러 일부러 간월도를 찾는 이유가 있다. 그곳엔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맛과 모양의 굴밥이 있기 때문이다.
  
미각을깨우는서산간월도영양굴밥 1
▲간월도 어리굴젓탑

아낙들이 조새(굴을 따는 날카로운 쇠꼬챙이)와 바구니를 들고 굴 따러 나가서 작업하는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놓은 간월도의 명물이다.
  
미각을깨우는서산간월도영양굴밥 2
 
물이 들어온 간월도 해안가에 주말을 맞아 찾아온 남성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겨울바람을 즐기고 있다. 잠시 후엔 굴밥을 먹으러 갈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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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 포구 안쪽 풍경. 주인이 잠시 떠난 작은 어선 한 척이 바람에 쓸리며 바다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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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구경을 마쳤으니 이젠 굴밥을 먹으러 가야지.
 
간월도 바닷가 식당은 굴밥을 안 하는 곳이 없다. 그리고 특히 간월도 굴밥은 그냥 굴만 들어간 게 아니라 모두 ‘영양굴밥’이다. 그래서 굴밥 식당 간판도 모두 영양굴밥이다.
 
보통 굴밥은 쌀과 참기름을 함께 넣어 밥을 하다가 마지막 뜸을 들일 때 생굴을 밥 위에 푸짐하게 얹어 짓는다. 간월도의 굴밥도 만드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곳 굴밥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미각을깨우는서산간월도영양굴밥 5
 
미각을깨우는서산간월도영양굴밥 6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무쇠솥 또는 뚝배기를 사용해 모든 식당들이 솥밥을 지어준다. 서해에서 해풍맞고 자란 청정쌀로 밥을 지어 윤기가 흐르고 차지고 구수한 맛이 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영양굴밥을 결정짓는 요소인 갖가지 고명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대추, 호두, 잣, 은행, 팥, 콩 등 각종 잡곡이 한가득 차지하는 것이다. 굴은 이 밥안에 살포시 숨어 있는데, 그 양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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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양식 굴밥은 그야말로 건강에 도움을 주고 음식을 더욱 먹음직스럽게 만든다. 이곳 굴밥을 굳이 ‘영양굴밥’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뚝배기에서 밥을 그릇으로 옮겨 퍼낸 다음에는 물을 붓고 숭늉을 만들 준비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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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별도로 퍼낸 밥에는 양념간장으로 비벼주는데, 대개 달래간장으로 하기 때문에 밥맛이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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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굴향기 가득한 돌솥영양굴밥 한 숟갈. 그냥 보기만 해도 쓰러질 판이다. 향기로운 굴은 물론 각종 고명이 풍부하니 건강식으로도 그만이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이 밥 몇 숟갈이면 하루 영양분 섭취는 끝이다. 굴향이 은근히 배어 코끝을 자극하면서 입안에서 내어주는 맛은 감미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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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굴밥을 먹으러 가면 식당은 대개 굴전 1장을 밑반찬으로 내준다. 굴전, 막걸리 마시기 딱 좋은 안주여서 어떤 때는 밥과 같이 먹기가 아까울(?) 경우가 있다, 술이 당겨서.
 
굴전은 입맛 당기게 하는 신묘함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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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마른 김에 싸서 먹어도 별미다. 노릇하게 익어준 굴전 속의 굴이 침샘을 마구 자극한다. 이거 한입에 먹어줘야 그 맛의 진가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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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 설명 필요없는 간월도 어리굴젓. 간월도 굴은 조수간만의 차이로 생겨난 갯벌과 알맞은 햇빛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색깔이 검고, 알이 작은 게 특징이다.

간월도 갯벌은 작은 자갈부터 큰 바위까지 많은 돌이 있는데, 이러한 돌에 붙어 있는 굴은 24시간 밀물과 썰물에 노출, 크게 성장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 굴은 물날개(굴에 나 있는 명털)가 잔잔하고, 그 수가 많아 사이사이에 고춧가루 양념이 속까지 잘 배 어리굴젓 특유의 맛을 낸다. 그만큼 간월도 어리굴젓은 일반 굴젓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오돌오돌한 식감에다 굴 특유의 바다 내음이 풍부하다.
  
특히 간월도 어리굴젓은 허영만 작가님이 그의 책 '식객'에서 굴 채취과정부터 굴젓 담그는 과정, 굴을 맛본 소감과 추억 얘기 등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어서 더욱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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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뚝배기숭늉이다. 굴향이 진득하게 배어 있어 숭늉이 십전대보탕보다 낫다. 맛도 구수하고 향기도 좋고 누룽밥도 맛있다. 매우 특별한 후식이다.
  
간월도 주민들은 이곳 앞바다에서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굴을 캔다. 조새를 이용해 굴을 따면서 겨우내 소득을 올리며 한겨울을 즐거운 마음으로 난다. 작고 탱글하며 알알이 꽉찬 서산 간월도 굴은 그렇게 태어나 우리에게 맛있는 굴밥과 어리굴젓을 선물해 준다.
 
다가올 한겨울 주말에 온가족 간월도 꼭 방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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