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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2020.08.08(토) 22:53:0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8월 1일(토), 공주오일장의 파장 직전의 풍경이다

지난 7월 말, 매달 1일과 6일이면 열리는 공주오일장에 다녀왔다. 왕래하는 사람들이 적다 싶어 가업으로 방앗간을 운영하는 젊은 총각에게,
"어째 오가는 사람이 적네?" 물었더니,
"원래 7월부터 8월 15일까지는 손님이 없어요~." 대답한다.
 
맞다! 그러고 보니 작년 요맘때도 젊은 상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가,
"아, 장아찌에 물 말아 끼니 때우면 되는디 이 더위에 뭣하러 장에 나오겄슈."라며 타박 맞은 일이 있다. 아이구, 이렇게 정신이 흐려서야!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1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2
 
8월 1일(토)에는 공주산성시장 인근에 갔다가 장시가 열리는 골목을 지나오게 되었다. 오일장이 열리는 산성시장 5길 중에서도 과일상이 몰려 있는 곳은 늘 울긋불긋 단풍마냥 고운 빛깔 띤 과일들이 사방천지에 새콤달콤 향내를 풍겨댄다. 그 막강한 유혹에 평소 같으면 그냥은 못 지나친다. 
 
오후 4시를 겨우 넘긴 시간인데, 돌연한 세찬 빗줄기에 파장 분위기로 내닫고 있었다. 과일상 여기저기에서 떨이를 시작한다.
"복숭아, 복숭아 떨이요. 15000원짜리 10,000원이요, 10000원~!!"
여느 때 같으면 혹해서 한 보따리 사 들고 왔을 텐데, 빗줄기가 거세도 너무 거셌다. 혹여 복숭아가 아니고 참외였다면 잠시 뒤라도 돌아봤을는지 모르겠다.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3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4
 
참외는 씨를 발라내고 햇빛 쨍쨍할 때 여러 날 말려 장아찌로 담그면 좋다. 아삭아삭 식감이 끝내준다. 작년 공주오일장에서 타박을 준 젊은 상인이 말한 것처럼 물에 만 밥 위에 한두 점씩 척척 올려 먹으면 다른 반찬이 일절 필요 없다.
 
언젠가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가정의학과 의사가 손맛 좋기로 유명한 종갓집 마나님께 물어보았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냉장고도 있고 대체식품도 많은데, 왜 건강에도 안 좋은 장아찌를 만들어 먹나요? 혹시 오해가 있을지 몰라 말씀드리지만, 진짜로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종갓집 마나님은 가타부타 말없이 종류별로 준비해 온 장아찌를 갓 지은 밥 위에 올려 먹어보라고 권했다.
100kg이 넘었던 체중을 정상 체중으로 돌리느라 찐(?) 노력을 했다는 그 의사는,
"맛있네요.! 자꾸 숟가락질하게 되네요." 평을 남긴다.
"나트륨 함량은 높지만 밥과 먹을 때 조절하면 되고요, 껍질째 먹을 수 있으니 영양 손실이 적지요. 무엇보다 식욕 떨어지는 더운 계절에 입맛 돋우어 주니 그만 아닌가요?" 종갓집 마나님은 그제야 제대로 된 답변을 주었다.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5
 
허나 올 들어 참외 구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미뤄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주 집에 오는 어린 조카들 때문이다. 

할머니는 살아생전, 긴 흥정 끝에 사 온 사과를 손주들 간식으로 내실 때, 꼭 반으로 갈라 씨를 발라내고는 숟가락으로 독독 긁어 주셨다. 날름날름 받아서 입 안에 넣고는 즙만 쪽 짜 먹고 난 다음 과육을 씹어 먹으면 사각사각 소리까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어릴 때 사과를 그리 먹던 기억으로 조카들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참외를 먹여 보았다. 반으로 잘라 속을 차게 하는 참외씨는 발라내고 원을 그리듯 속을 긁어내어 입 안에 넣어 주었다. 칼로 숭덩숭덩 잘라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단다. 손목이 시큰하도록 참외를 긁은 보람이 생긴다.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6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할머니의 사과 7
 
수박보다 복숭아보다도 참외가 최고로 맛있다는 조카들 때문에 요즘 참외를 쟁여놓고 산다. 어느 날, 설거지하다 비닐봉지에 붙어 싹이 난 참외씨를 발견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외를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어디서 튀어 들어갔는지도 모를 참외씨가 싹을 틔웠을까. 나 역시 참외씨 싹 튼 건 처음 보는지라 신기하여 화분에 옮겨 보았다. 제대로 자라 줄 리 만무하지만, 혹시라도 떡잎이라도 보게 되면 참외 킬러들(?)과 추억 하나를 더 만들 생각이다.
 
방앗간 총각이 말한 대로라면 올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공주오일장에 장 보러 오는 사람들이 몰리는 때와 맞물린다. 고사리손 양옆으로 잡고 그 옛날 할머니 손잡고 돌아다니던 싸전이며 국수골목에 동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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