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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홀로 조용히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 공주 수촌리고분군

2020.08.27(목) 01:42:34 | 낯선일상으로의초대 (이메일주소:withknit@naver.com
               	withknit@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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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수촌리고분군은 내가 마음이 고단하여 혼자 조용히 걷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사계절 모두 인적이 드물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하면 시끄럽던 마음이 어느새 차분하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때 마음 편히 걷을 만한 곳을 떠올리다가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다.
 
아무런 설명없이 그저 걸어도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아이와 함께 와서 어떤 의미를 갖는 곳인지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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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크게 1구역과 2구역으로 분묘가 나누어져 있고, 구역간에는 전나무숲 등 수목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걸어서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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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은 2002년 의당면 수촌리 일대에서 농공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어 2005년 3월 3일 사적 제460호로 지정되었다.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에 조성된 분묘로 추정되고, 금동관모·금동신발·청자항아리 등 국보급 유물이 다량 출토되어 무령왕릉 발굴 이후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를 거둔 유적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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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먼저 보이는 곳은 2구역으로 대형 백제고분이 있다. 무덤은 모두 5기로, 토광목곽묘 2기와 횡구식 석곽묘 1기, 횡혈식 석실분 2기 등 그 형태가 다양하고, 이곳에는 금동관모·금동신발·금제 귀걸이·환두대도·세형동검·중국제 흑유도기 등의 다양한 청동제품, 고급 도자기들이 부장되어 있어 피장자의 신분이 당시 공주지역 유력자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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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 세력이라 일컬어지는 이 지방 토착세력들은 문주왕이 주도한 백제의 웅진천도에 큰 역할을 했고, 이 유적지 및 출토 유물은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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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올라가면 1구역이 보인다. 1구역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무덤이 발견되어 시기에 따른 무덤 양식의 변화를 살펴볼 때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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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의 전나무숲도 내가 이 곳을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 바로 가는 길도 있지만, 천천히 이곳을 통해 걸어서 산책 삼아 제1구역까지 가는 길을 자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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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며 보이는 사람 사는 풍경과 오래된 습지, 멋진 하늘까지 어우러져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쉼이고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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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역과 1구역이 모두 봉우리의 정상에 있고, 그 사이에 있는 습지이다. 올여름 비가 장기간 내려서 습지에는 물이 가득하고, 온통 초록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그간 바쁘게 움직인 내 눈도 편히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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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은 곳에 사람이라고는 나와 아이 둘뿐이고, 잠자리나 새들이 날아다니고 풀벌레 움직이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온전히 사람과 도시로부터 멀어져 늦여름의 푸르름을 만끽하고 있자니 이마 위로 흐르는 땀마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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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삼아 이십여 분을 천천히 걸으니 1구역의 입구에 다다랐다. 이곳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 앞에서 함께 읽고 언덕 위 전망데크에 올라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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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유적과 그곳에서 출토된 유물로 유추해 보는 일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이 대견하다.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을 이곳에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 가족여행지로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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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예쁜 날에는 이곳을 오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도 참 좋을 테지만, 오늘은 사진보다 나란히 함께 걷는 것이 더 좋아서 아이 손을 잡고 한 칸 한 칸 천천히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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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고분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데크다. 이곳에 와서 꼭 올라가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높은 곳에서 보는 아름다은 풍경도 눈에 가득 담아갈 수도 있지만, 내 손에 올려져 있어 크게만 보이던 일들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아주 흔한 깨달음을 얻으며 발걸음 가볍게 내려갈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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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역의 고분들과 의당평야의 모습을 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주 더운 여름 날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아 뿌듯한 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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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내려가면서 아쉬운 마음에 내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을 다시 한 번 카메라에 담아본다. 의당의 푸른 평야가 주는 넉넉한 편안함은 사계절 언제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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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체험프로그램 참여는 어려울 것 같아 따로 문의하지는 않았다. 다음에 아이와 다시 찾았을 때에는 마음 편히 이러한 것들을 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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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벤치들도 잘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과 주차공간도 잘 정비되어 있다. 지금처럼 사람이 없는 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시국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깨끗하게 잘 이용해 준다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공간이니 다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오래도록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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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입구는 은행나무가 양옆으로 길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면 곱게 물들어 더 좋으리라. 그 때쯤에는 지금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멋진 풍경을 나누기 위해 이 곳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공주 수촌리고분군
-소재: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201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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